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광고천국’이 됐다. 방송 앞뒤로 붙는 광고와 흐름을 끊는 중간광고는 예삿일이다. 드라마나 예능에서 특정 카페상표가 노출되고 제품을 대놓고 사용하는가 하면 CG로 된 광고가 화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국민들의 시청권이 위협받고 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오히려 광고를 늘리고 새로운 유형의 광고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와 함께 2016년 업무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주제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통한 성장 동력 확충’이었고, 방송과 통신의 공공성을 위한 규제기관인 방통위는 사업자를 위한 규제완화로 귀결되는 ‘창조경제’ 정책을 쏟아냈다. 

방통위는 “방송광고 제작의 창의성을 제고하고 제작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찬고지ㆍ가상광고 등에 대한 광고ㆍ협찬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협찬고지의 경우 시간, 횟수, 방법 등 규제를 개선할 계획이다. 프로그램 방영 도중 CG로 나오는 광고인 가상광고 역시 허용범위와 방법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들 광고규제완화는 현재보다 광고노출 시간을 늘리거나 대상 프로그램 장르를 확대하는 등의 검토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방통위는 방송광고 금지품목도 조정할 계획이다. 현재 의료광고, 흡연광고, 도박광고 등이 금지돼 있는 상황에서 이들 광고의 허용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 MBC '무한도전' 간접광고 화면 갈무리.
 

지난해 지상파의 광고를 늘리는 광고총량제가 도입되고, 프로그램 방영 도중 CG로 나오는 광고인 가상광고가 기존 스포츠중계 프로그램에서 예능과 드라마 장르까지 확대되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시청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올해 방통위의 업무보고에 따르면 광고를 통한 시청권 침해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새로운 방송통신산업 창출’ 정책으로 개인정보와 위치정보 활용산업 활성화 계획을 밝혔다. 개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조치가 된 개인정보와 위치정보를 빅데이터산업에 활용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빅데이터의 특성상 특정 정보만으로 개개인을 식별할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들과 결합하면 언제든 식별가능해 개인정보 침해소지가 크다는 게 진보네트워크 등 정보인권단체의 견해다.

방통위는 ‘창조경제’를 강조했지만 정작 업계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사안에서는 ‘진흥’계획이 빠졌다. 무료 지상파채널을 늘릴 수 있는 지상파다채널서비스(MMS)에 대한 계획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상파다채널서비스는 주파수 압축기술이 발달하면서 지상파의 채널을 쪼개서 늘리는 개념으로 지난해 도입된 EBS2 채널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상파 채널이 늘면 종합편성채널 등 유료방송채널의 광고가 줄어들게 돼 종편 및 종편을 겸영하는 신문들이 반발해왔다. 

   
▲ 방송통신위원회 2016년 업무보고 자료.
 

시청률에 TV뿐 아니라 VOD, 스마트폰 등의 시청까지 포함하는 통합시청률 도입 논의는 구체화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는 “방통위는 TV외에 스마트폰, PC, VOD 등을 포함한 통합 시청률점유율을 시범조사하고, 조사 결과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업무보고에는 ‘통합시청점유율’이라는 말이 빠졌다. 대신 방통위는 “시청행태를 반영한 콘텐츠의 가치측정 방안마련”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썼다. 통합시청률이 도입되면 젊은시청자가 많은 JTBC나 CJ계열 채널의 시청률이 올라가는 반면 중장년층 시청자가 많은 채널의 시청률은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매체간 합산 비율이나 시청기간 등 집계방식에 따라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이 같은 변수에 따라 사업자별 광고단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방통위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날 방통위는 변화하는 미디어환경에 발맞춘 정책을 선보이기도 했다. 방통위는 OTT(인터넷기반방송) 등 신유형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인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며 1인 미디어기업을 발굴해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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