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누리과정을 왜 국가가 책임지지 않느냐’는 지적에 “지방정부도 국가의 한 축”이라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1일 오전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누리과정을 비롯한 보육대란 사태, 초이노믹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앞서 5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시도교육감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공통과정) 예산을 미편성하는 것은 엄연한 직무유기”라며 법적 고발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국시도교육감은 정부와 국회가 누리과정에 대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대선 공약사항이었는데도 정부가 지난해 10월 지방재정법 시행령에서 누리 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도록 개정했고, 이를 근거로 교육청이 자체 예산을 편성해야한다고 압박하는 ‘꼼수’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 신임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이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 기재위 소속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누리과정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이 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공약집에 무상보육을 국가가 책임질테니 아이를 낳아달라는 내용이 있고 태어나서 5살까지 보육을 국가가 완전 책임지겠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런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유 후보자는 “누리과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것은 문제이지만 약속의 미실천여부를 떠나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고 확답을 피했다.

박 의원이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재차 질의하자 유 후보자는 “광범위한 (의미의) 국가다. 지방정부도 국가의 한 축”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재반박했다. ‘지방정부도 국가’라는 유 후보자의 다소 황당한 답변에 몇몇 야당 의원들은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또한 유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 공약을 잘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기재위 소속 김관영 의원은 “대선 때 제시한 경제민주화 공약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유 후보자는 “상당히 노력해서 진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민주화 관련해 집권 이후 20개의 국정과제를 내놓았고 그 중 13개는 이미 입법을 완료했다”며 “아직도 7개 입법은 추진 중인데 이것도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관영 의원은 “정부의 평가와 다르게 시민단체나 야당 평가하는 경제민주화에 관한 정부의 실천정도는 대단히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후보자는 “대기업의 순환출자가 줄었고 하도급법 위반행위가 줄어드는 성과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3년 간 노력을 했음에도 경제 실적이 국민들의 체감과 괴리 될 수 있다고 본다”며 “공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지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고, 대외환경이 생각지 못하게 불리한 요인도 있었다. 입법하고자 한 것이 입법되지 않은 요인도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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