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짧은 역사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도민과 팬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선수단의 임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도민과 팬 여러분께 감동과 희망을 드리겠습니다. 성공의 열쇠는 인내심과 격려와 성원입니다. 여러분께서 늘 그래 주셨듯이 한결같은 믿음으로 자신감과 힘을 불어넣어 주시기 바랍니다.“ 프로축구 강원도민프로축구단(이하 ‘강원FC’)의 구단주인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강원FC 홈페이지의 구단주 인사말 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위와 같이 최 지사가 얘기했듯이 강원도민과 팬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줘야 할 강원FC가 강원도민에게 불편한 ‘감정’과 ‘실망’을 주고 있다. 강원도의회 사회문화위원회(위원장 김금분)가 최근 강원FC 임은주 대표이사에게 올해 초 강원도의 예산지원을 받으며 내건 1부리그 승격 등의 약속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며 대표이사 사임을 촉구하고 임 대표이사는 당장은 물러날 수 없고 내년 3월경에 사퇴하겠다고 버티면서 촉발된 ‘대표이사 사퇴’ 논란이 시초였다.

   
▲ 최문순 강원도지사. 사진=언론노보
 

대표이사 사퇴 논란이 정치논쟁으로 변질될 조짐이 보여

그런데 지난 1일 강원도가 책정한 내년도 강원FC에 대한 20억 원의 예산안을 심의한 강원도의회 사회문화위원회가 강원FC 예산을 전액 삭감함으로써 이젠 ‘강원FC 해체’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여기에 임 대표이사 등 일부에선 강원도의회의 ‘여소야대’구조를 들며 시도민구단에 대한 정치권의 부당한 압박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치 개입’논란이 더해지고 있다.

강원FC 논란의 본질은 무엇일까? 문제의 본질을 알아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알 수 있다. 냉정히 보면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시도민구단에 대한 정치권(임 대표이사는 강원도의회를 말하는 것 같다)의 부당한 개입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하기엔 어색하다. 강원도의회가 강원FC 예산안을 임 대표이사의 사퇴와 결부짓는 것이 부당하게 강원FC 운영에 개입하는 것으로 보려면 강원도의회의 임 대표이사 사퇴요구에 합당한 근거가 보이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임 대표이사가 올 초에 강원FC에 대한 예산지원과 관련하여 내건 1부리그 승격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약속대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이 강원FC 운영에 개입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약속을 지키라고 강원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와 도의원이 피감기관 강원FC 대표인 임 대표이사에게 요구할 순 있는 것이다.

결자해지로 최문순 지사가 나서 대표이사 사퇴논란을 해결해야

임 대표이사도 내년 3월경에 사임하겠다고 하였는데, 이는 누가 보더라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내년 시즌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표이사 체제 하에서 선수단 구성 및 운영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시즌 개막을 바로 앞에 두고서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은 사실상 ‘벼랑 끝’ 전술에 기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임 대표이사로서는 일단 시간을 벌고 최 지사와 도의회 사이의 정치적 ‘타협’으로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강원도의회 사회문화위원회가 20억 원의 예산안과 임 대표이사의 사퇴를 결부하여 예산안 전액을 삭감한 것이 임 대표이사 개인에 대한 ‘정치적’ 공세로 보일 수 있지만 위와 같이 사퇴 여부가 아닌 사퇴 시기에 대한 문제라는 점에서 강원도의회 사회문화위원회의 정치적 요구가 마냥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다.

   
▲ 강원FC 홈페이지
 

그렇다면 임 대표이사 사퇴 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강원FC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강원FC 구단주인 최 지사가 하루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강원FC 내‧외부에서 논란이 있었음에도 임 대표이사를 데려 와 강원FC 대표이사에 앉게 한 최 지사가 나서서 임 대표이사 사퇴 논란을 매듭짓는 것이 ‘결자해지’로 보인다. 이젠 임 대표이사의 거취는 임 대표이사와 강원도의회 사이의 문제 차원이 아니라 최 지사와 강원도의회 사이의 문제이다. 임 대표이사에 대한 확신이 지금도 있다면 강원도의회를 설득시키고, 확신이 없다면 임 대표이사를 설득시켜야 한다.

강원FC 대표이사의 사퇴라는 문제가 강원FC의 존폐 논란으로까지 확대되면 선수단의 멘탈은 그야말로 엉망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년 강원FC의 1부리그 승격 가능성은 제로가 될 것이다.  

<필/자/소/개>
필자는 운동선수 출신의 변호사이다. 개인적‧직업적으로 스포츠‧엔터테인먼트‧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우리 스포츠‧엔터테인먼트‧문화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제도적 발전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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