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녹취록 사안 시급하지 않다”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의 노조 조합원 ‘부당해고’ 발언 등 녹취록 파문과 관련해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들이 ‘긴급 이사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거부로 무산됐다.

방문진 야당 추천 유기철·이완기 이사는 26일 오전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만나 “최승호·박성제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등 백 본부장의 발언 내용과 관련해 ‘긴급 이사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고 이사장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고 이사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오는 29과 30일 예정된 방문진 워크숍을 언급하며 “(녹취록 건은) 시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선 “유기철·이완기 등이 안건 상정을 간절히 요청해서 이사장 직권으로 오는 방문진 이사회 안건으로 넣으라고 했다”며 “이번 사안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진상을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워크숍을 연기하고 긴급 이사회를 열어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번 워크숍은 준비한 게 굉장히 많아서 미룰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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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7일자 2면
한편 MBC 사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일부 매체들이 최승호·박성제가 파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데 대한 ‘직접적 증거가 다소 충분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마치 근거 없이 해고했다는 의미로 왜곡하고 있다. 명예훼손 등에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열린 MBC 노사 단체협상 자리에서 노조 측이 백 본부장 발언 배경 등을 묻자, 백 본부장은 “일부만 발췌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다 20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MBC 지배구조 개선과 노조 감시 역할 필요성 방증”

경향신문은 “MBC가 이렇게 몰락하도록 방치한 책임을 묻는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대화록에 등장하는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크게 2가지”라며 “우선 MBC의 간판 PD와 기자인 최승호·박성제 2인을 아무런 증거 없이 잘랐다고 시인한 것과, 백 본부장이 MBC의 ‘BBK사건’ ‘광우병 보도’ 등을 언급하며 ‘지금은 그런 거 전혀 못하게 다 통제를(하고 있다)’이라고 언급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은 “2012년 공정방송 파업과 관련, 6명의 전·현직 노조간부를 해직할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을 맡았던 백 본부장의 발언은 방송편성과 제작에 있어 MBC 경영진들의 왜곡된 방송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MBC 경영진이 2014년 극우성향 인터넷 매체 대표와 만나 나눈 대화록은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위해 왜 방송사의 지배구조개편과 노조의 감시 역할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경향은 이어 “MBC가 주요 방송사를 상대로 한 다수의 조사에서 신뢰도와 영향력에서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MBC의 몰락을 단지 현 경영진의 일탈에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대통령-방통위원회-방송문화진흥회-MBC 사장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개선 없이는 MBC가 제대로 된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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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7일자 사설
김무성, 대통령 겨냥 “선진화법, 당시 권력자 탓”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6일 자신이 도입하려는 상향식 공천을 자찬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권력자’로 표현했다.

김 대표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 어젠다 추진 전략회의에 참석해 “왜 망국법인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느냐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우리 당내 거의 많은 의원이 반대를 했는데, 당시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자 반대하던 의원들이 모두 다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김 대표가 언급한 ‘당시 권력자’는 다름 아닌 박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의 발언이 전해지자 새누리당 당직자들은 귀를 의심했다”면서 “김 대표도 발언 배경을 묻는 의원들에게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운 것으로) 오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청와대와 친박계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만 청와대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 했다. 어떤 입장도 내지 않았다. 김 대표의 발언 후 청와대와 김 대표 측의 대화도 있었다고 한다”며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 보기에 당·청 간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 걱정스럽다. 여당 대표의 발언은 항상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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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7일자 8면
조선일보는 김 대표의 발언을 두고 “선진화법 같은 기형적 입법 뒤에 보스의 내리꽂기 공천과 계파정치가 있다는 지적”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그가 이런 말을 한 것이 선진화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것인지, 친박 진영에서 공격받고 있는 상향식 공천의 당위성을 주장하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면서 “그러나 여당 출신 국회의장과 친박 의원들이 선진화법을 놓고 충돌하고 있는 배경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선은 “정작 문제는 박 대통령과 친박 의원들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신년 회견에서 ‘(국회가) 동물 국회 아니면 식물 국회가 될 수밖에 없는 수준밖에 안 되는가 이거죠’라고 마치 남의 말 하듯 했다”며 “선진화법 개정 전에 먼저 필요한 것이 박 대통령과 친박 의원들의 자기반성과 사과다. 그래야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고 야당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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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7일자 사설
한편 김무성 대표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19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고 욕먹는 것은 선진화법 때문”이라며 4월 총선 전에 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였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관계에 대해 “일이라는 건 만나서 얘기해야 발전이 되고 시너지가 나오지 않나. 그런 뜻을 오래전부터 여러 번 전했지만 잘 안 됐다”며 “당의 미래나 나라의 미래를 위해 박 대통령은 꼭 성공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고 싶은 의지가 얼마나 강하겠나. 그런 좋은 뜻에서 권력 핵심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개헌과 관련해선 “다음 정권에서 해야 한다. 내년 대선 때부터 개헌을 공약으로 들고 나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내 지론은 대통령 4년 중임제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집권 기간이 길어야 한다. 5년은 너무 짧다. 그러니 의욕만 내세우다 잘 안 된 것이다”고 밝혔다.

공무원 시험에 사상검증 장치 ‘애국심’ 의무화

행정고시 등 모든 공무원시험에서 ‘애국심’을 핵심 평가기준으로 삼겠다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 개정안에 명시된 공직가치에는 입법예고 때와 달리 애국심·책임성·청렴성만 남고 민주성·공익성 등은 제외됐다. 이에 따라 애국심을 평가해 공무원을 뽑겠다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고 ‘사상검증’에 악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억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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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7일자 2면
정부는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애국심 등으로 공직가치를 명시하고 공무원의 공직가치 준수·실현이 의무조항으로 규정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은 ‘공무원은 애국심 등 공직가치를 준수하고 실현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무 조항’도 담았다.

한겨레는 “지난해 4월 인사혁신처가 5급 공채 면접시험에서 공직가치를 핵심적으로 평가하도록 시험 방식을 변경한데다 법 개정까지 완료되면, 애국심이 모든 공무원시험 면접에서 주요한 평가기준으로 활용될 전망”이라며 “문제는 애국심의 측정·평가 기준이 모호해 ‘사상검증 장치’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10월말 5급 공채의 공직가치관 평가 면접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원전 문제 갈등 세력’, ‘국가 체제전복 세력’ 등을 질문해 사상검증 논란이 일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진한 새마을운동·경부고속도로 등을 주제로 심화토의·면접 평가도 치렀다. 이 시험에서 응시생 30%는 낙방했다. 지난해 7월 9급 세무직 공무원시험에서도 응시생들한테 ‘애국가 4절 부르기’, ‘국기에 대한 맹세 암기’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는 “정부와 국가를 실질적으로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애국심이라는 추상적 관념을 법률에 의무로 규정하는 것은 공무원시험 응시생들은 물론 공무원들의 양심의 자유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가치 판단까지 강요하면 사상검증이나 다름없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의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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