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 창업주 격이었던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떠났다. 안 의원의 탈당과 향후 이어질 지도 모를 분당 사태를 두고 책임 공방이 거세다. 하지만 책임 공방에 앞서 새정치연합의 의사결정 및 조직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많은 야당 지지자들은 ‘앓던 이가 빠졌다’는 반응을 보인다. 손혜원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시원섭섭'이라는 단어에 ‘시원’이 ‘섭섭’보다 앞서는 이유는 약간 섭섭하지만 많이 시원하기 때문이다. 여러분~ ‘시원섭섭’하시지요?”라는 글을 남겼다.

당내에서는 문재인 대표 책임론이 이어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내 비주류 의원 모임인 구당모임은 안 의원의 탈당과 관련해 “문재인 대표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며 문 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다.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도 14일 SNS에 올린 글에서 문 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다.

   
▲ 지난 13일 안철수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이처럼 안 의원의 탈당을 둘러싼 ‘네 탓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문 대표나 안 의원 양측의 잘못이라기보다 새정치연합이라는 당 자체의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14일 ‘민주주의국민행동’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위기의 대한민국과 2016총선’ 토론회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탈당을 안 했는데 왜 안철수 의원은 탈당했을까,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유승민 의원은 문제가 민주주의라고 말하면서도 당을 지켰다. 안철수 의원이 전당대회 안 해준다고 나가는 게 온당한 처사일까”라며 “이건 정치인 품성의 문제가 아니다. 본질적으로 정당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새정치연합은 정당 같지 않은 정당, 상가번영회 수준의 정당으로 규율도 없고 지켜야 할 선도 없다”며 “수틀리면 언제든지 나가고 언제든지 다시 불러들이려 노력하는, 탈당도 쉽고 입당도 쉬운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또한 “당 싫다고 나간 사람을 통합이란 이름으로 유혹하는데 당 나가는 게 왜 두렵겠나. 손학규 전 대표에 대한 기대치가 최근 커지고 있는데, 그 분이 당에 있을 때는 그런 열망이 없었다”며 “당 밖에 있으니 몸값이 더 커지는 웃기는 현상이다. 정당 밖에 있으면 대접받는 정치구도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이러한 당의 무능을 지적하지 않은 채 문안 두 사람에게 과도하게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이며, 이러한 갈등은 또 재현될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이 나와서 또 탈당하고 시간이 지나면 다 모아서 통합하자고 하는 식상한 방법은 이제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분들을 메시아처럼 대통령 후보로 밀어올리고 그 중심으로 정치를 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한다. 대통령 후보군과 정당의 리더십 간 괴리가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것”이라며 “민주당이라는 탄탄한 정당없이 오바마가 나타날 수 있었겠나. 선거 때마다 정권심판을 앞세워 수혈과 통합으로 연명해온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정당을 힘 있고 수권능력 있는 정당으로 만들기보다 연대나 통합을 이유로 당의 몸집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외부에서 세력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세를 불려온 그간 새정치연합의 한계가 노출됐다는 비판이다. 문재인 대표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시민사회세력과 민주당의 통합과정에서 야당에 들어왔고, 안철수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과 새정치 세력의 합당 과정에서 야당에 들어왔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은 “노무현 정부에서 정권교체가 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을 때 야당을 해체하던지 완전히 재구성했어야 한다. 그런데 또 통합한다면서 외곽세력과 몸집 불리기에 나섰고 그로 인해 재건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외형만 키워서 모양만 그럴듯하게 만들었다”며 “그렇게 통합해도 선거할 때마다 연전연패한다. 그런데도 당은 또 위기라며 다시 통합하고, 몸집만 키울 뿐 내부변화를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주간은 “그러다보니 당내에 여러 가지 이질적 세력들이 섞여 계파로 나뉘어 서로를 거부하는 ‘비토크라시’, ‘거부권 정치’가 일상화됐고 그것이 안 의원의 탈당으로 나타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 문재인(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11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안철수 의원 옆을 지나고 있다. ⓒ포커스뉴스
 

이 주간은 또한 “여당은 외부영입 없이 고만고만한 평가를 받는 정치인이라도 당 조직이 살아있으니 대선주자로 키워낸다. 이처럼 유력 정치인을 키우느냐 죽이느냐는 개인의 문제를 떠나 당 조직에 달려 있다”며 “야당은 이름만 좀 날린다 싶으면 외부에서 데리고 와서 대권주자로 만드는 ‘도박정치’를 반복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문제는 당의 리더십이다. 이철희 소장은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없다보니 새정치연합은 집단지도체제라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희한한 제도를 갖다놓고 민주주의라고 한다”며 “정당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동원하는 사회‧정치적 부대다. 군부대에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이상한 평균주의를 들이대면서 당의 역량 갉아먹는 것은 것이 지금까지의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의 탈당을 두고 ‘분열하면 필패한다’는 비판이 거세진다. 하지만 문제가 분열일까. 분열에 대한 두려움이 야당의 통합을 부추기고 야당이 당을 바로 세우고 내부혁신을 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심상정 대표는 “안 의원이 탈당 안하고 새정치연합이 분당되지 않으면 야권의 승리가 보장되는 것일까. 대부분의 야권 지지자들이 우려는 여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3정당을 추진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은 “안 의원이 탈당한다니 언론에서도 안 의원을 비난하며 분열론을 이야기한다. 분열론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분열이 되지 않았다고 새정치연합이 단결한다고 정권교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또한 “많은 분들이 분열을 걱정하지만 빨리 분열해야한다. 내년 총선, 내후년 대선 때 새누리당을 도와주기 위해 신당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지 않을 여러 협력 방안들은 얼마든지 있고, 그 때가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 지금 분열을 걱정하는 것은 낡은 기득권 야당을 붙들고 옹호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철희 소장은 “진보는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치밀한 논리를 구사할 수밖에 없고 따질 수밖에 없다. 보수에 비해 분열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분열을 꼭 통합으로만 풀어야 하나. 선거제도를 변화하고 비례대표를 늘리고 다당제로 가면서 분열과 분립을 하나의 에너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새정치연합이 근래에 한 일 중 가장 잘못한 것은 선거제도가 바뀌는 국면에서 광범위한 선거법 연대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교과서연대는 만들어내면서 왜 선거법 연대는 못 만드나”라며 “일상정치에서 번번이 깨지면서 선거 때만 되면 거대악을 견제하기 위해 결집해야한다는 논리는 이제 식상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지 않으면 진보의 부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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