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출마가 점쳐지고 있는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외교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이 전부 다 (테이블로) 들어가면 협상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한국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협상 결과를 평가했다. 

국가간 협상에서 ‘이해 당사자’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요구를 수렴·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여론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이 전 위원은 지난 7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썰전’에서 이와 같이 주장하며 한국 정부가 소기의 성과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 7일 방송된 JTBC 썰전 ⓒJTBC
 

이 전 위원은 “국가적 조약이나 협의 과정에서 위안부 할머니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협상 과정 중에 하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원칙대로 협의를 했다고 하면, (이후) 그에 대한 내부(국내)적으로 설득 과정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패널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이 전 위원의 발언 가운데 ‘이해 당사자’란 표현을 지적했다. 

이 소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은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 피해 당사자”라며 “멀쩡한 나라에서 나쁜 놈들이 납치해간 것 아닌가. 나라 망한 피해를 할머니들이 본 건데, 국가가 이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피해 당사자에게 물어보지도 않은 채 합의해놓고 이제와 ‘할 만큼 했다’는 것이 맞는 태도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위원은 “외교부 협상 당국자들이 (외교 테이블로) 들어가면서 할머니들의 요구 조건을 몰랐겠느냐”며 “이렇게 정부가 100% 만족하지 못하는 협상을 하게 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는 상황에서 (이전 정부들이) 협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 7일 방송된 JTBC 썰전 ⓒJTBC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한국 정부의 불통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29일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서울 연남동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쉼터를 찾아 협상결과를 설명하자 김복동(89) 할머니는 “협상하기 전에 당사자인 우리 얘기를 들었어야 했다”며 “우리에게는 말 한마디도 없이 정부끼리 뚝딱 해서 타결됐다고 하면 되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 전 위원은 또 “국민으로서 할머니들이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시게 되는 점을 죄송스럽게 여겨야 한다”면서도 “소기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에 대해 평가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느 정부도 이러한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위원이 위안부 협상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까닭은 일본이 위안부 문제가 군의 관여 하에 벌어진 것이라고 인정했다는 데 있다. 

이 전 위원은 “군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측면에서 일본이 보상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 “그동안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이 갖고 있던 입장은 (위안부는) (민간)업자들이 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비록 ‘군’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당시는 군이 지배하는 사회였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은 “(이철희 소장은) 총리 대신이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보느냐”며 “그렇게 하면 외교는 교착될 수밖에 없다. 총리의 사죄가 가능하다고 보는 순간…. 할머니들이 한 분 한 분 돌아가시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박 정부가 일본에 강경한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이 정도 협상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위원은 ‘소녀상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소녀상이 철거되면) 제가 촛불 들고 나가서 박근혜 정부를 규탄할 것”이라며 “발생하지 않을 일인데 너무 과도하게 생각하고 있다. 관련 단체와 협의를 거치겠다고 했을 뿐 물리력을 행사해서 철거하겠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전했다. 

   
▲ 7일 방송된 JTBC 썰전. ⓒJTBC
 

반면 이 소장은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과 대화해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어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본인 생각을 얘기하고 설명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소장은 “대통령이 본인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서는 소녀상을 찾아 재협상 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두 패널은 썰전에서 하차했다. 앞서 썰전 제작진은 “두 패널이 최근 4월 총선 출마 후보로 정치권에서 이름이 거명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 하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첫 회부터 148회 동안 패널로 프로그램을 이끈 이 소장은 “썰전을 하면서 새롭게 태어난 것 같다”며 제작진에 감사를 표했다. 이 전 위원은 “(그동안) 상당히 재미있었다. 즐겁게 할 수밖에 없었던 방송이었다”며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서든지 할 말은 하고 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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