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는 내용의 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삭제됐다. 

참여연대가 지난 2일 발표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한 반대 여론이 60.6%에 달한다”는 여론조사를 소개한 4개 언론의 기사가 2일 삭제 됐다. 참여연대는 뉴스웨이, 뉴스핌, 아이뉴스24, 폴리뉴스 등 4개 매체의 해당 기사가 삭제됐다고 밝혔다. 그 중 뉴스웨이, 뉴스핌, 아이뉴스24의 기사는 참여연대가 스크랩용으로 캡쳐한 자료가 있어 삭제된 사실이 확인 가능했다.

참여연대의 여론조사는 ‘SK텔레콤이 지역케이블방송과 알뜰폰판매 1위 기업인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을 담고 있다. 그 중 응답자의 60.6%가 ‘독과점이 특정대기업으로 심화되므로 반대’의견을 냈다. 20.9%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으므로 찬성’이라는 의견을 냈다는 내용이다.

참여연대는 SK텔레콤의 조직적인 로비를 의심하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해당 기사를 리트윗했는데 없는 주소라고 뜨거나 엉뚱한 기사로 연결돼 기사가 삭제된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CJ헬로비전 인수에 호의적인 여론을 만들려는 SK텔레콤이 인수에 비판적인 해당기사 삭제를 조건으로 언론과 거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기사에 이의제기는 했으나 기사삭제를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홍보팀 관계자는 “문항부터가 독점상황을 가정하는 등 객관성, 공정성, 신뢰성이 있다고 보기 힘든 여론조사”라며 “기사를 쓴 언론사에 기사의 내용에 문제가 있어 이를 설명한 것이지, 내리라고 요구하거나 광고거래 같은 건 없었다”고 말했다.

▲ 2일 삭제된 뉴스핌의 참여연대 여론조사 인용 기사.
기사를 내린 뉴스핌 역시 의혹을 부인했다. 김홍군 뉴스핌 산업부장은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해당 기사는 취재기자가 사전에 보고 없이 올린 것”이라며 “내용을 보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부적절한 설문조사로 보였고, 3일 관련 토론회를 앞둔 상황에서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을 다루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기사를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삭제된 해당 기사를 쓴 기자 중 익명을 요구한 한 기자는 참여연대 자료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데스크와 국장이 기사를 내렸는데, 구체적인 이유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기사 삭제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이의제기를 따로 하지 않았다. 다만, 참여연대는 규모가 크고 오랫동안 활동해온 시민단체다. 내용을 봐도 삭제가 될 만한 근거없는 자료를 배포한 건 아니다. 아마 회사의 이해관계가 (기사 삭제에)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대중이 복잡한 사안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가 부적절하다는 주장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사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면 SK텔레콤측 입장을 반영해 보완하는 게 일반적이다. 머니위크의 경우 2일 관련 기사에서 참여연대의 여론조사를 설명한 뒤 SK텔레콤 관계자의 반론을 덧붙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4개 언론이 같은 날 같은 기사를 내린 사실은 우연으로 보기는 힘들다. 기사를 내리라고 요구하거나 광고거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광고주의 항의가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에 부정적인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지난해 12월 언론학회 세미나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한 토론회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SK텔레콤이 보도자료 내용이 불공정하다고 항의해 자료 배포가 취소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