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가 말하는 대북확성기 “유치하다”
탈북자가 말하는 대북확성기 “유치하다”
[인터뷰] 탈북자 A씨 “방송 나오면 북한 주민들 귀찮아지고 남북긴장만 조성해”

정부가 지난 8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8.25 합의로 중단된 지 136일 만이다. 북한이 이에 맞서 추가적인 군사도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북한에 맞선 심리전으로 보고 있다. 실제 언론에 등장하는 많은 탈북자와 전문가들은 확성기 방송이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의 마음에 동요를 일으켜 체제에 위협이 될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한 탈북자 A씨는 대북 확성기 방송에 효용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 주민과 군인들 입장에서 확성기 방송을 듣는 것이 탈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을뿐더러 확성기 방송으로 귀찮은 일만 생긴다는 것이다. A씨는 2011년 경 중국을 거쳐 탈북했다. 미디어오늘은 신원보호 차원에서 A씨의 구체적인 인적사항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 북한 핵실험에 맞서 남한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별로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진짜 외지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한국이 잘 산다는 것쯤은 북한 사람들도 다 안다.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개념은 없지만 우리보다 잘 살고 있고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것쯤은 안다. (확성기 방송은) 뭐라도 해야 하니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 정부는 확성기 방송을 들은 군인들 마음이 동요할 것이라 보는데
“군인들 마음은 이미 동요하고 있다. 마음의 동요가 문제가 아니라 올 수 있는 루트를 찾는 게 문제다. 오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정확한 정보가 없으니 선뜻 움직이지 못한다. 따라서 그 방송을 듣고 넘어올 결심을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통해 몰래 얻은 정보는 믿지만 저쪽에서 공식적으로 말하면 선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예컨대 미국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에서 미국소설을 읽으면 ‘미국은 이런 나라구나’라고 그 소설 속 내용을 믿지만 미국에서 나서서 ‘미국은 이렇다’고 하면 그냥 선전이라고 밖에 생각 안 한다”

- 북한에는 없는 노래를 들려주면 그 체제가 좋아 보인다는 게 군 당국의 논리인데.
“북한에도 선전대대라는 게 있다. 군인들 사기를 돋우기 위해 군인들 근무하는 데 가서 노래를 불러준다. 근데 군인들 입장에선 선전대대가 가서 노래 불러주는 동안 쉴 수 있으면 좋은데 군인들은 힘들게 일하는 데 옆에서 노래 부르면 시끄럽고 기분만 나쁘다. 북한 군인들은 군사 관련 업무만 하는 게 아니라 일도 하고 자급자족도 알아서 해야 한다. ‘노래 부르는 시간에 벽돌이나 한 장 더 날라주지’라고 생각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도 마찬가지다. 일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옆에서 노래 틀면 시끄러운 거다”

   
▲ 대북확성기. 사진=노컷뉴스
 

 
- 체제 선전 말고도 케이팝(K-POP) 노래도 많이 튼다.
“그거 무슨 가사인지 귀에 잘 들리지도 않는다. 영어도 섞여 있고 그래서. 나도 옛날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알았던 노래의 가사를 (탈북한 후) 지금에서야 제대로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도 사실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

- 대북 확성기 방송이 군인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나
“귀찮아진다. 안 그래도 할 일도 많은데. 이쪽에서 방송하면 북한도 맞대응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중요한 것은 북한은 정권 차원에서 뭘 하기로 마음먹었다 해도 정권이 모든 걸 지원해주지 않는다. ‘자력갱생’ 원칙에 따라 군인들이 알아서 스스로 맞대응해야 한다. 일만 늘어난다. 게다가 노래를 계속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흥얼거리고 콧노래도 나오는데, 그러다 걸려서 처벌 받는 경우도 있다”

- 하지만 한국 언론에는 확성기 방송을 듣고 탈북했다는 사람들이 인터뷰도 많이 하는데.
“극히 드문 경우라 생각한다. 나아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듣고 넘어오는 사람들이 많은지 그걸 듣고 따라 부르거나 해서 잡혀가는 사람이 많은지 그 비중을 한 번 따져보고 싶다. 방송을 듣고 넘어오긴 하지만 대부분 선전용 확성기 방송이 아니라 원산 같은 지역에서 잡히는 한국 채널을 듣고 넘어오는 사람들이다”

-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말인가
“애꿎은 북한 주민들만 피해를 본다. 만약 진짜 통일을 원한다면 일단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사는 것을 바라야 하지 않나. 그런데 (남한) 사람들은 북한 정권이 일단 무너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 북한 주민들이 희생을 해서라도 북한 정권이 무너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도대체 누가 그런 권한을 갖고 있나”

- 그런데도 한국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눈에 띠게 할 수 있는 대북전략이라곤 그것 밖에 없으니까. 북한 사람 입장에서 확성기 방송은 귀찮은 일이다. 남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북한 사람 입장에서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남북 간 긴장만 초래할 뿐이다”

- 확성기 방송이랑 비슷한 이유로 뿌리는 대북전단은 어떻게 생각하나
“종이쪼가리 때문에 사람들이 변해서 무너질 것 같았으면 진즉에 무너졌다. 북한에서는 자다가 일어났는데 사람이 없어지고 죽는 일은 다반사다. 그래서 관심도 없다. ‘어쩌다 걸려서 죽었지’라고 생각한다. 장성택 같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면 ‘왜 어쩌다 죽었지’라고 관심을 갖겠지만. 근데 자꾸 사람들 죽어간다고 대북전단에 써서 보낸다”

“그리고 대북전단지 줍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주웠다가 들키면 잡혀들어 가는데 그건 누가 책임지나. 사람들 눈길을 끌면서 북한을 상대로 뭔가 할 수 있는 게 전단지 밖에 없어서 그렇게 보낸다고 생각한다”

   
▲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8일 낮 12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 해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파주시 일대에서 K-1A1전차가 기동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 전단도 확성기도 아니라면 어떤 심리전을 해야 할까
“신뢰를 얻어야한다. 요즘 탈북하려고 한국 말고 중국에 가는 사람이 더 많다. 중국에 넘어가면 그 사람들이 잘 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한국에 대해선 그런 믿음 없다. 여기와도 차별 받는다. 탈북자들도 고향에 전화할 때 부모형제가 그리우니 넘어오라고 하지 여기가 살기 좋으니 오란 말은 안 한다. 여기와도 살기 힘드니 웬만하면 거기서 살라는 사람들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말하지만 내 생각에 이런 식으로 하면 통일은 쪽박이다. 통일대박론에 내용이 하나도 없다. 북한의 싼 노동력과 싼 토지를 이용하자는 건데 언제까지 북한의 노동력과 토지가 싸다고 생각하나. 북한에서 개방을 시작하면 한국이 거기 들어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북한 입장에서 남한과 적대적인 상황에서 돈 많이 주는 나라 들어오라고 하지 같은 민족이라고 한국 들어오라고 할 것 같나? 그만큼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 남한은 민주주의도 성공하고 경제도 성공했는데 유치하게 대북방송이나 하지 말고 북한에 대해 좀 더 어른스럽게 대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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