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뷰징은 그 자체로 문제지만 개인의 인격이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기사를 검증없이 받아 쓰는 경우는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주말 JT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미카엘 셰프가 경력위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5일 헤드라인뉴스가 미카엘 셰프가 레스토랑에서 홀서빙업무를 했을 뿐 요리사로서 경력이 전무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낸 게 발단이었다.

그러나 기사가 나온 직후부터 기사내용이 신빙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카엘 셰프는 지난 1년 동안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실력을 뽐냈고 함께 출연한 유명 셰프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당 기사에서 미카엘과 JTBC 제작진은 허위경력 논란을 부인했지만 기사는 경력논란을 기정사실화했다. 미카엘과 법적분쟁 중인 상대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 쓴 결과였다. 미카엘측이 경력증빙서류를 공개해 사실무근으로 확인되자 헤드라인뉴스는 7일 정정보도문을 내보냈다. 

사실을 검증해야 할 다른 언론들은 확성기를 자처했다. 최고 인기 셰프의 경력이 허위라는 내용이 꽤 괜찮은 떡밥으로 보였을 것이다. 논란이 제기된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포털 네이버에 관련 기사 231건의 어뷰징 기사가 쏟아졌다. 대부분 헤드라인뉴스의 기사를 옮긴 것이며, 미카엘측의 반박이 나오자 반박입장으로 그대로 옮긴 기사가 뒤를 이었다. 

   
▲ 미카엘 자격조작 논란을 받아 쓴 서울신문의 어뷰징 기사.
 

정부와 대형언론이 연일 핏대를 세우는 5인 미만의 사이비언론들이 저지른 일이 아니다. 이틀동안 송고된 231건의 기사 중 과반의 기사가 ‘주류 일간지’로부터 나왔다. MBN 23건, 매일경제(매경닷컴) 10건으로 매경미디어그룹은 33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서울신문은 22건의 기사를 내보냈으며 조선일보와 계열사들이 총 16건의 기사를 썼다. 스포츠경향과 헤럴드경제가 각각 15건, 세계일보가 9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 유명 언론들의 어뷰징이 논란을 키운 것이다.

이들 일간지가 속한 신문협회와 온라인신문협회는 포털에서 어뷰징 등 부당행위가 벌어질 경우 입점과 퇴출을 결정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서 어뷰징 심사를 하는 당사자다. 황당한 사실은 가장 많은 어뷰징 기사를 쏟아낸 언론의 온라인뉴스 담당간부가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평가위원이라는 점이다. 박홍기 서울신문 온라인뉴스국장과 윤형식 매경닷컴 대표이사는 온라인신문협회에서 추천한 평가위원이다. 

이들 언론은 ‘도도맘’과 강용석 변호사의 불륜스캔들을 국민의 알권리처럼 포장해 어뷰징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 2달 동안 네이버에 송고한 ‘도도맘’ 기사는 서울신문 177건, 매일경제 172건, 동아일보 165건, 조선일보 147건에 이른다. ‘강용석 스캔들 도도맘, 과거 페이스북 셀피…“자기야, 실컷 봐” 화끈(조선일보)’, ‘디스패치, 강용석 도도맘 일본여행 따라갔더니…충격(서울신문)’, ‘도도한 여배우 못지 않은 미모, 화려한 인맥...이사람과도(매일경제)’ 등 선정적인 제목을 붙였다.  

   
▲ 도도맘과 강용석 변호사의 불륜 스캔들에 대해 자극적인 어뷰징 기사를 쏟아낸 신문협회 및 온라인신문협회 소속 언론들.
 

일찌감치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네이버와 카카오는 “오히려 당사자들이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평가위원회가 출범할 당시 한 포털 관계자는 “평가위원회에 참가한 이상 적어도 당사자들은 어뷰징 기사를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입장에서는 거리낄 것이 없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서 어뷰징 등 행위를 하면 언론을 퇴출하는 ‘3진아웃제’에 사실상 합의했지만 이들 언론을 대변하는 평가위원들이 ‘정상참작’하는 예외조항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모든 회의내용은 비공개다. 이들의 평가가 공정할 수 있을까.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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