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아닌 경찰이 쓰는 기사
기자가 아닌 경찰이 쓰는 기사
[뉴스파파라치⑦] 불법체류로 잡힌 인도네시아인 A씨가 ‘IS 추종자’가 된 이유는

뉴스과잉시대입니다. 뉴스는 넘쳐나지만 이를 소화할 방법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미디어오늘이 넘쳐나는 뉴스에 체하지 않고 뉴스를 꼭꼭 씹어 소화시킬 수 있도록 뉴스 읽는 방법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뉴스 파파라치는 전체 6부, 총 25회로 구성됩니다. 2부 `뉴스란 무엇인가` 편에서 소개할 4개의 글에서는 무엇이 뉴스가 되는지, 뉴스가치에 대해 살펴봅니다.

경찰이 만든 기사, ‘테러단체 추종 혐의’

기자들의 첫 번째 독자는 데스크다. 데스크는 세상에 나오기 전의 기사 원본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독자다. 첫 번째 독자인 데스크가 기자에게 하는 말 중 무서운 말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개인적으로 “잘 좀 만들어봐” “재밌게 한 번 만들어봐”라는 말이 가장 부담스럽다.

“잘 써봐”가 아니라 “잘 만들어봐”다. 사안을 있는 그대로만 보여줘도 뉴스가치가 드러나는 대단한 특종이나 단독기사를 쓸 때는 이런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때론 기자들은 남들이 봤을 때 별 거 아닐 수도 있는 기사를 뭔가 있는 것 같은 기사로 만들며 의미를 부여한다. 언론계에서는 ‘초를 친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기사를 ‘만드는’ 작업이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뉴스가치를 조작하는 행위에 가깝다. 언론이 자기네 기사를 사람들이 더 많이 읽게 만들기 위해 사건을 재구성하거나 특정한 팩트를 부각시키는 선에서 끝나지 않고, 국가권력이 개입해 뉴스가치가 조작된 보도자료를 뿌리고 언론이 이를 받아쓴다. 경찰은 이런 장난을 많이 치는 국가기관 중 하나다.

지난 11월 18일 경찰은 인도네시아인 A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슬람 무장단체인 알 누스라를 추종한다는 혐의다. 파리에서 이슬람국가 IS의 대규모 테러가 벌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상황이라 이 소식은 큰 충격을 줬다.

하지만 이 뉴스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대부분의 언론이 이 소식을 전하며 A씨를 ‘IS 추종자’라고 소개했다. ‘경찰, IS 추종 불법체류 인도네시아인 검거’가 제목이다. IS와 알 누스라는 알카에다에서 파생된 조직이지만, 서로 다른 테러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경찰청의 보도자료에서도 알 누스라가 IS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 인도네시아인 A씨가 IS를 추종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그런데도 언론은 IS 추종자 A씨가 경찰에 검거됐다고 보도했다. 몇몇 기사는 그나마 기사 안에 ‘IS와 연계된 알 누스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제목에 ‘IS 추종자’라고 표현하는 것은 오보다. 언론이 이런 제목을 단 이유는 분명하다. 파리테러가 벌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 세계인의 눈이 IS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IS 추종자에 대한 뉴스는 뉴스가치가 높다. 알 누스라는 이름은 대다수 사람들이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두 번째 이상한 점은 A씨가 ‘알 누스라 추종 혐의’로 붙잡혔다는 대목이다. 경찰이 언론에 뿌린 보도자료 제목은 “경찰청, 국제테러단체 ‘알 누스라’ 추종 혐의 인도네시아인 검거”다. 언론은 이 추종 혐의를 제목으로 뽑았다.

하지만 누군가를 추종했다는 이유로 잡혀간다는 게 가능한 걸까? 신훈민 진보네트워크 변호사는 이 ‘집단오보 사태’를 지적한 슬로우뉴스와 인터뷰에서 “국제테러단체를 ‘추종’했다는 혐의로 검거하는 것은 국내법상 규정이 없다. 경찰에서 이상하게 보도자료를 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상하게 쓴 것 맞다. 경찰이 테러단체와 연관성을 주장하며 내놓은 증거물들은 북한산에서 테러단체 깃발을 들고 찍은 사진, 인터넷으로 구매한 장난감 BB탄총과 도검, 코란 등이다.

경찰조차도 “테러 단체를 추종한다거나 흠모한다는 그 혐의만으로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며 “그렇다고 해서 이걸 간과할 수 없고, 이런 부분이 어느 쪽으로 튈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 경찰이 확인해야 하고 그 이상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치하는 것이 경찰의 의무”라고 밝혔다. 실제 A씨가 잡힌 이유는 사문서위조, 출입국관리 등 불법체류에 관련된 혐의와 총포, 도검 및 화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다.

   
▲ 11월 18일자 경찰청 보도자료
 

관련 기사 : <“저희도 성경책 있고 BB탄 총 있는데요”>

뉴스가치는 두 번이나 조작됐다. 알 누스라를 추종한다는 혐의가 언론에 의해 IS 추종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경찰은 있지도 않은 ‘테러단체 추종’ 혐의를 만들어 언론에 뿌렸고 언론은 이를 받아썼다.

이렇게 뉴스가치를 조작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나 목적이 있다. 기자들이 테러단체 추종혐의 같은 게 있냐며 의문을 제기하자 경찰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현실적으로 국제 테러단체와 관련해 처벌법 조항이 미비하다. 그 부분에 있어서 여야 관계당국도 고민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고민을 한 단계 승화시켜야 한다”

당시는 정부여당이 파리테러를 계기 삼아 한국에도 테러방지법을 만들자는 주장을 밀어붙이던 상황이었다. 테러방지법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만들어내기 위해 경찰이 있지도 않은 ‘테러단체 추종’ 혐의를 만들어낸 셈이다. 이로 인한 기대효과는 사람들이 “세상에, 우리나라에도 IS를 지지하는 위험한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꼭 기자만 기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경찰이 아니라 ‘병아리’로 불리는 여경들

뉴스가치를 조작하는 것을 넘어 사건 자체를 조작하는 일도 벌어진다. 다음은 9월 23일자 청주 연합뉴스 기사 내용 일부다.

10년 도피 A급 기소 중지자, '병아리' 여경 재치에 붙잡혀
10년간 숨어 지내던 40대 수배자가 택배 기사로 변장한 신임 여경에게 공소시효를 6개월 남겨두고 붙잡혔다. 23일 청주 청원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57분께 청주시 청원구의 한 아파트에 수배자 김모(49)씨가 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김씨는 2005년 6월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A급 수배가 내려져 도피생활을 하고 있었다.
율량지구대 소속 이화선(29·여) 순경 등 경찰관 5명은 해당 아파트로 출동해 김씨가 살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입주민들의 이름을 확인해본 결과 김씨의 이름은 없었다. 경찰은 포기하지 않고 입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여 김씨가 이 아파트 15층에 살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경찰은 김씨가 무려 10년간 경찰의 감시망을 교묘하게 피해왔다는 점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김씨에게 접근하기로 했다. 부임 한 달밖에 안 된 이 순경은 재치있게 택배 기사로 변장, 김씨가 사는 집 초인종을 눌렀다. 김씨는 선물이 몰리는 추석 명절이었고 여자였다는 점에서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문을 열어줬다가 결국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소식은 언론에 줄줄이 보도됐고 해당 여경은 방송에 인터뷰까지 했다. 하지만 검거했다는 사실을 뺀 나머지는 경찰의 조작이었다. 여경이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따라서 택배 기사로 변장하는 재치도 발휘한 적이 없다. 충북경찰청은 해당 경찰관들이 여경에게 공을 몰아줘 표창을 받기 위한 욕심에서 검거 경위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해당 경찰관들은 징계를 받았다.

해당 경찰은 조작의 목적이 표창을 받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런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려면 뉴스가치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사건이 조작되지 않았으면, 애초에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자신들이 해결한 사건이나 경찰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줄 수 있는 미담이 언론에 기사화되길 원한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보도자료를 받는 기자 입장에서는 뉴스가치가 없는 평범한 사건은 기사화하기가 어렵다.

   
▲ KBS 뉴스 갈무리.
 

그래서 경찰은 보도자료에서 ‘야마’를 잡아준다.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20대/신참/새내기 여경이다. 앞서 소개한 연합뉴스 기사 제목에서는 ‘병아리 여경’이란 표현이 사용됐다. 보도자료와 기사내용은 이런 식이다. “막내 여형사의 열정과 기지에 연쇄 절도행각 막 내려” “여경의 기지로 발생 40분 만에 찜질방 핸드폰 절도범을 검거” “지하철 몰카 찍던 남성, 귀가 중 여경에게 딱 걸려”

왜 하필 젊은 여경일까. 찜질방에서 핸드폰 절도범을 검거하거나 몰카범을 검거하는 일은 경찰이나 경찰 출입 기자 입장에서 흔해 빠진 일이다. 물론 기사를 읽는 독자 입장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젊은 여경이 한 일이라면 기사가 된다. 경찰이면 경찰이지 왜 굳이 여경이고, 왜 굳이 ‘젊은’ 여경일까. 경찰의 정체성보다 젊은 여성의 정체성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젊은 여성’을 자신의 직업을 수행할 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미성숙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중년 남성 경찰이 했으면 기사가 되지 못할 사건들인데, 주인공이 젊은 여경들이라는 이유로 기사가 된다. 그들의 행동은 경찰관으로서 당연한 자질이 아니라 ‘재치’와 ‘기지’가 된다.

SBS 사회부 사건팀의 류란 기자는 취재파일에서 “과열된 경찰 조직 내 공적 홍보 경쟁 속에서, 신임 여경의 활약상은 손쉬운 재료가 되는 분위기”라며 “사람들이 재미있어 한다. 여성이 위험하고 거친 일을 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여경’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크다. 거기에 ‘신참’, ‘20대’라면 더더욱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류 기자는 또한 “다른 때 같으면 절대 기사화될 수 없는 것들도 ‘신임 여경’이라는 타이틀과 함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똑같은 검거 건을 동년배의 남자 경찰, 혹은 나이 많은 여경이 해냈다면, 그래도 기사화 됐을까? 그에 앞서, 경찰이 자료를 냈을까?”라고 반문했다.

   
▲ ‘새내기 여경’이 야마인 기사들.
 

경찰은 언론이 받아쓸 만한 야마의 보도자료를 뿌리는 것에서 나아가 언론에 직접 기고를 한다. 언론사 지면에 ‘독자투고’의 형식으로 직접 집회에서 소음을 줄이자거나 폴리스라인을 준수하자는 식의 글을 쓴다. “집회·시위 문화 ‘놀이터의 시소처럼’” “이해와 존중, 배려로 평화적인 시위문화 정착을” “‘집회소음’ 이제 상생을 생각해야” 등. 네이버나 다음에 검색만 해보면 이런 글들이 쏟아진다. 통신사 뉴스1에 2015년 9월 한 달 간 독자투고 형태로 경찰이 쓴 글이 총 24건의 글이 게재됐는데, 이틀에 한 번 꼴로 전국 각 지역 경찰서에서 이런 글이 들어왔다고 한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경찰의 대대적인 언론 홍보활동이 있다. 2015년 경찰청 성과지표를 보면, 치안정책 홍보실적 평가’ 점수가 치안의 최전선인 파출소와 지구대 평가에 해당하는 ‘국민중심 생활안전업무 평가’ 점수, 수사와 형사업무를 평가하는 항목인 ‘국민중심 수사업무 평가’ 점수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인권보호 노력도 평가’ 점수, ‘반부패’ 항목 점수보다도 높다. 수사를 잘하느냐보다 홍보를 잘하느냐가 더 중요한 셈이다.

   
▲ 3년 간 경찰청 개인 성과평가 지표. 자료=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제공
 

언론에 기고하는 경찰관은 포상을 받는다. 최초 1회 기·투고자(중앙지 기준)는 경찰청장의 기념품(시계)을 받고, 1회 게재 후 1년 내 4건 이상 기고하거나 투고하면(중앙지 기준) 경찰청장의 표창을 수여받는다. 우수 기고자, 투고자의 경우 게재건수와 관계없이 즉시 상을 수여한다. 우수 기고자란 “시의성 있고 치안정책에 대해 공감대 형성에 크게 기여한 경우”를 뜻한다.

경찰청을 담당하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홍보를 중요시하다보니 검거과정을 조작해 미담 기사를 만들어내고, 언론에 기고하고 싶어서 지구대와 파출소 순경들까지 ‘아는 기자 좀 소개시켜 달라’고 수소문하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장신중 전 강원 양구경찰서장은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기자와 전화 통화만 해도 언론보도 대응으로 조작하고, 신문을 뒤지고 검거 보고서를 뒤져서 있지도 않은 언론보도 예상보고를 하고 이에 대응한 것처럼 조작하는 게 주무부서의 하루 일과”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 <“경찰이 기사 실어달라며 밥사고 술사며 구걸”>

야마까지 잡아서 보도자료, 기자가 아니어도 기사를 쓴다

이제 경찰에게는 치안업무는 물론 치안업무를 어떻게 홍보하느냐가 중요한 임무가 됐다. 여느 국가기관도 마찬가지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홍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언론이다. 마케팅과 홍보가 중요해질수록 홍보가 필요한 국가기관, 기업들과 언론의 결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여러분이 읽는 그 기사는 기자가 쓴 기사가 아닐 수도 있다. 그 기사를 쓴 사람은 기사가 아니라 야마까지 잡아서 쓴 보도자료를 쓴 경찰일 지도 모른다.

기사를 구성하는 기본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로 구성된 ‘5W 1H’다. 하지만 뉴스가치를 결정하는 건 ‘5W 1H’를 수식하는 부사와 형용사일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인 A씨가 불법체류자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법에도 없는 테러단체를 추종했는가이고, 이것보다 더 중요한 건 ‘IS’ 관련성이다. 경찰이 10년을 도피 중이던 용의자를 붙잡았다는 것보다 그 경찰이 20대 여경이라는 것, 기지를 발휘했다는 점이 더 중요해졌다.

수식어가 의심스럽다면 네이버나 다음에 한 번 검색해보자. ‘20대 병아리 여경’ ‘테러단체 추종 혐의’라고. 수십 개의 기사가 같은 표현의 기사를 쓰고 있는가? 그 기사는 보도자료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 <뉴스 파파라치> 연재목차

1. 기레기와 찌라시 전성시대

(1) 사람들은 왜 뉴스 대신 찌라시와 음모론을 믿나

(2) 진영언론과 객관성 : 조선일보와 한겨레, 둘 중 뭘 읽어야 할까

(3) 기레기를 위한 변명 : 낚시 기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4) 뉴스가 할 말, 드라마와 영화가 대신하다 : 미생과 송곳

2. 뉴스란 무엇인가

(5) 뉴스가치의 판단 기준 : 대중은 어떤 사건에 분노하나

(6) 실전예제, 안철수와 이석기의 우연한 인연은 뉴스가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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