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위기’가 화두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난해 주요언론사의 매출실적은 사상최대 수준이었다. 문제는 왜곡된 언론시장에서 경제적인 ‘성공’이 곧 저널리즘의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 같은 성공은 독이 될 수 있다. 미디어오늘과 커뮤니케이션북스가 지난 14일 오후 카톨릭청년회관에서 개최한 ‘디지털혁신과 저널리즘 가치회복’ 토론에서 패널들은 경제적인 성공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상최대매출? “저널리즘 황폐화 될 것”

광고나 협찬수주가 늘었다고 해서, 홈페이지 접속자수를 늘렸다고 해서 저널리즘의 위기가 해결된 건 아니다. 김익현 지디넷미디어연구소장은 “국내언론시장은 특수한 상황이다. 자유경쟁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좋은 기사를 쓰고, 독자들이 열광하면 돈을 버는 구조와는 무관하게 흘러간다. 많은 매체들이 엄청난 실적을 올렸지만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미디어오늘과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지난 14일 혁신저널리즘 컨퍼런스를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오늘날 언론사들의 ‘성공’은 독자 없는 성공이라는 점에서 위험하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뉴스의 외연은 넓어지고 있지만 독자는 언론을 떠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독자에게 기존 언론이 만드는 건 뉴스가 아닌 게 됐다. 피키캐스트, 허핑턴포스트, 친구가 페이스북에 링크와 함께 쓴 코멘트가 곧 뉴스”라며 “독자들이 새로운 미디어를 찾는데 우리는 낡은 상품, 낡은 수익모델에 묶여있고 유착과 타협을 통한 기형적 수익모델에 의존하는 상품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언론사 매출신장이 혁신을 가로막고 저널리즘에 ‘독’이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석태 SBS뉴미디어실장은 “기존 언론사가 지난해 시장성공을 했기 때문에 사용자 편의를 중시하고 기술적 진화를 해야 할 필요성을 더 느끼지 못하게 해 결과적으로 역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절박하지 않으니 그만큼 혁신을 외면한다는 이야기다. 심석태 실장은 또 “이용자를 불편하게 하는 광고, 어뷰징으로 돈을 번다. 이런 기사로 10만 클릭 100만 클릭 유도했다고 치자. 그만큼 이용자들은 네거티브한 경험을 가져가고 결국 시장 전체가 황폐화된다”고 덧붙였다.

언론은 무엇을 바꿔야 하나

왜 혁신을 하지 못하는가. 패널들은 조직에서 답을 찾았다. 이정환 국장은 “한국의 언론사들은 매우 커서 비효율적이다. 차별성없는 똑같은 뉴스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환 국장은 “사실을 취사선택하는 순간부터 보도에는 주관이 개입되지만 객관적인 척하는 저널리즘이 최선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고, 그렇게 성장하도록 시스템이 돼 있는 점이 문제”라고 부연했다.

‘좋은 기사’를 만들기 위해 조직이 ‘전문기자 제도’를 전폭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익현 소장은 “언론사는 제너럴리스트를 뽑는다. 좋은 기사는 전문성이 있어야 하지만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개인이 노력을 따로 해야 한다. 언론사들이 대기자, 전문기자 제도를 도입한 적이 있다. 대부분 실패했다. 전체적으로 회사의 방향이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직’이 모든 걸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박사는 “미첼 스티븐스가 지혜의 저널리즘을 이야기했는데, 객관주의 저널리즘의 경험과 성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즉, 객관주의는 기본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인정 받는 전문기자들은 개인의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한 결과 전문성을 쌓게 됐다. 조직의 문제도 있지만 개인의 역량을 무시해놓고 조직이 무조건 다 해야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지영 오가닉미디어랩장은 ‘타겟팅’을 강조했다. 그는 “이용자가 왜 없어졌나. 불특정 다수라는 그룹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특정다수한테 기사를 쓰기 때문에 객관화하고 획일화된다. 그러면 누구에게 기사를 쓸 건가?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단 하나의 가치를 만들고, 이에 맞는 이용자들과 소통하면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윤지영 오가닉미디어랩 소장. 사진=이치열 기자.
 

 
“민주주의 위한 저널리즘, 기술이 돕는다”

저널리즘의 가치회복을 논하면서 저널리즘의 정의에 대한 견해가 오갔다. 이성규 블로터미디어랩장은 “언론사의 위기가 곧 저널리즘의 위기인가? 아니라고 본다, 저널리즘에 빠져서는 안 되는 키워드가 민주주의라고 늘 생각을 해왔다. 저널리즘이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법이 ‘기술’에 있다고 봤다. “뉴스는 이용자 친화적이어야 한다. 흥미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흥미를 한국의 언론사나 기자들은 천박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피키스럽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성규 랩장은 “기사가 정치적 효능감이 높고 참여가 높아야 민주주의에 보탬이 되는데, 사람들을 내용에 몰입시키도록 하는 게 바로 기술적 장치다. 많은 함의와 통찰 담은 기사는 길어진다. 그래서 이걸 읽게하기 위해 스노우폴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성규 블로터미디어랩장. 사진=이치열 기자.
 

윤지영 오가닉미디어랩 대표가 정의한 저널리즘은 ‘시간’이다. “저널리즘이 다 같은 기준일 필요는 없다. 기준은 각자 다르다. 그러나 전체의 기준을 통합하는 기준은 반드시 존재한다. 나는 그게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에게 가장 희소한 가치인 시간을 줄여줄 수 있는 코텐츠가 중요한 거다. 그런 기사라면 기꺼이 투자한다. 단순히 기사를 읽는 시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긴 기사도 흥미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학계의 현실을 돌아봤다. 그는 “냉정하게 말하면 학계도 뉴스가 뭐냐, 뉴스의 본질이 무엇이어냐 하느냐, 저널리즘 위기의 실체가 무엇이냐, 이런 고민을 많이 하지 않는다. 고민하더라도 사회적인 보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뉴스는 기호품에서 이제 필수적인 제도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 제도를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더 좋게 만들고, 제 기능을 하게 만들건지가 질문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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