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과잉시대입니다. 뉴스는 넘쳐나지만 이를 소화할 방법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미디어오늘이 넘쳐나는 뉴스에 체하지 않고 뉴스를 꼭꼭 씹어 소화시킬 수 있도록 뉴스 읽는 방법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뉴스 파파라치는 전체 6부, 총 25회로 구성됩니다. 2부 ‘뉴스란 무엇인가’ 편에서 소개할 4개의 글에서는 무엇이 뉴스가 되는지, 뉴스가치에 대해 살펴봅니다.

“이것도 기사라고 쓰냐”

지난 11월 28일 조선일보의 한 칼럼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한현우 주말뉴스부장의 글 ‘간장 두 종지’다. 이 칼럼의 내용은 회사 근처의 한 중국집에 갔는데 간장을 1인당 1개씩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현우 부장은 이 글에서 “간장님은 너 같은 놈한테 함부로 몸을 주지 않는단다, 이 짬뽕이나 먹고 떨어질 놈아. 그렇게 환청이 증폭되면서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며 간장 두 종지에서 아우슈비츠까지 연상해낸다. 이 글은 “나는 그 중국집에 다시는 안 갈 생각이다”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이 글이 올라오면서 인터넷상에서는 큰 파장이 일었다. 대부분 기사로 쓸 거리가 아닌 것을 기사로 썼다는 반응이었다. 많은 뉴스 소비자들은 이처럼 이미 직관에 의해 내가 읽는 기사가 기사거리인지 아닌지, 즉 뉴스가치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다. 연예인 들이 SNS에 남긴 글을 그대로 옮긴 기사나 TV 프로그램 내용을 그대로 생중계하는 기사 밑에 “이것도 기사라고 쓰냐”라는 댓글이 달리는 이유다.

‘이것도 기사라고 쓰냐’는 말은 ‘이걸 지금 기사로 써야 할 만큼 우리가 알아야할 일이냐’는 뜻이다. 이런 뉴스들은 대부분 사회적 중요성이나 공익성도 지니지 않았을 뿐더러 특이하지 않는 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중국집에 가서 간장을 2인당 1개 제공받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흔한 일이며 공익성도 없다.

   
▲ ⓒ미디어오늘 카드뉴스
 

물론 매우 중요하고 특이한 사건이라야만 뉴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에게는 나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들을 알고 싶은 욕망도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신문을 뒤적거리거나 스마트 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는 사람들도 많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영향력 차이를 이런 ‘실생활 정보’의 차이로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경제지신문 기자는 “한겨레에는 정치 기사가 너무 많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한국에 사는 40대 이상의 주요 관심사인 부동산, 주식 등 재테크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며 “그래서 정치성향이 맞아 한겨레를 읽으면서도 이런 정보를 얻기 위해 보수언론이나 경제지를 따로 읽어야한다”고 말했다.

나 역시 조선일보와 한겨레를 같이 읽을 때 한겨레는 정치면을 주로 읽고 조선일보는 문화면을 주로 읽었다. 조선일보가 한겨레에 비해 문화면이 더 풍부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차이는 자본력의 차이에서 기인하지만, 한겨레 같은 진보언론에서 부동산이나 주식 투기를 부추기는 방식이 아닌, 대안적인 형태의 생활형 정보를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아무튼 언론에는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사건 외에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성격의 기사도 많다. 조선일보의 ‘리빙포인트’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리빙포인트’에는 “투명 테이프 끝부분에 작은 단추를 붙여 놓으면 다음에 사용할 때 시작점을 찾기 쉽다” “운동화를 빨고 나서 속에 맥주병을 끼워 볕이 드는 곳에 두면 신발 안까지 빨리 잘 마른다” 등 생활에 필요한 정보가 담긴다. 가끔씩 이런 리빙포인트 기사 밑에도 “이런 기사를 왜 썼나”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따라서 기사에 공적인 의미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기사가 무가치하다고 비판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의도성’이다. 뉴스가치에 대한 이해가 뉴스를 비판적으로 읽기 위한 첫 걸음이라면 그 다음 단계는 뉴스가치가 없는 사건에 억지로 의미를 부여한 기사를 찾아내고 이 의미부여에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 지 읽어내는 것이다.

안철수와 이석기의 연결고리, ‘사당동 D아파트’

예를 들어보자. 2013년 ‘월간조선’ 10월호에는 ‘안철수 이석기의 우연한 인연’이라는 제목의 기자수첩이 실렸다. (당시 기준으로) 무소속이던 안철수 의원과 이석기 통합진보당 사이에 묘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느낌을 주는 제목이다.

   
월간조선 2013년 9월호.
 

하지만 정작 기사를 읽어보면 연결고리는 매우 약하다, 아니 아예 없다. “안 의원과 이 의원 모두가 서울 동작구 사당동 D 아파트에서 한때 살았던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살던 시기가 겹치는 것도 아니다. 기사에도 “입주 시기만 맞았어도 두 의원은 이웃사촌이 될 뻔했다” “시기는 다르지만 안 의원과 이 의원이 각각 서울 시내 재개발 구역 가운데 철거민들의 생존권 투쟁이 격렬했던 지역 중 한 곳이었던 사당동 D 아파트 9동 13층에 살았던 점은 우연이라곤 하지만 눈길을 끈다”고 나와 있다.

안철수 의원과 이석기 전 의원이 같은 아파트에 서로 다른 시기에 살았다는 것이 기사가 될까. 이런 식이라면 ‘박근혜 대통령과 이석기 전 의원의 우연한 인연’이라는 제목의 기사도 가능하다. “박 대통령과 이석기 전 의원 모두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한 때 근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쓰면 된다.

왜 이런 연결고리가 필요했던 걸까. 당시 이석기 의원은 내란음모혐의로 구속수사 중이었다. 보수언론은 이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대한 이념 공세를 하면서 여러 연결고리를 찾았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의원이 연결고리에 걸렸다. TV조선은 2013년 9월 3일 ‘문재인과 이석기의 이상한 인연?’이라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이석기 의원이 2003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복역 중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는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재인 의원이었다는 것이다. 채널A도 9월 2일 “사건의 불똥이 민주당 친노무현계로 튀고 있다”고 보도했다.

   
▲ 2013년 9월 3일자 TV조선 메인뉴스 갈무리.
 

보수언론은 이석기 의원이 받고 있는 내란음모라는 무시무시한 혐의를 토대로 48%의 지지를 받은 야당 대선후보까지 겨냥한 셈이다. (관련 기사 : <‘이석기·문재인’ 엮기 위한 조선·동아의 무리수>)

언론은 늘 하나의 사건이 터지면 다른 사건과의 연결고리를 찾고, 의미를 부여한다. 파리에서 테러가 발생하면 IS가 다른 지역에서 벌인 테러와 이 테러를 비교해서 분석하고, 한국에서 테러의 위험성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쓴다. 문제는 의도를 가지고 연결고리를 억지로 만들어낼 때 발생한다.

임재범에서 민효린 꿀벅지를 이끌어내는 놀라운 상상력

지난 2014년 여름 세월호 참사 이후 특별법을 만들어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유가족들이 농성을 벌였다. 그 중 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오랜 기간 동안 단식 농성을 했다. 그러다 서울동부병원으로 실려간다.  

조선일보는 서울동부병원과 김영오씨 사이에서 하나의 연결고리를 찾아낸다. 기사 제목은 ‘김영오 주치의는 전 통합진보당 대의원’이다. 조선일보는 김씨가 농성장에서 가까운 강북삼성병원이 아니라 하필 서울동부병원으로 간 이유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과장의 정치색이 세월호 집회를 이끄는 단체들과 맞다”는 결론이다. 이 과장이 전 통합진보당 대의원이며 병원 원장도 진보 인사로 분류된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하지만 기사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서울동부병원과 김영오씨의 연결고리는 ‘정치색’이 아니라 ‘주치의’다. 평소에 진료 받던 병원이라 그리 간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일에 왜 정치색이 같아서 병원에 갔다는 인상을 심어준 것일까. 이런 기사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김씨의 단식농성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뭔가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이처럼 언론은 의도를 가지고 연결고리를 만들어낸다. 조선일보의 ‘간장 두 종지’ 칼럼 밑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분풀이성 일기 글” “지면을 개인감정을 표현하는 일기장처럼 썼다”는 댓글이 달렸다. 사람들은 이 칼럼에 간장 종지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면에 분풀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했다. 칼럼에는 “그 식당이 어딘지는 밝힐 수 없다. ‘중화’ ‘동영관’ ‘루이’는 아니다”는 내용이 있다. 식당 이름까지 쉽게 유추할 수 있도록 쓰여 있기 때문에 이런 의심은 더욱 강해졌다.

   
▲ 임재범과 민효린의 꿀벅지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뉴스가치가 의심스러운 기사를 발견하면 그 기사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보자. 그 고리가 억지스럽다면 의도를 의심해야 한다. 뉴데일리 등 몇몇 인터넷 매체들은 지난 11월 29일 JTBC 히든싱어4편에 출연한 임재범이 인기검색어에서 오르자 임재범이 데뷔한 1986년에 태어난 민효린의 ‘탱탱 가슴라인’과 ‘새하얀 꿀벅지’에 관한 기사를 썼다. 1986년을 연결고리로 임재범에서 출발해 민효린의 꿀벅지까지 도달했다. 어처구니없는 연결고리들은 이렇게 널려 있다.

* <뉴스 파파라치> 연재목차

1. 기레기와 찌라시 전성시대

(1) 사람들은 왜 뉴스 대신 찌라시와 음모론을 믿나

(2) 진영언론과 객관성 : 조선일보와 한겨레, 둘 중 뭘 읽어야 할까

(3) 기레기를 위한 변명 : 낚시 기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4) 뉴스가 할 말, 드라마와 영화가 대신하다 : 미생과 송곳

2. 뉴스란 무엇인가

(5) 뉴스가치의 판단 기준 : 대중은 어떤 사건에 분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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