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최연소 박사가 된다던 ‘천재소년’ 송유근 군의 논문은 결국 표절문제로 철회되고 말았다. ‘천재’ ‘최연소’ 등 매스컴의 화려한 조명도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ApJ)'의 논문철회 결정이후 잠깐 ’송유근 주변인물들의 조급증‘ 등만 탓하다 빛을 잃었다.

논문조작으로 세계적인 망신을 당한 황우석 박사 사건에 뒤이어 또 다른 천재 소년의 최연소 박사학위 좌절은 이대로 잊혀져도 좋은가. 송군의 지도교수인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은 ‘왜 표절이란 단어로 매도하나’고 반발하다 ‘인용표기 누락은 100%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을 바꿨다. 천재의 목소리는 들릴락 말락하는데 주변의 목소리만 요란하다.

성공한 천재로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송군의 부모나 온국민이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재의 방식으로는 믿음이 쉽게 가지않는다. 또한 매스컴의 일방적 찬사나 비난일변조의 보도 역시 별 도움이 되지않는 것 같다. 천재로 태어난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은 부모와 학교, 이 사회의 공동책임이다.

   
▲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천문우주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송유근 군이 지난 5월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 연합뉴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적어도 4가지 선결과제를 제시해본다.

첫째,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로부터 논문게재불가 판정의 이유에 대한 책임 부분이다.

송군과 한국천문연구원(KASI) 박석재 연구위원이 공동 저자로 참여해 제출한 블랙홀 논문이 2002년 박 연구위원이 학회에서 발표한 발표자료(Proceeding)를 많은 부분 그대로 사용하고도 인용 사실을 밝히지 않은 점을 논문 철회 이유로 들었다. 국제논문을 발표하면서 인용사실을 밝히지않았다는 점은 논문의 ABC에 해당하는 기본을 지키지않았다는 뜻이다. 한국과 달리 해외 대학, 학술지에는 ‘자신의 것이 아니면 모두 인용표기를 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남의 글이나 발표자료, 논문을 인용하고도 표기하지않으면 ‘정신의 도둑질’로 간주하며 학문을 할 기본양식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한다. 지도교수인 박 연구위원이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지도교수 자격을 의심해야 한다. 이런 것을 알고도 자신의 발표자료를 의도적으로 밝히지않았다면 학자적 양심을 재점검해봐야 한다. 나아가 그에게 지속적으로 송군을 맡겨도 문제없는지도 따져야 한다.

둘째, 천체물리학이란 전문분야에서 동료들의 부정평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주요하게 살펴볼 부분이다.

천체물리학저널은 논문철회 심의과정에서 "2002년 프로시딩 인용 사실을 명시하지 않은 것이 동료 심사(peer-review)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동료심사란 그 분야 전문가들의 평가를 의미하며 사실 가장 중요한 평가이기도 하다. 단순한 착오로 인용사실 누락이지만, 학문적으로 의미있는 논문이라고 판단되면 동료들이 ‘전면철회’라는 초강수를 두지않는다. ‘표절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지도교수 한 사람 뿐이고 해외동료 전문가들은 ‘표절’이라고 판단하는 현실을 냉엄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제 학술지는 국내 학술지처럼 관대하지않다. 한번 논문표절로 ‘철회’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구자의 연구논문은 더욱 까다롭게 심사받게 된다. 동료 전문가들의 부정평가는 특별한 업적이 없을 경우, 바뀌기 쉽지않다. 박사학위의 주제를 어느날 갑자기 바꿀 수도 없다. 무엇으로 이미 부정평가를 내린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심도있게 점검돼야 한다.

셋째, ‘어린 천재’에서 ‘성장한 천재’는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을 표현할 줄도 알아야 한다.

최연소 박사학위의 꿈이 좌절된 송군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이다. 그러나 박사논문 작성 과정에서 많은 해외저널이나 다른 박사학위 논문을 보게 되고 인용과 표절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지도교수의 지도이전에 연구자의 기본이다. 국내에서 박사학위 과정의 연구자들은 지도교수에게 너무 많은 것을 의존하는 편이지만 외국은 철저하게 ‘홀로서기’를 하도록 지도받는다. 논문 제출시 표절의 내용을 잘몰랐다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표절로 판정된 경우, 송군은 지도교수보다 스스로 책임있는 설명이나 사과 등을 했어야 했다. 천재 연구자 이전에 기본인격을 갖추는 것도 박사학위의 준비과정이다. 연구윤리를 모르는 천재는 위험할 뿐이다.

송군은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예산을 특별지원해온 특별관리대상자였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10년도부터 2014년도까지 5년 동안 매년 발행된 ‘국가천문운영사업보고서’에 담긴 ‘특수과학영재지원 사업’ 내용을 보면, 한국천문연구원은 ‘국가천문운영사업’에서 ‘특수과학영재 지원’ 사업을 세 가지 세부 과제 중 하나로 포함시켰다. ‘국가천문운영사업’ 2010년도 전체 예산은 5억3000만원이다. 송군에 대한 ‘영재 지원’ 사업은 ‘학생의 성공적인 교육 프로그램 적응을 위한 지속적 지원’이라고 적혀 있다. 송군은 이에 따라 충남대 류동수 교수(4차례), 국방연구원 최재도 교수(19차례) 등 2011년에만 1대1 맞춤형 강의를 39차례나 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어머니를 연구보조원으로 대동해서 미국 등 견학한 내용도 나와있을만큼 지원을 받은 특별연구자다. 결과에 대해 국민을 향해 책임있는 말을 할 줄 아는 것도 천재수업에 포함돼야 하지않을까.

넷째, 매스컴은 천재에 준하는 깊이있고 성의있는 검증 보도를 해야 한다.

‘천재소년’ 송유근에 대한 언론보도는 과거에 머물고 있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한 그에 대한 보도는 여전히 ‘천재소년’이다. 그에 대해 쏟아지는 뉴스는 온통 ‘최연소 박사 학위’ ‘8세 어린 나이에 대입 검정고시 통과’ ‘송유근의 아이큐 얼만가 봤더니’ 등...흥미위주의 화제성 이야기 일색이다. 그에 대한 근황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도가 너무 피상적이고 과거지향적이다.

현재 그의 천재성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그가 그동안 1대1 교육을 받았다는 교수들을 인터뷰해 보면 어떤 수업을 어느 수준에서 받아왔는지 그 천재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천재교육과정은 생략되고 ‘최연소’만 떠들다가 ‘논문철회’라니 또 다시 돌을 던지고 있다. 한번 천재는 영원한 천재가 아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고교 중퇴생 가운데 10~20%가 검증받은 영재 범위에 속한다고 한다. 또 영재 가운데 15~40%는 학교에서 실패하거나 미성취 상태로 영재성을 잃는 경우도 있다. 천재소년 송군은 여전히 천재인지, 1대1 지도교수들은 무엇을 교육했으며, 어떻게 평가하는지, 예산지원은 정당한지 등도 점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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