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의 대표적인 유통 장소인 ‘소라넷’을 폐쇄하자는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매년 몰카 범죄는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월 국정감사 때 나온 경찰자료에 따르면 몰래카메라 범죄는 2007년에 비해 8년 사이에 12배 가량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몰카범죄를 막는 방법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하지만 몰카범죄를 ‘병’으로 보고 치료의 대상으로 삼아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16일, 몰카 범죄를 저질렀다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20대 ㄱ씨와 ㄱ씨의 치료를 맡고 있는 김성 한국성중독심리치료협회 대표를 만났다.

ㄱ씨는 지난 7월 말부터 한국성중독심리치료협회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의 몰카 범죄는 지난해 10월에 벌어졌다. 대학생인 그는 학교에서 모르는 여성의 치마 속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다가 경찰에 넘겨졌다. ㄱ씨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분들이 가리지 않으면 그 안이 보일 때가 있다. 그 순간, 자제력을 잃고 사진을 찍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찰서에 가기 전에 이미 몰카를 찍은 경험이 있다. 한 달 사이 몰카를 두 번 찍었다. ㄱ씨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성적인 호기심 때문이었다”며 “몰카를 찍는 다른 사람들도 성적인 호기심 때문에 찍는다고 생각한다. 그 외의 다른 이유가 있는지 잘 모르겠고, 그 충동이 잘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ㄱ씨는 또한 “몰카를 찍는 다른 사람들도 충동에 대한 자제력이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 두 번 하다가 걸리지 않으면 계속하게 되고, 법적인 처벌단계로 가지 않는 이상 깨닫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 서울 지하철 연신내역 에스컬레이터 앞에 '몰래카메라 촬영 주의지역'을 알리는 지하철 경찰대의 입간판이 서 있다. ⓒ연합뉴스
 

ㄱ씨는 “범죄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순간적으로 성적 호기심이 더 크게 작동했다”며 “몰카를 찍다 걸리면 파렴치한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었지만 몰카를 찍을 당시에는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경찰서에 가고 나서야 이게 심각하다는 걸 느꼈고,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줬을 뿐더러 나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해 나에게도 상처를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몰카 사건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는 합의의 조건으로 ㄱ씨가 상담치료를 받아야한다는 점을 내걸었다. ㄱ씨는 “피해자가 나를 많이 배려해줬다. 아직 학생 신분이라 앞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라며 “나도 앞으로는 몰카를 찍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치료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ㄱ씨가 치료받고 있는 곳은 한국성중독심리치료협회다. 김성 대표는 “일반적으로 6개월 안에 3명 이상 혹은 3번 이상 몰카를 찍은 경우 몰카중독이라 볼 수 있고 치료를 받아야하는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주로 법적인 처벌단계에 들어갔을 때 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한국성중독심리치료협회는 12~18주 과정의 전문 상담가를 양성하며 이 상담가들은 성중독심리와 치료과정에 대해 훈련받은 뒤 상담에 투입된다.

ㄱ씨는 “1주일에 한 번 와서 상담을 받는다. 성적인 부분에 대한 상담치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나의 심리 상태에 대한 상담을 받는다”며 “주기적으로 상담하면서 내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회적 지위가 꽤 높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들도 몰카범죄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대기업 간부급이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일반인보다 성취욕구가 높으면서도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것”이라며 “특정한 목표, 업적, 실적을 내야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이 스트레스를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것이 평범하지 않은 병적인 쾌락 추구로 발현되기도 한다. 몰카 같은 관음심리나 지하철 추행,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즐기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증상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ㄱ씨는 여성의 치마 속을 찍었지만 몰카의 대상이 특정 신체부위나 치마 속 등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소라넷 등에 올라온 몰카 중에는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는 여성의 일상적인 뒷모습도 있고 고시원에 널어놓는 속옷 사진도 있다.

김 대표는 “남의 일상을 찍어서 보고 싶은 것은 관음심리의 일종이다. 얼마나 병적으로 가느냐, 정도의 문제이지 타인의 모습, 신체, 특정 행동을 동의 없이 찍는 것은 범죄”라며 “그런 심리가 얼마나 더 강하게, 중독적이고 도착적으로 작용하느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찍은 몰카 사진을 “혼자서만 봤고 다른 곳에 유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수의 몰카 범죄는 혼자 찍어서 혼자 영상을 보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김 대표는 “훔쳐보고 싶다는 심리를 매체나 기술을 통해 충족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라며 “여기에 이런 사이트에 몰카를 올리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의 상업적 이익이 맞물리면서 몰카범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중독 심리를 20년, 성에 대한 심리를 15년 간 연구한 뒤 4-5년 전부터 학회를 설립하고 전문적으로 상담치료 활동을 하고 있다. 몰카 뿐 아니라 다른 성 중독에 대해서도 상담치료를 실시한다. 학회에서 정식 상담한 사람은 40~50명에 달하고, 병원과 협진해서 진료한 사례는 더 많다. 김 대표는 현재 일주일에 7~8 케이스를 진료 중이며 협진까지 합치면 이 숫자는 일주일에 15 케이스 이상으로 늘어난다.  

   
▲ 한국성중독심리치료협회 홈페이지.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들은 02-597-6072 혹은 ‘www.k-sapa.or.kr’으로 연락하면 된다.
 

김 대표는 “외도 중독, 유흥 중독이나 흔히 ‘관계중독’이라 불리는 사랑이나 애정에 대한 중독, 지하철 성추행 중독, 가학이나 피학, 자위나 야동 중독 등 성중독은 다양하다”며 “과거에는 ‘스트레스가 있다’ ‘직장에 문제가 있다’ ‘친구관계가 좋지 않다’며 직접적인 문제가 아닌 간접적인 문제를 가지고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성중독인 것 같다’며 직접적으로 문제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성중독자들에게는 ‘이래선 안 되겠다’고 깨닫는 계기가 있다. 금전적인 위기나, 대상과의 위기, 지인관계의 파탄 등”이라며 “어떤 사람은 유흥중독에 빠져 2억 원 이상의 공금을 횡령했다. 개인회생을 신청할 정도로 카드빚이 늘어났고 적금을 깨고 대출을 받고 제3금융업까지 손을 내는 등 파산하자 상담치료를 받으러 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그 외에 법적 처벌, 수감명령을 받거나 피해자가 심리치료를 합의조건으로 내걸면서 치료를 받으러 오는 경우가 있다. 가족이나 부모, 배우자가 끌고 치료를 받게 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ㄱ씨는 피해자의 요구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어 치료비를 충당하고 있다. 김 대표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통해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짜로 치료를 받을 경우 치료에 적극적으로 응할 동력이 떨어질뿐더러 ‘치료는 내가 선택한 행위’라는 인식이 얕아진다는 것.

이런 심리치료를 두고 불편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 몰카범죄를 병으로 인지하면서 ‘병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치료보다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성범죄 사건 관련된 기사 밑에는 ‘다 죽여야 한다’거나 ‘잘라버려라’는 댓글들이 달린다.

김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성중독자가) 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는지 인식하는 것이다. 그 다음이 처벌 단계”라며 “도덕성이나 윤리는 강화하지 않고, 사회문화적인 문제를 고치지 않은 채 처벌이 최우선이라는 태도에 반대한다. 법적인 처벌은 불가피하지만 성중독이 심각한 방식으로 발현되기 전에 치료하는 것이 오히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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