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6일 쟁점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에서 릴레이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중 테러방지법은 의견 차가 커 연내 처리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테러방지법은 부작용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채 청와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보수성향의 언론이 지원하는 모양새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23일 이 법과 관련한 기사를 분석했다.

테러방지법은 총 12개에 이르는 법안인데 크게 대테러기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FIU(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등으로 나뉜다. 대테러기본법은 통신내역, 카톡, 출입국 내역 등, 사이버테러방지법은 인터넷 망을 볼 수 있는 법이고, FIU법은 법원 영장 없이 특정인의 계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법이다. 

   
▲ 지난 8월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군, 경찰특공대, 119특수구조대 등 관계자들이 테러 및 재난대응 종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하지만 이 법은 문제점이 많다. 일단 방지해야 할 ‘테러’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민언련은 “정부가 하는 일을 반대하는 행위가 테러 예비행위로 규정되거나 정치적 반대파의 집권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국정원에 대한 투명한 감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민언련은 “대선개입, NLL 대화록 유출, 해킹프로그램 구매 의혹이 있는 국정원이 국가 권력 중심부에 ‘똬리’ 트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새누리당과 정부는 야당에 테러방지법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이 법 직권상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민언련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약 한 달간 ‘테러방지법’ 보도는 조선일보가 31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향신문(27건), 한겨레(21건), 중앙일보(20건), 동아일보(17건) 순이었다. 하지만 조중동은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보도로 일관했다. 

스트레이트 기사로 군불떼기

일단 테러방지법에 대해 설명하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18일 조선일보는 “당하면서도 못 고치는 한국인들의 테러 불감증”이란 기사에서 “9·11 테러 직후 미국·영국 등 선진국 대부분이 (테러방지) 관련법을 대폭 정비했던 것에 비하면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라며 “직무유기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 11월19일 동아일보 3면
 

중앙일보도 지난달 16일 “테러 안전지대 아닌데 법도 못 갖춘 대한민국”, 동아일보는 지난달 19일 “IS 추종자 활개 치는데도 테러방지법 뭉갤 참인가” 기사를 통해 대한민국에도 테러 위협이 있으니 테러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동아일보는 위 기사에서 “국정원은 2013년 통합진보당의 RO(혁명조직)를 수사할 때 RO 수뇌부가 대포폰을 쓰는 것을 알면서도 통화 내용을 감청할 수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미비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국정원에 힘을 실어줬다. 심지어 동아일보는 지난달 20일 “테러혐의 외국인, 민노총 집회에”를 통해 민주노총을 테러집단과 연결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 11월20일 동아일보 1면
 

국정원 직원이 직접 나서

조선일보에는 전·현직 국정원 직원의 칼럼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전옥현 서울대 초빙교수(전 국정원 제1차장)의 칼럼 “테러와의 전쟁, ‘나 홀로 싸움’은 필패다”을 통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국정원이 아닌 제3의 국가기관에 위임하면 테러 정보의 입수 전파와 실제 대응조치 사이의 시간차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이 신문에는 이병호 국정원장이 “국제 테러세력이 노리는 급소가 되려난가”라는 글을 통해 “정치적 논란으로 테러 예방을 위한 기본적인 제도도 마련하지 못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국민의 안전 문제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테러방지법은 천부인권?

테러방지법 관련 주장 중 하이라이트는 지난달 17일 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의 중앙일보 칼럼 “대테러법 만들지 않는 건 천부인권 침해다”이다. 

한 교수는 이 칼럼에서 “이번 테러(프랑스에서 벌어진 IS의 테러)가 보여주었듯이 침해당한 것은 일반시민의 천부인권”이라며 “테러방지법의 본질은 국민안전법, 국민행복증진법, 국가경쟁력증진법, 천부인권보호법으로 급변하는 안보환경 속에서 진정한 국민복지법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 11월17일 동아일보 33면
 

과연 테러방지법에 없어서 국민들의 천부인권이 훼손되고 있을까? 지난 14일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경향신문 칼럼을 보자. 한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33년전부터 ‘국가대테러활동지침’을 만들어 이미 완벽한 대테러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테러방지법은 이를 복제한 것에 지나지 않다. 

한 교수는 “새롭다고 해봐야 사이버테러방지법안에 국정원이 국민들의 휴대폰이나 SNS 등을 좀 더 쉽고도 당당하게 사찰할 수 있게끔하는 조항을 몇 개 둔 것이지만, 이것도 여태까지 해오던 것을 명문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하고 권력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는 법안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교수는 “그동안 평화시대를 살면서 국정원이 조금 나태해졌기 때문”이라며 “사실 간첩이니 종북좌파니 하는 것은 국민들도 식상해하고 국정원 스스로에게도 너무 진부해졌는데 반테러대책은 너무도 창조적인 명분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민언련은 “국정원의 전횡으로 인한 인권침해 위험은 외면한채 공포심을 조장하며 대테러법 통과만을 주장한 조중동을 과연 언론이라 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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