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잘했다’는 국민 의견이 다수라고 보도한 SBS의 여론조사 보도에 대해 여론과는 괴리된 여론조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1일 SBS는 “'한일 위안부 합의' 잘했다 53%… 잘못했다 40%”리포트를 통해 여론조사기관 TNS코리아에 의뢰해 지난 29~30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를 혼합한 방식으로 실시했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해당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12.9%, 허용오차는 신뢰수준 95%에 ±3.1%p다. 

SBS가 실시했던 이번 설문조사 결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간의 합의를 놓고 잘했다는 응답이 53.3%로 과반수를 넘었다. 반면 ‘잘못했다’는 의견은 40.4%로, ‘잘했다’는 의견보다 12.9%p나 낮게 나타났다. 

   
▲ 지난12월31일 SBS8뉴스 리포트 갈무리.

이러한 설문조사는 위안부 협상 이후 시민들의 합의 규탄집회가 연이어 열리는 상황과 ‘밀실굴욕협상’이라며 야당에서 합의 무효까지 언급하고 나서는 상황을 고려해보면 다소 이례적인 결과다. 

이번 여론조사의 결과가 '잘했다'는 의견이 다수로 나온 이유는 한일 간의 협상문을 기반으로 한 설문 문항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SBS 측이 공개한 여론조사 문항에는 이번 합의에 대해 일본이 책임을 인정하고 아베 총리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며 일본 정부 예산으로 명예회복과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내용이 자세히 실려있다. 또한 우리 정부는 일본이 합의를 이행할 경우 위안부 문제를 다시 거론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질문에는 현재 시점에서 위안부 합의 내용 중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번 합의에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종료됐다고 선언했다는 점과 일본 측의 주일 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무효 주장 등에 여론의 반대가 거세게 일고 있는 지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SNS를 통해 “이렇게 질문을 했으니 찬성이 당연히 더 높게 나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 SBS가 TNS코리아에 의뢰해 실시했던 한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 평가 설문지 갈무리.

또한 이번 위안부 합의가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라는 또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는 점도 여론과 괴리된 여론조사가 아니냐는 비판에 한 몫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31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잘못했다’고 보는 국민 의견이 50.7%로 집계된 것이다. ‘잘했다’는 응답은 43.2%에 그쳤다. 해당 조사는 30일 전국 19세 이상 50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4.4%p다. 

리얼미터의 설문 문항은 TNS코리아의 설문조사 문항과는 달리 합의 내용보다 합의에 대한 찬반 여론이 엇갈리는 상황에 대해서만 설명했다. 

리얼미터 측에 따르면 이번 위안부 합의 관련 여론조사 문항은 “지난 28일 한국과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최종합의했다. 한편에서는 기존 합의안 중에 가장 진전된 안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후퇴한 안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선생님께서는 이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다. 

이에 대해 이번 설문을 실시했던 TNS코리아 사회조사본부의 고태영 부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설문지 내용은 TNS코리아에서 만든 것으로 설문지를 설계하던 시점은 28일 위안부 합의 당일이었으며 당시 여론이나 협상의 문제점, 일본 언론의 반응 등은 반영할 수 없었다. 당시 확인된 팩트로 설문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공식 자료 중심으로 질문 문항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도 시점과 내용에 대해서는 좀 더 섬세한 검토가 있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설문지에서 회담결과 중 일본정부가 위안부 문제 책임을 인정했고, 아베 총리가 피해자에게 사과했으며 일본 정부 예산으로 명예회복과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는 긍정적인 면 세 가지를 설명한 반면 위안부 문제를 다시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는 부정적 측면 한 가지만 거론했다. 합의 내용을 자세히 모르는 사람이 들었으면 긍정적 답변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의도적인 왜곡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각에서 그런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설문조사 결과가 독자들이 느끼는 여론과 다소 괴리돼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이번 위안부 합의는 여론조사 결과가 어떻느냐가 매우 중요하므로 좀 더 객관적으로 질문을 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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