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됐다. 2차 VOD 가격협상기한이 끝나자 지상파3사는 케이블에 공급해온 VOD를 다시 끊었다. 케이블은 ‘지상파 광고중단’을 이번에는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재에 나섰지만 보름만에 같은 일이 반복돼 방통위의 무능만 입증한 꼴이 됐다.

지상파3사는 1일 오후 6시, 씨앤앰을 제외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VOD 공급을 중단했다. 당초 지상파와 케이블은 1월 말까지였던 2차 협상기한이 끝나더라도 협상기한 연장을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상파가 급작스럽게 VOD 공급을 끊은 것이다. 

케이블업계는 당황한 모습이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6시부터 신규VOD 공급이 중단됐는데 사전에 공식적인 통보가 없었다”면서 “SO들은 지상파의 부당한 VOD 공급 거절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며 지상파 실시간방송 광고중단 등 자구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꾸린 SO협의회는 2일 오전 긴급총회를 열고 ‘지상파 광고중단’을 결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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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지난해 지상파와 케이블의 VOD 가격협상이 결렬되면서 1월1일부로 지상파가 케이블에 VOD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케이블은 케이블로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광고 대신 검은화면을 내보내는 지상파 ‘광고중단’을 강행하겠다며 압박했다. 지상파가 ‘콘텐츠’를 무기로 내세우자 케이블은 ‘플랫폼’의 힘을 내세우며 대응에 나선 것이다.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자 방통위가 뒤늦게 개입해 협상기간을 1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문제는 방통위가 기한만 연장했을 뿐 아무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방통위는 지상파의 VOD공급 중단을 예측하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신년 업무보고 기자회견에서 “31일까지 협상이 끝나지 않으면 기한을 2주 연장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한 바 있다. 방통위는 방송통신규제기관이지만 무기력한 모습이다. 방통위는 부가서비스로 규정된 VOD 협상에 대한 중재 및 개입 권한을 마련하지 않았는데, 이 틈을 지상파가 이용한 것이다.

양측의 이견이 팽팽한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개별협상 여부다. 지상파는 각 케이블 SO들과 개별로 협상을 맺고 싶어한다. 업체별로 영향력에 따라 다른 가격으로 협상을 할 수 있으며 영향력이 크지 않고 재송신 소송까지 진행 중인 개별SO(지역SO)와 협상을 맺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씨앤앰을 제외한 케이블업계는 ‘케이블TV VOD’ 단일창구를 통해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 

두 번째 쟁점은 지상파재송신 협상과 연계된 문제다. 지난달 법원은 “케이블이 지상파 재송신을 통해 지상파의 저작권을 침해했으므로 이용자당 190원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상파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점에서 지상파의 승리라 할 수 있지만 재송신수수료를 이용자당 190원으로 책정한 점은 케이블에 유리했다. 현재 지상파는 케이블로부터 이용자당 280원의 재송신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400원대로 가격인상을 요구했는데 법원이 조정한 금액은 이보다 턱 없이 낮기 때문이다. 

판결 이후 케이블은 ‘공탁’을 통해 저작권료 명목의 이용자당 재송신수수료 190원을 지불하겠다는 입장인데, 이 또한 도화선이 됐다.  케이블은 지상파가 요구한 280원보다 낮은 금액을 법원판결을 근거 삼아 지불한 반면 더 높은 금액의 재송신수수료를 원하는 지상파는 공탁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는 “(공탁은) 법정이자부담을 줄이고, 가집행이나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개별SO들이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만큼 이같은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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