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1번지’ 광주의 민심이 싸늘해졌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의 탈당 직후 광주의 민심을 들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총선을 앞두고 대통합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탈당을 결행한 안 의원과 이를 막지 못한 문재인 대표 모두에 대한 실망감이 퍼져있었다. 

관심사는 누가 안철수 의원을 따라 탈당할 것인가이다. 지난 13일 안철수 의원 탈당 전부터 동반탈당을 언급해 온 문병호, 황주홍, 유성엽 의원만 탈당을 선언한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나머지 비주류 의원들은 분위기를 파악하는 중이다.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안풍이 심상찮다”며 탈당 분위기로 몰아갔지만 탈당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제1야당의 내분은 곧 국회 마비사태로 연결했다. 조선일보는 “사실상 정당 기능 마비 상태에 빠졌다”며 “국회 기능 마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민의 뜻을 수렴하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이 원하는 서비스산업발전법, 노동관련 5개 법안, 테러방지법 등의 처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해결사로 박근혜 대통령이 나섰다. 지난 14일 박 대통령은 “내년 우리 경제 여건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위기감부터 조성했다. 경제가 어려우니 빨리 경제 관련, 노동 관련 법안 등을 통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당 소식을 전하는 조선일보 기사의 제목은 “대량실업 올 수 있다”이다. 

다음은 15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문·안 둘 다 실망…더 기대 안 해”>
국민일보 <‘삶의 끝’에서 두려움을 이기다>
동아일보 <선거구 획정 안하는 여야의 甲질>
서울신문 <소득 입증 의무화 주택 대출 옥죈다>
세계일보 <6·25전쟁 직전 맥아더의 오판>
조선일보 <거치기간 딱 1년…깐깐해진 주택대출>
중앙일보 <아이 사라진 거리, 15년 뒤 한국 풍경>
한겨레 <중진공 이사장 “최경환 보호해야”…‘채용청탁’ 조직적 은폐시도>
한국일보 <“탈당…탈당…” 안풍 심상찮다>

안철수는 스티브 잡스? 

안철수 의원은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처음엔 존 스컬리한테 쫓겨났다”며 “그 이후엔 스티브 잡스 몫”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문재인 대표 등 주류에 의해 쫓겨났고 이후 화려하게 복귀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안 의원 탈당에 대해 광주민심은 문재인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분위기였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대권 지지율 조사에서 문재인 대표(2.7%)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3.5%)보다도 지지율이 낮았다. 탈당을 막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 의원에 대한 지지가 높은 것도 아니다. 광주 한 시민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문 대표의 책임도 있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아니”라며 “(안철수) 신당에도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15일자 경향신문 1면.
 

차라리 탈당이 낫다고 말하는 시민들도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못하는 모습” 때문에 서로 갈 길을 가는 게 낫다는 것이지 야권 분열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부정적이었다.  

추가 탈당, 누가하나? 

오는 17일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의원이 안 의원의 뒤를 이어 탈당할 예정이다. 한국일보는 “김한길 전 공동대표 측도 탈당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탈당 도미노’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다수 비주류 의원들은 눈치만 보는 분위기다. 

일단 안철수 의원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송호창 의원(48·경기 의왕·과천·사진)도 간을 보는 분위기다. 안철수 의원이 국민 과반의 지지를 받으며 대선 주자로 부상할 때 유일하게 탈당해 안철수 측 의원이 됐던 송 의원조차 탈당을 고민하는 것은 상징적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송 의원은 언론의 연락을 피하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당내 비주류 의원 모임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도 평소 10명 안팎이 모였지만 지난 14일에는 노웅래, 최원식, 김영환 등 3명만 참석했다. 박지원, 박영선 의원도 분위기를 지켜보며 거취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원인은 안철수 신당에 대해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탈당할 예정으로 알려진 문병호 의원에 따르면 송호창 의원은 초선이고 지역구가 수도권이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탈당을 고민만 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자신이 높은 지지율을 보이던 대선 정국에도 신당을 창당하지 못했고, 대선 후보 자리도 꿰차지 못했다. 즉 동조탈당은 안철수 의원에 대한 믿음이라기보다는 자구책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져도 총선에서 살아남으려면 야권연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탈당 직후 이어질 연대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기호 2번만 아니면 대구에서 당선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듣는 김부겸 전 의원조차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야권이 분열되면 다시 수습하기 매우 힘들다”며 문재인 대표를 비판하면서도 선뜻 안철수를 따라 나서지는 않았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 역시 “지도부의 대책을 기다려보자”며 움직이지 않고 있다.  

안철수 때문에 국회 마비 

조선일보는 “안철수 의원 탈당 여파로 사실상 정당 기능 마비 상태에 빠졌다”며 “제1야당의 정당 기능 상실은 국회 기능 마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14일 매주 월요일 오전에 개최하던 최고위원회의를 열지 못했다. 문 대표는 이틀간 당무를 중단하고 부산으로 떠났다. 

   
▲ 15일자 조선일보 1면
 

연내 노동관련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이런 정부와 여당의 심정을 잘 대변했다. 조선일보는 “당장 15일부터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데 여야는 이날 선거구 획정 문제 협상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여야 쟁점 법안 처리는 더 힘들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서비스산업발전법,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등의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를 논의할 야당의 협상 파트너가 사라져 버린 셈”이라며 “테러방지법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섰다. 박 대통령은 14일 “공급 과잉으로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진 업종을 사전에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업종 전체적으로 큰 위기에 빠지게 되고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들에게 겁을 줘 자신이 원하는 법안을 통과하려는 목적이다. 다수 국민이 해당 법들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외면했다. 

조선일보는 “현재 정부와 산업계는 조선, 해운, 건설, 철강, 석유화학 산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며 원샷법은 기업 인수, 합병 등의 절차를 간소화한 법”이라며 “박 대통령은 국회를 향해 원샷법 등 경제활성화 2법, 노동 개혁 5법, 테러방지법의 처리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세월호 특조위 자해 소동만 있었나 

   
▲ 15일자 조선일보 12면
 

14일 서울 중구 YWCA 대강당에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청문회가 시작됐다. 조선일보는 특조위 청문회에서 나온 메시지보다는 ‘세월호 의인’ 김동수씨의 자해 소식만 선정적으로 전했다. 

조선일보는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첫날 자해 소동” 기사에서 “여당 추천 특조위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편향된 증인단 편성, 방청인 자해 소동 등으로 파행을 겪었다”고 보도했고 자해 사진만 크게 실었다. 청문회에서 나온 구체적인 이야기를 통해 김동수씨가 자해하게 된 맥락을 전달하기보다는 해프닝으로 다루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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