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은 청년복지를 지키기 위한 파수꾼인가, 아니면 지방자치단체 세금을 멋대로 사용해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기회주의자인가.

보수 신문들은 이재명 시장을 지방의 세금을 마음대로 쓰는 파렴치범으로 그리고 있다. 조선일보 3일자 "분당서 걷은 연 1조원 믿고… 이재명, 공짜복지 정치쇼" 기사는 이재명 성남시장 파렴치범 만들기 결정판에 가깝다. 기사 곳곳에서 이 시장의 정책을 왜곡하거나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을 인용하고 있어 악의적인 보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본지는 지난주 사흘동안 성남시 중원구 수원구 분당구 일대를 현장 취재했다"면서 "지난달부터 성남시가 청년 배당 등 무상 복지 수단으로 상품권을 지급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성남시가 강조한 '청년의 취업 역량 강화'라는 취지와 달리 상당수 청년이 상품권을 먹고 마시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2월2일 3면.
성남시가 올해부터 시 거주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시민(1만 1300명)에게 분기별로 12만5000원을 지역 화폐로 주는 청년 배당을 실시하고 있는데 지역 화폐가 술을 마시고 옷을 사는 등 소비에 쓰인다는 것이 조선일보의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또한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의 유점수 상인회 회장을 만나 "예전엔 5일장이 서면 성남시에서 발행하는 성남 사랑 상품권이 시장 전체로 볼 때 1000만원 정도 들어왔는데 요즘 1500만~2000만원 정도 들어온다"고 전했다. 정작 청년들의 취업역량 강화에 쓰여야할 돈이 지자체 안의 소비에 머무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은 의도적으로 폄훼하기 위한 목적으로 청년배당 정책을 좁게 해석한 결과라는 반론이 돌아온다. 

조선일보는 청년배당 정책을 '청년의 취업역량 강화'에만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도했지만 청년배당은 성남시 청년배당 지급 조례안에서도 밝혔듯이 취업역량 강화는 여러 목표 중 하나다. 

조례안 제1조(목적)에 따르면 "성남시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에게 청년배당을 지급하여 성남시 청년의 복지 향상과 취업역량 강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성남시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난해 10월 1일 청년배당 도입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통해 "일자리 자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지방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일자리 창출은 내수중심의 중소기업 지원 등 중앙정부의 산업고용정책의 몫이기도 하다"면서 "일자리에 맞는 청년들의 역량개발 투자는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청년 배당이 단순한 예산 소비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인 이유 중 하나이다. 113억원이 청년들을 거쳐 지역경제로 환원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것이 청년배당이 사회적 투자인 두 번째 이유"라고 밝혔다. 청년배당 정책이 취업역량 강화 뿐 아니라 지역경제활성화 측면에서 도입됐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년배당 지역 화폐가 시장에서 쓰이는 등 소비로 이어지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청년배당 정책 목적에 오히려 부합되는데 조선일보가 악의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 성남시의 입장이다. 일례로 노년층에 지급되는 기초연금이 의식주에 쓰인다고 비난하지 않듯이 청년 배당의 지역화폐가 먹고 마시는데 쓰였다고 부풀려 비난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 있다. 

▲ 이재명 성남시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조선일보는 또한 "지난해 성남시가 걷는 지방세 1조4619억원의 73.5%인 1조744억원이 분당구에서 걷혔다"면서 분당구민이 이재명 시장의 일방적인 복지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세금의 재분배 성격을 고려하면 분당구민의 일부분인 불만을 확대해석해 시민을 편가르기 하고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특히 조선일보는 "더불어민주당 출신 윤은숙 전 경기도 의원이 지난달 초 성남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7.5%가 청년 배당을 반대했고, 찬성은 23.5%에 그쳤다"면서 마치 성남시의 여론이 청년배당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인용한 여론설문조사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해당 조사의 응답률은 1.76%에 그쳤다. 또한 전체 응답자 800명 중 19세~20대 응답자는 61명(7.6%)에 불과했다. 청년배당정책의 수혜 당사자인 계층의 표본수가 한 자릿수에 불과해 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질문 내용을 보더라도 청년배당의 부작용을 강조하고 있어 편향된 질문에 따라 답변이 한쪽으로 몰렸을 가능성도 있다. 질문 내용은 "최근 성남시는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19세 이상 24세까지의 청년에게 분기당 25만원을 지급하는 청년배당 예산을 통과시키자 정부와 경기도가 법령위반이라며 제의를 요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청년배당은 청년의 복지 증진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반면, 취업을 한 청년에게도 지급을 하고, 25세에서 29세까지의 미취업 청년에게는 지급하지 못하는, 불평등과 실질적 효과가 있겠냐는 반대 여론도 있는 상태이다. 이에 대해 선생님의 의견을 묻는다"라고 돼 있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것과 180도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오히려 표본수로 봤을 때 신뢰도가 높은 조사 결과다. 

지난달 21일 일요신문과 SG리서치가 1000명 성남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에서 성남시 복지정책 강행에 찬성하는 의견은 59.4%로 나와고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은 40.6%로 나왔다. 연령별로 보면 19~29세에서 74%가 찬성한다고 답했고 50대와 60세 이상에서도 각각 56.7%, 47.1% 찬성 의견이 나왔다. 

성남시 복지 정책에 제동을 거는 지방교부세 벌금 등 정부의 규제에 대해서도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64.8%로 나왔다. 조선일보는 세금을 많이 걷는 분당구에서 이재명 시장의 복지 정책에 불만이 많다고 보도했지만 여론조사에서는 거주 지역별로 49.6%를 차지한 분당구 주민 59.1%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

일요신문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새누리당의 강세인 지역인 점과 전통적인 보수성향의 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외의 결과로 분석되다. 특히 정부의 복지규제에 대한 의견에서는 전 연령대와 거주지역 등 전체에서 반대 의견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실제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정책에 대해 청년들과 상인들은 환영하고 있고, 현실에서도 큰 문제는 없다"며 "오히려 일부 언론이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극히 일부의 현상을 마치 전체인 것마냥 침소봉대해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데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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