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보수성향 언론에서 ‘핵 무장론’이 ‘또’ 등장했다. 하지만 핵무장은 필요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익을 위한다면 핵 무장론이 제기되는 것조차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누리당 일부와 보수성향 언론도 이를 모를리 없다. 그럼에도 계속 강조하는 속내는 뭘까. 전문가들은 ‘포퓰리즘’ 이라고 일축했다.

조선일보와 새누리당 “핵 무장론 공론화하자”

조선일보는 지난 28일 사설에서 “이제 우리는 자위책으로 최소한의 자체 핵무기 보유를 공론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설혹 미국이 우리를 도와준다 해도 서울이 잿더미로 변한 뒤에나 겨우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앞서 8일에도 사설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제기한 핵 보유론 또한 진지하게 공론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우리의 안보는 누구도 지켜줄 수 없고 대신할 수 없다”며 “북한의 공포와 파멸의 핵에 맞서서 자위권 차원의 평화의 핵을 가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을동 최고위원도 “만약 우리의 핵개발을 인정하지 않으면 미국은 전술핵 재배치나 그에 상응하는 가시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 무장론 등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회창 전 총리는 지난 2006년 “한미동맹 약화와 핵군비 경쟁 가열로 일본 등 주변국이 핵개발에 다가서는 조짐이 나타날 경우 우리도 장기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2013년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 우리도 최소한의 자위력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사설]美·中 서로 북핵 딴소리, 이제 '핵개발' 공론화 피할 수 없다_사설_칼럼 31면_20160128.jpg
▲ 지난 28일 조선일보 사설

핵무장론, 불가능한 4가지 이유

하지만 그때마다 핵 무장론은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기되곤 했다. 먼저 한미 동맹이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핵 우산을 제공받고 있는데 한국이 핵개발을 시도하면 핵우산은 깨진다. 핵 우산은 핵 환산을 방지하기 위해 핵무기 보유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동맹국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보수가 그렇게 강조하는 한미동맹이 깨질 것이며 안보는 불안해진다.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이기도 한데, 이에 저촉되는 일을 할 경우 각종 무역 및 경제제재를 받게 될 수 있다. 이는 수출 의존형인 한국 경제에 치명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설사 핵무장을 했다고 해도 경제가 망하면 국방도 망한다”며 “경제를 망치고 핵을 갖는다면 북한꼴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핵무기 연료인 우라늄도 없다. 한국 원전에 쓰이는 우라늄의 농축은 5%까지만 할 수 있으며 연구용으로도 19.5%가 최대치다. 고농축으로 분류되는 20% 이상의 농축도는 국제적인 규제를 받는다. 실제 한국은 지난 2000년 극비로 실시한 실험에서 농축도 77%에 달하는 농축 우라늄을 제조해 국제적으로 논란이 됐다. 핵무기 제조에는 농축도 90% 우라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런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핵무기를 보유한다 해도 한반도 평화는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이 핵을 가지게 되면 일본 역시 핵을 가지려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식적인 핵 보유국인 중국과 러시아, 비공식 보유국으로 간주되는 북한과 더불어 동아시아 전체가 핵 경쟁을 벌이는 ‘핵 도미노’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진=민중의소리.jpg
▲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진=민중의소리

다 알면서도 핵 무장론 부추기는 언론, 속내는?

핵 무장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핵 무장론을 주장하는 사설에서 “무리한 핵무장을 추진할 경우 한미 동맹의 균열과 국제사회를 제재를 피할 수 없다”며 “이는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에 큰 시련을 안길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지난 8일 사설에서도 “국제사회가 용인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핵개발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썼다.

그럼에도 보수 성향 언론과 새누리당 일부는 왜 핵 무장론을 주장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포퓰리즘’ 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1차 적으로는 극우주의적, 국수주의적인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고 이런 맥락을 잘 알지 못하는 국민들을 상대로는 안보 불안 심리를 유발할 수 있다”며 “일종의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언 방송통신대학 교수는 “저런 주장을 들으면 카타르시스도 느껴지고 기분이 좋다. 속이 시원한 것”이라며 “일종의 포퓰리즘”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는 동시에 안보 불안을 부추기는데 중간층이 그런 분위기를 타게 되면 보수성향 정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다가오는 총선과 관련해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軍, 확성기 주변에 토우미사일·비호무기·K-9 배치. 사진=민중의소리

핵 무장론 계속 하면 ‘핵 의심 국가’ 된다

핵 무장론이 포퓰리즘에 그치지 않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창수 원장은 “핵 무장론은 우리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핵 개발 의지를 가진 나라라는 의심을 받게 되기 때문”이라며 "계속 그런 주장을 하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핵 의심 국가’가 된다. 일본의 경우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는 ‘핵 문턱 국가’“라고 지적했다.

이창언 교수도 “핵 무장론은 일본의 군국주의를 가속화시키는 근거로 작동할 수 있다”며 “큰 틀에서 보면 동북아시아 우익의 공범 관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은 동북아 정세에도 좋지 않다”며 “핵으로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주장은 현실성도 없고 평화에 대한 이해도 없는 것이다. 평화 자체가 평화의 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