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다가오고 있다. 많은 교회들이 이를 기념해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이웃에 사랑을 전하는 일들을 한다. 성탄절 기념 예배를 하는 교회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취약한 계층을 위해 봉사를 나누는 교회도 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사랑을 베푸는 교회들 가운데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교회가 있다. 

“고통 가운데 살아가는 소외된 이웃을 섬기며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합시다.”이는 지난 20일 발표한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기총) 대표회장 목사의 성탄 축하 메시지 중 일부이다. 이어 이영훈 목사는 이런 말도 했다. 

“그리고 시급히 해결돼야 할 저출산 문제, 동성애 문제, 청년 실업 문제, 세월호 수습문제도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동성애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본 것이다. 

실제 한기총이 소속된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상임대표 이영훈·양병희·황수원 목사, 이하 한동위)는 동성애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 하반기만 해도 많은 활동을 했다. 6월에는 퀴어 퍼레이드 개최 반대 집회를 열었고 7월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의 혼인신고를 수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서부지법에 제출했다.

   
▲ 올해 시청광장에서 열린 퀴어페스티벌에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 사진=이하늬 기자
 

이어 9월과 10월에는 교단 및 노회 등의 총회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영상CD 및 책자를 배포하고 11월에는 동성애를 옹호·조장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로잡기 위한 ‘동성애 조장 반대 1000만명 서명운동’에 돌입, 12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법 동성애 조항 삭제·입법개정 청원운동’ 돌입 등의 반동성애 활동을 했다.

나도 기독교 신자다. 또 성소수자다. 성소수자 기독교인으로 삶을 살아가며 이런 모습을 마주할 때면 많은 한국교회들이 동성애를 심각한 재앙처럼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집단을 문제시하고 일반화시켜 낙인 찍고 혐오하는 교회에서 세상에 사랑으로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성소수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혐오한다?” 

기독교신자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혐오를 동성애자들을 사랑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동성애는 올바른 사랑이 아니기 때문에 성소수자를 잘못된 길에서 바른 길로 인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개인의 성적 지향을 동성애나 양성애에서 이성애로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동성애 전환 치료의 논리와 맞닿는다. 실제 전환 치료의 주요 지지자들은 대부분이 보수 근본주의 기독교인이기도 하다. 

과연 동성애는 치료가 가능한 것일까. 주류 정신의학과 심리학, 행동과학, 사회과학계는 동성애도 정상적이고 건강한 성적 지향 중 하나로 전환 치료는 동성애자들에게 유해하다는 입장이며 어떤 주류 정신의학계도 전환치료에 대해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2013년 6월에는 미국의 대표적 탈동성애 운동단체였던 엑소더스(Exodus International)도 자신들이 성소수자들에게 끼친 피해에 대해 깊이 사과하며 문을 닫았다. 

 

   
▲ 지난해 서울 신촌 연세로 차없는 거리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사진=퀴어문화축제 기획단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며 낙인찍으면서도 그 행위가 옳지 못함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교회들. 그 행위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성소수자들을 사랑하기에 성소수자들의 비정상성을 정상화 시키겠다 주장하는 한국의 교회들. 이런 교회야말로 얼마나 비정상적인가.

그럼에도 여전히 교회에 희망이 있다. 성소수자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교회들, 그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는 교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 기자 간담회에서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는 “성소수자들이 성적 지향 때문에 무차별적인 폭력을 받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발간 취지를 밝혔다. NCCK는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 이 책을 번역·출간했다. 

평화의 왕으로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세상의 평화를 위한 일에 참여하는 것과 같은 의미일지 모른다. 누군가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위로를 건네는 일, 그 아픈 마음을 마주하고 함께 울어주는 일. 그렇게 이웃과 살아가는 세상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 하느님이 세상에 오신 것을 기뻐하는 성탄절에 그를 믿는 이들이 고민해봐야 할 사회적 책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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