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해설위원의 논평이 SNS 상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13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해 호평 일색의 논평을 내놨기 때문이다. ‘짜고 치는 기자회견’이라는 지적과 함께 “남 탓만 했다”는 비판 여론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백운기 KBS 해설위원은 지난 14일 ‘뉴스광장’에서 ‘소통이 해법이다’라는 제목으로 논평을 했다. 

백 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한걸음 다가왔다”며 “이번 기자회견은 시기도 적절했고 내용도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했다. 

   
▲ 백운기 KBS 해설위원은 지난 14일 ‘뉴스광장’에서 ‘소통이 해법이다’라는 제목으로 논평을 했다. ⓒKBS
 

백 위원은 “대국민 담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바로 ‘국민’이었다. 38번이나 됐다”며 “국민을 상대로 직접 정치를 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은 기자회견으로 표출됐다. 대국민 담화에 소요된 시간은 31분이었지만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문 답변은 1시간을 넘겼다”고 했다. 

사전 질문지가 유출되는 등 ‘사전 각본’ 논란이 또다시 일었지만, 백 위원은 “열세 명이나 되는 기자들의 질문을 모두 소화했다”며 “거의 모든 현안이 망라됐다”고 추켜세웠다.

백 위원은 또 “주제가 무거운 만큼 긴장된 분위기 속에 시작됐던 기자회견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좀 더 자연스러워지고 편안해졌다”며 “대통령은 ‘질문이 너무 많지만 내가 머리가 좋아서 다 기억한다’는 농담도 했다. 기자회견장에는 웃음이 넘쳤다”고 전했다. 

백 위원은 “기자회견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어쩌면 국민들이 보고 싶어 하는 기자회견, 국민들이 원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라고 했다. 

   
▲ 백운기 KBS 해설위원은 지난 14일 ‘뉴스광장’에서 ‘소통이 해법이다’라는 제목으로 논평을 했다. ⓒKBS
 

그는 “이런 모습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주 만나야 한다. 얘기를 자주 해야 한다”며 “그럴 때 편안해지고 신뢰도 쌓인다. 정치권을 향한 날선 비판 백번 보다 ‘에휴’ 하는 한숨 한 번이 훨씬 더 강한 울림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백 위원은 “집권 4년 차에 접어든 박 대통령이 소통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매우 바람직스러워 보인다”며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은 역시 소통만이 해법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백 위원의 이러한 논평에 대해 언론계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온다.

MBC에서 해직된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는 15일 “길환영 사장 시절 출세가도를 달리다 길씨와 함께 미끄러져 해설위원을 하고 있는 백운기 KBS 해설위원이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역대급’ 찬양을 했다”고 했다.

최 앵커는 “그가 이 해설 하나로 수렁에서 건져질지 두고 봐야겠지만, 수렁에서 더욱 단련됐을 손바닥 비비기 신공의 공력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 KBS 내의 다른 경쟁자들을 상당히 긴장시킬 ‘한 수'”라고 비판했다. 

KBS 기자 출신인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도 “이른바 김인규의 호위무사로 유명했던 광주출신의 백운기씨”라며 “이번에 대통령 기자회견에 관해 KBS에서 역대급 뉴스해설을 했다. 김인규씨가 전두환 찬양 보도하며 민정당을 극찬했던 모습과 오버랩된다”이라고 비판했다.

   
▲ 지난 2009년 11월 24일 오전 김인규 당시 신임 KBS 사장의 첫출근 때 조합원들에 의해 막히자 백운기(오른쪽 선글라스 착용) 위원은 몸소 김 사장을 호위하며 안전한 곳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백 위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보 출신인 김인규 전 KBS 사장이 선임되기 전인 2008년 “적어도 ‘KBS에 대한 사랑’ 만큼은 금메달을 한아름 안겨줘도 부족함이 없을 사람이라는 데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다”며 김인규 전 사장을 ‘찬양’하는 논조의 글을 사내 게시판에 실명으로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백 위원은 2009년 11월24일 노조의 ‘김인규 출근저지투쟁’에 맞서 선글라스를 끼고 김인규 신임 사장을 호위하기도 했다. 김 전 사장은 취임 이틀 만에 당시 백운기 탐사보도팀 기자를 본사팀장급인 비서실장에 앉히며 보답했다.

백 위원은 시사제작국장이던 2013년, KBS ‘추적60분’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 편을 방송 이틀 전 보류시켜 논란을 빚었다. 2014년 5월에는 청와대의 외압, 길환영 전 사장의 방송 개입을 폭로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자리를 대신했다.

당시 KBS노동조합은 “백운기 KBS 신임 보도국장이 청와대 근처에서 모 인사와 접촉했다”며 후임 보도국장 인선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과 백 위원이 긴밀한 관계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KBS 기자들은 “시사제작국장으로 재임하면서 공영방송의 보도책임자로서 부적절한 인물임을 스스로 증명해왔다”며 백운기 보도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백 위원은 일주일여 만에 보도국장직에서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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