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이 철거되지 않는다면 기 합의된 10억 엔(약 97억 원)을 거출(拠出)하지 않을 의향을 내비쳤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31일 <日 정부 “소녀상 철거, 자금 제공 전제”…아베 수상 ‘강한 의사’>라는 기사에서 이같이 전하며, “소녀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 부담을 실행한다면 국내 여론의 이해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철거를 자금 거출의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수상의 ‘강한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고 정부 소식통이 밝혔다”고 덧붙였다. 

교도통신은 “이러한 구상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협의에서 한국 측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 측 의향이 명확히 알려지는 것을 통해 한국 여론이 경직돼, 양국 정부의 대책 추진과 자금 거출을 포함한 합의 이행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한 교섭에서 아베 수상은 소녀상 철거를 자금 거출의 조건으로 제시할 것을 지시”했는데 이는 “한국 측이 위안부 문제를 다시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장 중시하는 관점에서 소녀상 철거를 한국의 행동에 대한 ‘담보’로 규정한 것”이라는 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 포커스뉴스
 

교도통신은 “정부소식통은 ‘한국 정부도 소녀상 철거가 10억 엔 거출의 조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이 국내 여론을 설득하고 두 번 다시 이 문제를 재론하지 않는다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할 수 있을지 여부가 다음의 초점’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도 이날 “일본 정부가 일본 대사관 앞의 위안부 동상이 철거될 때까지 한국 정부가 위안부 지원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치하는 새로운 재단에 정부 예산 10억엔을 출자하지 않을 방침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30일 알려졌다”며 “이러한 정책은 28일 외교 장관 회담과 사전 협의에서 한국 측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외무 장관 회담에선 합의 내용의 자세한 사항은 밝혀지지 않은데다 공식적인 합의 문서도 생성되지 않았다”며 “(위안부 동상 철거는)한국 정부가 국내 여론에 밀려 몇 번이나 손바닥을 뒤집어왔기 때문에 ’불가역적인 해결’을 위해 위안부 동상 철거라는 명확한 행동을 촉구하는 목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이번 한일간 합의에서 소녀상 철거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것은, 외무장관 회담에 앞서 일본 정부 당국자들이 표명해 온 일관된 메시지에 비춰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베 신조 총리 역시 이미 지난 11월2일 한일 정상회담 당시 박 대통령에게 직접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던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일본이 주시하고 있는 소녀상 철거 여부는, 한국 정부가 국내의 반발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이자 향후 위안부 문제를 재론하지 않겠다는 계약의 담보인 셈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31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내 여론의 반발을 유언비어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마치 정부가 잘못 협상한 것 같이 여론을 조성해나가는 것은 결코 얼마 남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와 관련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해 “(정부는)위안부 문제가 공식 제기된 후 무려 24년 동안이나 해결하지 못하고, 한일관계의 가장 까다로운 현안 문제로 남아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협상을 타결했다”며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재단을 조속히 설립하여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삶의 터전을 일궈 드리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녀상 철거를 전제로 돈을 받았다는 등 사실과 전혀 다른 보도와 사회혼란을 야기시키는 유언비어는 위안부 문제에 또 다른 상처를 남게 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면 “이 문제는 24년 전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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