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8일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한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의회에 압박을 가하면서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주요 일간지가 1면에서 이러한 비판을 제기했고,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 “국회를 건너뛴 대통령”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18일 미래창조과학부 등 6개 정부부처가 창조경제와 관련해 올 처음으로 대통령 업무보고를 발표했다. 경기 판교에 아시아판 ‘실리콘밸리’를 만드는 것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존’ 신설, 한국형 테마 복합리조트 신설 등이 포함됐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개인정보 관련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하며 기관이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하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해 논란이 예상된다.  

인천과 부천에서 학교 장기결석 아이들이 모두 부모로부터 감금당하거나 사망당한 사건이 일어나 아동학대 이슈가 다시 부상했다. 주요일간지는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는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했다. 

다음은 19일 조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저는 10년 차 ‘사축’입니다>
국민일보 <“主敵=北”20대, 통일 비관론 확산>
동아일보 <판교-상암 등에 80兆 투입…‘한국 실리콘밸리’로>
서울신문 <“가해 부모, 죽은 자식보다 직장 잘릴까 걱정”>
세계일보 <판교 ‘아시아 실리콘밸리’로 만든다>
조선일보 <국회를 건너뛴 대통령>
중앙일보 <기장군 출산 1위 만든 건 ‘반값 전세’>
한겨레 <국회 설득은 않고 거리서명 나선 박대통령>
경향신문 <아이 학교 안 보내도 내버려 두는 ‘의무 교육’>

박 대통령이 노동개혁법 등의 입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18일 경시 성남시에서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이 처리되지 않는 것에 대해 “나도 너무 애가 탔는데 당사자인 여러분의 심정은 어떻겠느냐. 힘을 보태려고 서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민간의 서명운동에 참여한 것은 전례가 없다. 19일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일부 장관도 서명에 참여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이러한 절차는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국회를 건너뛴 대통령’에 이어 사설에서도 “대통령은 민간 경제단체나 시민운동 세력과는 다른 입장”이라며 “대통령이 마치 입법과 아무 관련이 없는 관전자나 평가만 하는 심판처럼 행동하는 것도 모자라 길거리 서명 운동에 나선 것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 1월19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를 비롯해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직접 서명운동을 한 대통령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국회 설득 대신 경제계 이익단체들의 서명운동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야당대표와 단 한차례만 단독으로 만나는 등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미흡”라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정치를 포기하고 의회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박 대통령은 포퓰리즘에 기대 법치와 민주주의를 농락하고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역시 사설을 통해 박대통령의 서명운동 행위가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국정 시스템을 부정하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4‧13총선이 임박한 만큼 선거중립위반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 1월19일자 동아일보 사설.
 

이러한 와중에 동아일보 사설은 대통령이 서명을 한 것이 야당 독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대통령이 추운 날씨에 거리 서명까지 하는 지경이 됐으면 ‘야당 독재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등장한 이후 야당은 자신들 뜻에 맞지 않으면 법안 처리는커녕 심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설 말미에는 “대통령은 야당 탓만 하지 말고 ‘원죄’를 인정하고 아프게 반성했는가”라며 “길거리 서명운동보다는 야당 대표와 국회의장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아니 직접 찾아가서 호소하는 것이 대통령다운 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방통위 ‘비식별화’ 추진… 사전 동의 빌미로 개인정보 악용 가능성도
18일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6개 부처가 업무보고를 했다. 미래부는 판교에 ‘아시아판 실리콘밸리’인 창조경제밸리를 구축해 국내외 스타트업 유치에 나선다고 밝혔다. 정부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축으로 하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 대출 49조원, 보증 23조원, 투자 8조원 등 정책자금을 공급한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는 관련기사를 1면으로 배치했다.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 발표되자 벤처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국내의 친숙한 환경에서 먼저 해외 스타트업과 경쟁하면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일부는 정부가 나서 해외 스타트업을 불러들일 경우 국내 스타트업이 위험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일보는 1면기사에서 한 스타트업 대표를 인용해 “기존 산업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정책을 개선하고 스타트업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무보고 가운데 방통위와 금융위원회가 기업의 개인정보 활용 폭을 넓히는 ‘비식별화 조항’ 등 법 개정을 발표해 논란이 예상된다. 비식별화 조항은 개인정보라도 기업이 알아볼 수 없게 가공하면 본인 동의 없이도 판매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을 통해 기업이 개인정보를 활용할 경우 반드시 사전에 당사자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 1월19일자 한겨레 8면.
 

비식별화 조항을 추진하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개인정보 보호 환경에서 개인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한겨레는 이날 8면 기사에서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하거나 보험 계약을 할 때 기업은 치밀하게 계약서를 작성하는 반면 개인은 대충 읽고 동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계약서를 근거로 기업은 규제의 구멍을 빠져나갈 큼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해 230여억 원의 수익을 올린 혐의로 적발된 홈플러스가 이렇게 사전 동의를 얻었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아동 학대 종합대책’, 사후 처벌 가능하지만 예방 등 사전 시스템은 부재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으로 주요 일간지들은 학대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필요한 제도를 다시 한 번 점검했다.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과 지난달 벌어진 인천 아동 학대사건은 모두 장기 결석하는 아이들에게 벌어진 일로, 이 아이들은 정원 외 학생으로 분류됐지만 학교 차원에서의 소재파악은 이뤄지지 않았다. 

주요 일간지 가운데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아동학대와 관련된 이슈를 1면으로 배치했다.  주요일간지는 공통적으로 아이들이 부천 사건의 어린이처럼 장기결석을 하더라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제도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관련 법안을 살펴보면 취학연령에 입학을 안 시킨 경우에만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으나, 이마저도 실제로 집행된 적이 없다. 교육부는 17일 이에 대해 학교를 장기 결석한 아동의 보호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독촉장을 보내는 것 이상의 실효성이 있는 대책이 없다.  

   
▲ 1월19일자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는 1면 기사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시 처벌을 강화해 아동 교육권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2014년 정부가 발표한 ‘아동학대 예방 종합대책’에 장기결석 학생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경찰 개입과 가해자의 친권 제한을 명문화하는 ‘사후 대응체계’는 어느 정도 구축됐으나, 아동 학대 초기발견을 위한 사전 예방 체계는 부재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스톱! 아동학대’ 기획을 시작해 14면에 그 첫편 ‘준비 안 된 부모들’을 연재했다. 최근 10개 아동 학대 사건을 분석한 결과, 10건 중 6건이 부모의 양육태도 및 방법 부족이 원인이었고 그 뒤를 이은 것이 경제‧사회적 스트레스였다. 이에 중앙일보는 양육에 관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하고 법원이나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친권을 상실시키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쯔위 후폭풍’, 박진영 인권위 제소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가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의 사전 인터넷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는 이유로 공개사과를 시킨 것에 대해 한국다문화센터가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인권위에 제소했다. 다문화센터는 “17세 소녀가 모국의 국기를 흔드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박진영 대표가 중국 누리꾼의 과잉 반응에 굴복해 ‘사죄의 재판대’에 세우고 말았다”며 제소의 이유를 밝혔다.

   
▲ 1월19일자 경향신문 21면.
 

쯔위가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흔든 영상이 퍼진 것은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한 중국가수가 이를 인터넷에 올리면서부터다. 이후 쯔위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고, JYP엔터테인먼트는 쯔위와 함께 사과하고 쯔위의 중국 내 활동을 제한했다. 이러한 사건이 대만의 대선 시기와 겹쳐 대만 젊은이들을 대거 투표장으로 향하게 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한국일보는 19일 사설에서 “인터넷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몇 차례 흔든 행동이 중국과 대만에서 심각한 정치문제로 불거지고, 기획사가 공개 사과하는 모습을 보니 한중 문화교류의 토대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돌아보게 된다”며 “정치적 의도로 소녀의 단순한 행동을 과장하고 왜곡한 중국의 집단의식에 씁쓸함도 지울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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