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과잉시대입니다. 뉴스는 넘쳐나지만 이를 소화할 방법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미디어오늘이 넘쳐나는 뉴스에 체하지 않고 뉴스를 꼭꼭 씹어 소화시킬 수 있도록 뉴스 읽는 방법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뉴스 파파라치는 전체 6부, 총 25회로 구성됩니다. 2부 ‘뉴스란 무엇인가’ 편에서 소개할 4개의 글에서는 무엇이 뉴스가 되는지, 뉴스가치에 대해 살펴봅니다.

사회적 폭력 보여준 ‘의전원 폭행사건’

기자들에게는 대중을 분노하게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다. 사람들이 자신이 쓴 기사를 보고 공감하고 분노하길 바란다. 사람들이 자신의 기사를 돌려보며 여론이 벌떼 같이 일어나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 자신의 기사가 ‘펜의 힘’을 갖길 바란다.  

최근 벌어진 사건 중에 가장 사람들을 열 받게 한 소식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이다. 지난달 28일 SBS는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한 여성이 지난 3월 남자친구에게 4시간 넘게 감금당한 채 폭행당한 사건을 보도했다. 이 보도는 대중의 분노를 자아냈고 결국 남성의 학교 제적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에는 대중이 분노할 만한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우선 사건 자체가 잔혹하다. 남성은 뺨을 200대 넘게 때리고 발로 차고 목을 조르고, 얼굴에 침을 뱉는 등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잔인하게 여성을 폭행했다. 4시간 동안 감금한 채로 “이제야 죽여 버릴 수 있으니 속이 편하다”는 폭언을 했다. 여성은 갈비뼈 두 대가 부러지고 얼굴은 엉망이 됐다.

   
▲ 11월 28일자 SBS 뉴스 갈무리
 

이런 잔혹한 폭력을 저지른 이유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사소했다. 피해 여성은 “전화가 와서 잠결에 잘 자라고 하고 끊었는데 전화를 싸가지 없게 받았다고 욕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녹취파일에도 남성이 전화를 싸가지 없게 받았다며 여성을 폭행하는 소리가 담겨 있다. 

더 큰 재난은 재난 이후에 왔다. 검찰은 남성을 재판에 넘겨 징역 2년을 구형했지만 1심 법원 판결은 벌금 1200만원에 그쳤다. 선처의 이유는 더 이해할 수 없다. ‘의학전문대학원생으로 집행유예 이상이 나올 경우 학교에서 제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또한 수업시간 조정을 통해 남성과 마주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학교는 3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연인 사이의 일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여론이 거세지자 학교는 12월 1일자로 남성을 제적시켰다. SBS는 제적 이후 의전원 소속 학생들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했다. 이들은 피해 여성을 욕하며 ‘맞은 것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이 카카오톡이 공개되자 다시 한 번 사람들은 분노했다.

대중들은 이 폭행사건처럼 ‘이해할 수 없는’ 사건에 분노한다. 그리고 그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부추긴 것이 이 사회에 있다는 점에 더욱 분노한다. 여성을 4시간 동안 폭행한 것은 남성이었지만 이 남성을 처벌하지 않은 이들은 데이트폭력을 단순한 연인 간의 다툼으로 여겨 가볍게 처벌하는 사회의 악습, 그리고 이 악습에 동조한 재판부와 학교였다. 이 대목에서 이 폭행사건은 단순 폭행사건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치부를 드러내는 ‘사회적 중요성’과 ‘공익성’을 띤 사건이 된다.

“what’s news?”

이처럼 매우 특이하지만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일수록 뉴스가치가 높은 뉴스(NEWS)다. 뉴스를 분석적으로, 비판적으로 읽기 위한 첫 걸음은 이러한 ‘뉴스가치’에 대한 이해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건 사고, 즉 잠재적인 뉴스가 발생한다. 이들 중에 무엇이 언론에 보도될 수 있는 가치, 즉 ‘뉴스가치’를 지닌 뉴스가 되는 걸까.

수많은 사건 사고 중 가치 있는 무언가를 골라내려는 습성은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what’s news?’, 즉 ‘별 일 없냐’는 말은 오랜 만에 만나는 사람들 끼리 주고받는 인사다. 여기서 ‘what's news’란 너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다 설명해보라는 뜻이 아니다. ‘내가 알아야 될 만한 신변의 큰 변화가 있냐’는 뜻이다.

A로부터 뉴스를 들은 B는 다른 친구 C에게서 A의 소식을 전한다. “야, A가 취직했대.” B는 A에게서 들은 뉴스 중 뉴스가치가 있는 소식들을 C에게 전달한다. A에게 들은 뉴스 중 B가 보기에 ‘야마’(핵심을 일컫는 언론계 은어)는 A의 취업이다. 

A의 취업이 언론에 보도될 만한 뉴스가치를 지니려면 사회적 중요성, 공익성, 영향력이 있어야한다. 언론학자 미첼 스티븐스는 저서 <뉴스의 역사>에서 “공중의 일부가 공유하게 되는 어떠한 공익 대상에 관한 새로운 정보”라고 뉴스를 정의했다. 

뉴스가치를 지니려면 한 가지 속성이 더 필요하다. 사람들 머리에 각인될 만큼 특이해야한다. 미첼 스티븐스는 “오늘날 언론의 핵심은 특이성을 추구하는 데 있다. 우리가 접하는 뉴스는 일상적인 경험과는 아주 구별되는 사건들에 관한 애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뉴스 제작에 종사한 언론인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미러(Daily Mirror)’의 창업주 노스클리프(Northcliff)는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라는 명언을 남겼다. NCBS의 앵커 데이비드 브린크리(D.Brinkley)는 “비행기가 정시에 출발했다면 뉴스가 아니지만 비행기 사고가 났다면 뉴스”라고 말했다.

A가 취업한 곳이 외교통상부이고, A의 아버지가 외교통상부 장관이라면 A의 취업은 뉴스가 된다. 지난 2010년 외교부는 통상전문 계약직 특별공채를 거쳐 딱 한 명을 뽑았는데 그가 바로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었다. 특혜 채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유명환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A의 아들 B가 중학교에 입학했다는 소식은 A의 지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뉴스가치가 없다. 하지만 A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고,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영훈국제중학교’에 입학했다는 소식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국제중학교에 입학했다.

이 부회장이 이혼했기에 이 부회장의 아들은 ‘한부모 가정’의 자녀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조건이 성립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재용 부회장 일가와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다. 불법은 아니었다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뉴스에 분노한 이유다.

언론학자 슈메이커(shoemaker)와 코헨(Cohen)는 이 특이성(일탈)과 중요성의 상호작용으로 뉴스가치를 설명하는 ‘뉴스가치’(newsworthy) 모델을 만들었다. 굳이 모델까지 공부하지 않아도 우리는 일상적으로 이 두 가지의 상호작용을 목격하고 있다.

   
▲ 홍병기의 고려대학교 언론학과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한국 언론의 뉴스관 연구’에서 재인용
 

지난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수십 개의 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이 수십 개의 법안에 대해 자세히 보도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다. 본회의에서 하루에 수십 개 법안이 통과되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대신 여야가 예산안과 묶어서 처리한 5개 법안에 대해 주목했다. 각각 박근혜 대통령과 야당이 어떻게든 통과시키려고 계속 강조하고 서로 줄다리기를 한 쟁점 법안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언론은 야마를 수십 개의 다른 법안 대신 ‘예산안과 5대 쟁점 법안’으로 잡는다.

유명인의 사망 소식도 경우에 따라 뉴스가치가 달라진다. 지난 11월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11월 23일 주요 신문 1면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얼굴이 담겼다. 민주화의 상징이자 현대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정치인이기에 그의 죽음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죽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만큼 큰 파장을 일으키진 않았고, 오랫동안 언론에 다뤄지지도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박 전 대통령은 부하에 의해 암살당했기 때문이다. 충격적이고 특이한 죽음이었기에 죽음이 미친 정치적 영향력이 컸다.

땅콩회항과 윤일병 살인사건에 분노한 이유

언론은 사회적으로 중요하면서도 특이한 사건을 보도해 대중의 분노를 끌어낸다. 2014년 12월의 ‘땅콩회항’ 사건이 대표 사례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을 접시에 담아주지 않았다며 비행기를 돌리게 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사건 자체가 복잡하지도 않고 매우 단순하다.

   
▲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 전 사과를 하고 있다.
 

땅콩회항은 명령을 내린 사람이 대한항공의 부사장인 조현아씨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재벌의 갑질이었다는 뜻이다. 재벌의 갑질로 비행기는 지연됐고 승객들은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이후 평소에 조씨가 승무원들에게 폭언이나 모욕적인 언사를 반복했다는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대한항공이 이 사건을 덮기 위해 국토교통부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정황까지 터져 나오면서 ‘땅콩회항’은 권력층의 민낯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으로 남았다. 

2014년 여름에 벌어진 윤일병 살인사건은 또 다른 사례다. 경기도 연천군의 포병대대 내무반에서 선임병 4명과 군 간부가 후임인 윤일병을 지속적으로 폭행해 살인했다. 이들은 3월부터 윤 일병이 사망한 날까지 매일 손, 발, 군화 등으로 윤일병을 구타했고 성고문까지 가했다.

군은 사망 이후 음식물을 먹다 기도가 폐쇄돼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군 인권센터가 7월 31일 브리핑을 통해 사망원인이 지속적인 폭행이었다는 점을 발표하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없이 커졌다. 군 법원은 가해자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관련 기사를 읽어 내려가는 것이 힘들 정도로 윤 일병은 가혹한 폭행을 당했다. 이해하기 힘든 사건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 사건이 일반적인 살인사건보다 더 큰 공분을 산 이유는 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대충 이 사건을 덮으려 한 정황들 때문이다.

군대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도 분노를 부추긴 중요한 요인이다. 대한민국은 징병제 국가로 대부분의 젊은 남성들이 모두 군대를 간다. 군대를 갔다 온 사람, 복무 중인 군인, 갈 예정인 사람들 윤일병 사건을 자신의 일처럼 여겼고 이들의 가족도 모두 언젠가 자기 자식이나 애인, 친구에게 벌어질 수 있는 내 주변의 일이라 여겼다.

게다가 군대 내의 폭력은 개그프로그램이나 드라마의 주요소재가 될 만큼 일상화되어 있다. 공감하는 이들이 많고, 사건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윤일병 사건은 왕따에 시달리던 임병장이 아군 병사들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탈영한 ‘임병장 사건’과 맞물리면서 “참으면 윤일병, 못 참으면 임병장”이라는 유행어를 남겼다. 

   
▲ SBS 뉴스 갈무리
 

뉴스가치를 높이는 취재, 뉴스의 ‘레벨업’

이런 뉴스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건 아니다. 기자들은 취재를 통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사건의 큰 그림과 세부사항이 밝혀질수록 이 사건이 뉴스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기자가 어떤 이들이 마약을 해서 검찰 수사를 받았고 재판까지 받았다는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정보는 뉴스가 될 수 없다. 경찰은 2015년 마약류 범죄 특별단속을 세 차례 실시해 10월 말 기준으로 6214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 추세대로라면 1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한국에서 마약사건은 매우 흔한 사건이다.

취재하다보니 정보가 추가된다. 부유층 자제들의 마약파티였다는 것이다. 영화 ‘베테랑’에 나오는 장면을 연상시킬 수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상태에서 기사를 쓰면 “철없는 놈들, 돈이 썩어 도니까 돈을 저런 데 쓰는구만” 정도의 분노를 이끌어낼 수 있다. 흥미는 끌 수 있지만 사회적인 중요성은 떨어진다.

그런데 이 마약파티의 주인공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라면? 김 대표 사위 외에도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인물이 속해 있다면? 여기에 검찰이 부실 수사를 했고 법원이 기존의 양형기준과 달리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는 팩트가 추가되면 뉴스가치가 높아진다. 야마는 ‘부유층 마약파티’에서 ‘고위층에 대한 사법기관의 특혜 의혹’으로 바뀐다.

문제는 기자가 정보를 뉴스로, 뉴스가치가 높은 기사로 ‘레벨업’해가는 과정에서 꼭 팩트 발굴과 취재가 수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기사를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뉴스가치를 조작하기도 한다. 뉴스가치에 대한 판단력으로 이런 기사를 걸러내는 것이 뉴스를 비판적으로 읽는 첫 번째 과제다.

* <뉴스 파파라치> 연재목차

1. 기레기와 찌라시 전성시대

(1) 사람들은 왜 뉴스 대신 찌라시와 음모론을 믿나

(2) 진영언론과 객관성 : 조선일보와 한겨레, 둘 중 뭘 읽어야 할까

(3) 기레기를 위한 변명 : 낚시 기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4) 뉴스가 할 말, 드라마와 영화가 대신하다 : 미생과 송곳

2. 뉴스란 무엇인가

(5) 뉴스가치의 판단 기준 : 대중은 어떤 사건에 분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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