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 경영진이 새해부터 성과연동형 연봉제와 정치중립을 강조하는 사규개정을 추진하며 기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임금과 사규로 연합뉴스 기자들의 자기검열을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노황 사장 이하 연합뉴스 경영진은 지난 31일 ‘회사의 경영사정 및 개별 근무평가 결과에 따라 기본급(연봉사원은 기본임금) 인상률을 차등할 수 있으며 인상률은 사장이 정한다’는 내용을 급여규정에 신설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이 방침에 애초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사측이 일방 공지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올해 입사자부터 이 규정이 적용된다고 밝혔으나 연합 노조는 4일 “성과연동형 연봉제가 신규 입사자에 한정해 시행된다 해도 공정한 평가지표가 없기 때문에 부당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연합 노조는 “성과를 계량화하기 힘든 언론사 특성상 공정한 평가지표를 만드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언론계에선 연봉제가 언론인들의 자기검열과 성과주의로 이어지며 언론보도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어 문제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연합 노조는 “부패한 권력에 매서운 비판을 위해선 때에 따라서는 데스크와 맞설 수도 있는 것이 기자의 본분일 텐데, 평가가 임금과 직결된다면 미운 털이 박히는 것을 감수하고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고 우려했다. 

   
▲ 연합뉴스 사옥.
 

연합 노조는 “성과연동형 연봉제는 결국 데스크의 입맛에 맞는, 더 나아가 권력의 입맛에 맞는 기사만 양산해 결국 연합뉴스의 경쟁력을 해치는 독이 될 것”이라 비판했다. 연합뉴스지부 관계자는 “사측은 노조가 반대하니까 신입에게만 적용하겠다는 입장인데 사규에는 그런 단서 조항이 없어 모든 사원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인식되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고 만들어진 사규는 그 자체로 무효”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한 상황이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경우 노조 동의가 필요하다. 

연합뉴스 사측은 또 ‘대내외적으로 회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행위 등’을 사규의 복무규정상 금지사항에 추가했다. 이는 사실상 내부비판이나 표현의 자유를 차단하는 조치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연합 노조는 “현 사규로는 노조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을 문제 삼기 어려워 부랴부랴 무리하게 징계 사유를 신설한 것 아니냐”고 비판한 뒤 “사원들에게 사회 현안에 대해 아예 입을 다물라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연합 노조가 지난해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하자 사측에서 노조위원장을 감봉1개월 징계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사측 관계자는 노조 측 비판에 대해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일축한 뒤 사회 현안에 입을 다물라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사적인 영역까지 금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연합뉴스가 매년 300억 이상 정부구독료를 받는 상황에서 ‘정치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는 모호한 조항이 자칫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자들의 비판을 차단·검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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