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제3지대 중도층 공략에 나섰다. 중도 신당이 새누리당 중도층 지지를 이끌어내면 야권을 분열시키는 게 아니라 야권 확장을 가져올 수 있고 그 결과 전체 야권이 승리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안 의원은 지난 17일 호남을 방문해 "새누리당 지지도가 40%대에서 30%대로 하락하고 새누리당에서 저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고 있다. 이는 야권의 저변 확장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과는 혁신 경쟁을 통해 이탈한 지지층을 끌어안고 새누리당의 중도층-합리적 보수 지지 성향의 유권자의 표를 잠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실제 지난 13일 안철수 의원이 탈당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안철수 신당으로 빠져 나갔다고 해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집계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성인남녀 1천명을 상대로 한 총선 지지도 조사에서 16일 기준으로 새누리당은 35.2%, 새정치민주연합은 28.0%, 안철수 신당은 16.5% 지지율을 기록했다. 기존 여론조사 추이로 보면 40%대 새누리당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앉았고 새정치와 안철수 신당이 양분해 반등했다. 한자릿수였던 안철수 신당은 지지율 20%를 내다보고 있다. 

조선일보는 "새누리당과 안철수 의원 지지 기반이 중도층에서 겹치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새누리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기존 여야에다 안철수 신당을 포함시켜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우리 당 지지율이 이전 여야 양자 구도 때보다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새정치와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야권의 ‘파이’가 분명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일주일이 채 되지 않는 시점에서 의미있는 결과라고 보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새로운 정치 세력의 출현에 대한 기대감으로 깜짝 반등한 현상일 수 있고, 오히려 새누리당이 보수층 결집 효과를 노리면서 엄살을 떨 수 있는 소재로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안철수 신당 측에서 보면 꽤 좋은 출발 신호로 여길만하다. 안철수 의원 지지 모임 홈페이지를 보면 제3지대에 있는 중도층을 공략하는 전략에 높은 호응을 보내고 있다. 

기존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떨어져 나온 사람들의 의견과 여론을 반영해 중도 신당만의 색을 분명히 하고, 친노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야권 전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안철수 신당이 중도파를 결집시키면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도 보인다.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여당을 상징하는 산업화 세력과 야당의 민주화 세력, 양쪽의 패권이 계속되면서 중도층이 정치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양쪽의 틈바구니 속에 중도층의 정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안철수 신당이 나타난 것이다. 

젊은 세대에 어필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9월 부산청년정책센터가 부산지역 14개 대학생 2천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대학생 61%는 지지정당이 없다고 답했고, 새누리당 17.3%, 새정치민주연합 17.1% 지지율을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 평가에 대해서는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77.3%로 나왔다.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지만 이 같은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 세력으로서 새누리와 새정치가 젊은 세대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안철수 신당의 제3지대 중도층 공략 방안이 양비론에 그쳐 타깃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당이 환영을 받으려면 여야와 차별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양비론과 같은 어정쩡한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안 의원은 지난 15일 부산을 찾아 신당 인물영입 3대 원칙에 대해 "첫번째로 부패에 대해서 막말이나 갑질에 대해 단호한 분, 두번째로 이분적인 사고를 가지지 않으신 분으로 낡은 진보 청산과 관련해 설명드렸지만 순혈주의 폐쇄주의, 온정주의, 우리편만 봐주는 이중잣대 같은 사고를 가지지 않은 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자칫 중도층 공략에 적합한 인재가 정치적 지향이 없는 무색무취의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양비론에 가까운 중도층 공략은 결과적으로 여권의 주장을 정당화시켜버리는 위험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3일 채널A 뉴스특급에 출연한 문병호 의원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안철수 의원 비서실장이었던 문병호 의원은 민중총궐기 시위에 대한 안철수 의원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경찰의 폭력진압도 잘못됐지만 시위자들의 불법 시위도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정당한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불법 폭력 시위 프레임을 무기로 내세워 민중총궐기를 비난했는데 이에 대해 양비론을 펼치면서 사실상 정부 여당 편에 선 꼴이 돼버렸다. 

   
▲ 지난 13일 안철수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그럼에도 제3지대 중도 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야권의 확장을 가져올 수 있는 조건으로 나쁘지 않다는 반론이 있다. 반드시 여야 일대일 구도가 야당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지난 1988년 13대 총선에서 평민당과 통일민주당이 분열했지만 두 당은 129석을 얻어 125석을 얻은 민정당을 누르면서 여소야대를 만들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도 신한국당은 139석을 얻는데 그쳐 여소야대가 됐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강원도 새정치민주연합 정당 득표율은 새누리당에 23.8% 뒤지고 있었고, 통합진보당 후보까지 나왔지만 최문순 강원지사가 재선했다. 반면 경기도는 진보당 후보가 사퇴하면서 여야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졌지만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낙선했다. 

최광웅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은 돌직구뉴스에 실린 "안철수 탈당, 야권의 확장이다"라는 글을 통해 이 같은 예시를 들면서 “역사적 교훈은 다자 구도가 야권필패 구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도 확장이 야권에게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제3세력의 독자세력화가 불리하므로 다자 구도를 해소하기 위해 제3세력을 끊임없이 포섭해온 쪽은 오히려 보수정당"이라고 말했다. 

결국 기존 야권 지지층인 집토끼를 붙잡아놓으면서 동시에 여권의 포섭 전략을 뚫고 증도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절충점을 찾는 것이 안철수 신당의 승부수가 될 수 있다. 

최광웅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은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새누리당 안에서 유승민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 흔히 합리적 보수라는 사람들을 흡수해 20% 이상 지지율이 나오면 호남에서도 정권재창출 가능성을 엿보고 지지를 보낼 수 있다. 수도권 중도층과 충청권을 공략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현재 여론조사는 추이를 보여줄 뿐 큰 의미는 없다.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결국은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인데 두번 집권 경험이 있는 야당에 대한 심판론이 나올 정도로 국민들 분노가 치밀었다. 안철수 신당이 국민들이 알기 쉽게 성장을 얘기한다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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