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소재로 30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과학잡지 ‘과학동아’가 오는 1월 창간 30주년(지령 361호)을 맞는다. 국내에서 발행하는 과학전문 매체 가운데 이렇게 오래 유지해온 곳은 과학동아가 유일하다. 주로 과학교육의 역할과 함께 과학저널리즘을 대표하는 곳이기도 했다. 

과학동아를 비롯한 국내 과학저널리즘이 30년 동안 과학기술 육성과 과학문화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의 이면에 정부의 과학정책이나 이른바 과학권력에 대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엔 물음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30년 동안 유일하게 과학동아 기자와 편집장을 거쳐 법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두희 동아사이언스 대표는 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황우석 사건을 계기로 과학자들을 대변하는 언론보도가 한계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과학분야에 있어서도 성장동력을 역설하는 현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잘못하다보면 성과주의로 가게 돼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와 인터뷰는 서울 용산의 전자월드 7층 동아사이언스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김두희(58) 대표는 서울대 공대 토목공학과(76학번)를 나와 소년경향에 입사했다가 1985년 동아일보가 과학동아를 창간할 때 입사했다. 이후 김 대표는 10년 기자생활한 뒤 5년 간의 편집장을 거쳐 동아사이언스로 분사한 이후 지난 지금까지 15년째 대표이사로 재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와 함께 과학동아에 입사했으며, 대학 시절 야학에 몸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동아사이언스는 과학동아와 함께 어린이과학동아, 수학동아 등 발행하고 있으며, 과학문화사업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과학동아 30년에 대해 “성장기를 거치면서 과학도 과학기술 자체보다 과학문화적 측면과 삶과의 관계를 생각해보고, 합리적 생활토대로서 역할로 확대됐다”며 “이런 과학문화적 풍토 조성을 하는데 과학동아가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이에 반해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던 것 같다”며 “철학의 문제, 삶의 문제와 관련해 제 역할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미 10년이 지난 황우석 사건에 대해 김 대표는 “황 박사를 너무나 믿고 대중에 설명을 했다”며 “(조작으로 드러난 뒤) 그때 깨우쳤다. 과학자 중심의 언론, 이들을 대변하는 언론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두희 동아사이언스 대표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국 과학저널리즘 전반에 대해 김 대표는 “원전을 예로 들면, 우리는 원전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감시하지 않으면 평화적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과학기술자와 정책에 반영하도록 해야 하지만, 우리는 과학적 결과물을 홍보하는데에만 역할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과학을 성장의 도구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경제민주화’와 같이 과학기술민주화도 필요한 때”며 “과학이 국민의 안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성찰하고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을 대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 대해 김 대표는 “과학기술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과학분야의) 창조경제도 일자리 창출로 생각해 정작 문화로 바라보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창조경제가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 해도 일방적으로 적용하면 성과주의로 가게 된다”며 “그러면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되고, 당장 결과가 나오는 곳에만 연구개발 지원이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송유근 군의 표절논란에 대해 김 대표는 “박석재 천문연구원 박사가 나은 교육시스템을 통해 송유근 군의 영재성을 잘 키워보려 했으나 조금 조급했던 것 같다”며 “이 사건에 대해 우리 내부적으로 과학기자들이 토론해본 결과 ‘송군은 지금 현재 영재성을 유지하는 것은 좋겠지만, 영재로서가 아닌 과학자로서의 길을 가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을 냈다”고 전했다.

과학문제가 천재·영재처럼 특출한 인물의 문제에만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것과 관련해 과학자집단과 대중 사이에 벽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에 김 대표는 “과학자도 똑같은 사람이며, 양심적인 사람과 사기꾼 같은 사람이 다 있다”며 “과학자에 대해서도 실수나 잘못을 지적하되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합리적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천안함 사건과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답변이 나왔다. 김 대표는 “천안함 사건 같은 경우 잘 모르겠다.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 발표가 객관성이 있다고 본다”며 “세월호 사건도 사회적 시스템이 대응하지 못해서 일어난 사건으로 밝혀질 것은 다 밝혀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1번어뢰의 진위, 흡착물질의 연구결과, 폭발력, 물기둥 등 세부적인 천안함 의혹의 쟁점에 대해 김 대표는 “잘 모르겠다. (과학적 의문이 있다 없다 답하기) 곤란하다. 과학으로 해결한다고 모든 게 분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과학 역시 사실을 근거로 한 해석(일 뿐) 과학만능주의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두희 동아사이언스 대표
이치열 기자 truth710@
 

 

   
동아사이언스 사무실 복도
이치열 기자 truth710@
 

과학동아는 동아일보가 1985년 음악동아, 월간멋 등과 함께 창간한 이후 만성적자로 두 매체가 폐간된 것과 달리 유일하게 살아남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10년간 적자였던 과학동아는 1995년 김 대표가 편집장을 맡은 이후 흑자로 돌아섰으며, 발행부수도 1만2000부에서 두 배 가량 늘었다고 그는 전했다. 콘텐츠를 생활과 밀접한 과학으로 확대시키면서 일반인의 관심을 높였기 때문이라 한다. 현재 과학동아는 약 3만 부 가량 찍는다. 

IMF 때도 계속 흑자를 내면서 ‘과학’으로 미디어를 하면서도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돼 지난 2000년엔 아예 동아일보에서 별도법인으로 분사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당시 기자 7명에 총 인원 18명으로 시작했으나 현재 과학기자 40명에 직원은 107명에 이른다. 광고 대 판매 비중이 1대 9인 수익구조로, 다른 종이매체와 정반대이다.

하지만 학생 수의 감소와 스마트폰 인구 폭증으로 책을 안보는 문화가 생기면서 과학동아는 2012년부터는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는 것. 이 때문에 더 이상 책을 파는 방식이 아니라 과학문화상품을 개발해 ‘과학의 경험’을 파는 것으로 브랜드 개념을 바꾸고, 사옥도 용산으로 옮겼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래서 ‘종합과학미디어회사’에서 2008년 ‘과학문화창조기업’으로 바꿨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는 무관하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동아사이언스는 과학동아와 어린이과학동아, 수학동아 등 발행사업과 함께 지구사랑탐사대와 천문대 같은 과학문화사업도 하고 있다.

과학동아의 온라인 ‘과학동아데일리’도 최근 온라인기획팀을 통해 콘텐츠를 쉽게 가공해서 서비스하면서 페이지뷰와 유브이가 많이 늘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그는 창간 30년을 맞아 그동안 발행된 잡지 기사를 온라인서비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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