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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죄로 체포되면 간첩이지, 간첩을 뭐라고 얘기합니까”
“간첩죄로 체포되면 간첩이지, 간첩을 뭐라고 얘기합니까”
방통심의위 말말말… 성소수자 차별, 성희롱 발언엔 “기분 좋았을 것 같은데”

A : 저는 의견진술을 하러 나오신 분의 생각이나 정체성이 무엇인지 먼저 확실하게 알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동성애를 다룬 이 부분을 밀어붙이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사회적인 파급 효과를 노리거나 본인의 소신과 상당히 관련 있는 프로그램 제작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B : 지금 동성애에 대한 제 견해를 물어보는 것인가요?

A : 확고한 본인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지난해 여고생 간 키스 장면을 내보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박효종 위원장)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 심의 중 오갔던 대화다. 

A의 장본인은 방통심의위에서 방송내용을 심의하는 방송심의소위원회의 김성묵 위원장이고, 김 위원장에게 추궁(?)을 당하고 있는 상대(B)는 ‘선암여고탐정단’ 제작 총괄을 맡은 여운혁 JTBC 책임PD이다. 

정부여당 추천의 김 위원장은 이날 해당 방송 장면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윤리성·품위유지·성표현·어린이 및 청소년의 정서함양)을 위반했다며 제작진 의견진술을 들으면서 여 PD의 제작 의도를 캐묻고 성 정체성까지 검증하려 든 것이다.

   
지난해 2월25일 방송된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제재를 받았다.
 

더욱 가관은 이날 심의에서 또 다른 정부여당 추천의 함귀용 심의위원의 발언이다. 함 위원은 이 드라마 장면에 ‘경고’ 의견을 내면서 “성 소수자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있어서 다수와 다른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미국정신의학회는 이미 1973년에, 세계보건기구 또한 1990년 질병 분류 목록에서 동성애를 삭제하며 성적지향이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 아니라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성소수자 단체뿐만 아니라 법률·인권단체도 “심의위원들의 성소수자 혐오가 난무했을 뿐 아니라 동성애에 대한 제작자의 입장을 검증하려 들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방통심의위에서 지난 2014년 6월부터 3기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심의위원들 역시 숱한 ‘막말’과 황당 발언으로 국민을 실소케 했다.

함귀용 위원의 경우 2014년 12월 채널A ‘뉴스 특급’에 출연한 패널의 ‘유우성 간첩’ 발언을 심의하면서 당시 2심까지 국가보안법 무죄 판결을 받은 유우성씨에 대해 “간첩죄로 체포된 사람이 간첩이지, 간첩을 뭐라고 얘기합니까”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간첩죄로 체포된 것만으로도 유씨를 간첩이라고 지목한 것은 객관성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황당한 주장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유씨의 국보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고 최종 판결했다. 

   
지난해 2월 방송된 KBS 다큐멘터리 <뿌리깊은 미래> 화면 갈무리.
 

심의위 ‘어록’을 남길 정도로 논란 발언이 유독 많았던 함 위원은 지난해 9월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 코너에서 여성 출연자들이 제식 훈련을 담당한 교관에 대해 ‘엉덩이가 화나 있다’는 등 남성 교관의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한 화면과 자막 등을 여러 차례 보여주는 내용을 심의하면서도 성희롱에 대한 편향된 인식을 보여줬다.

그는 “여성을 대상으로 저런 식으로 희롱하면 성희롱적 발언이라고 하는데 저 (남자)부사관은 저 얘기 듣고 기분 좋았을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성인 심의위 사무국 팀장에게 “담당 팀장이 보기에는 어때요?”라고 묻기까지 했다.

‘정치심의’ 논란으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심의위는 최근 집회·시위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복면금지법’을 풍자하는 사극 콩트를 방송한 tbs 교통방송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에 대해서도 행정지도를 내렸다. 

당시 야당 추천의 박신서 심의위원은 “풍자라는 건 사회의 이상 현상에 대해 대중에게 알리는 소통 과정이기도 하고, (권력을) 희화화하고 비틀면서 대중의 정서를 위로하는 역할도 있다”며 ‘문제없음’ 의견을 냈지만, 고대석 심의위원은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경찰의 헬멧과 시위대의 복면을 비교하는 건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고 위원은 지난해 2월 KBS가 6·25 한국전쟁을 다뤘다가 이인호 KBS 이사장이 문제를 제기한 후 심의위로부터 법정제재를 받은 다큐멘터리 ‘뿌리깊은 미래’를 심의하면서도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한강 다리 폭파’ 지시 관련 내용에 대해 “이런 부분도 ‘북괴군의 남침 저지를 위해서 군관계자가 고육지책으로 그렇게 했다. 그러다보니 피난민들도 희생되었다’ 이렇게 했으면 간단한 것”이라며 두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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