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검찰 기소와 국정 교과서의 닮은 점
‘제국의 위안부’ 검찰 기소와 국정 교과서의 닮은 점
“학문적 논쟁의 영역, 동의하지 않을 순 있지만 형사 처벌은 학문의 자유 훼손”… 한일 양국 지식인 성명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책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국제학부 교수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해 비판하는 입장을 2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밝혔다. 

지난달 19일 서울동부지검은 ‘제국의 위안부’가 일본군 종군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로 묘사하고 일본군과 위안부를 ‘동지적 관계’로 표현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기소했다. 박 교수는 “이 책이 위안부 할머니를 비판하거나 폄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책의 한 부분을 인용했다. 

“일본놈들이 그땐 막 별걸 다 갖다주는기라. 먹으라고 근데 오는 거 보니 간즈메(통조림)랑 과일이랑 별거, 그땐 계란도 귀해서 계란도 가지고 와서 막 삶아주고. 먹고 일어나라고. 파인애플도 사주면 가지고 와서 막 따놓고 옆에 떠억 긴 칼 차고 저 구석에 앉아갖고 날 치다보고 앉아서 그걸 먹으라고 보네요. 그러믄 난 못 먹는다고 안 먹었어. (중략) 그랬더니 스기야마 군죠가 날보고 시영딸로 하자고, 올라오더니 밥 먹어, 밥먹으면 한국에 보내줄게. 내가 보내줄게 지발 밥 먹으라고. 어떤 때는 또 시금치죽, 계란죽, 그거를 좋은 죽이라고 또 끓여 올려 보내주네.“ (제국의 위안부, 초판 기준 67쪽)

이 부분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집 ‘강제’에서 박 교수가 재인용한 부분이다. 

박 교수는 책에서 이 부분에 대해 “물론 이런 기억들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기억일 수밖에 없다. 설사 보살핌을 받고 사랑하고 마음을 허한 존재가 있었다고 해도 위안부들에게 위안소란 벗어나고 싶은 곳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그렇다 하더라도 그곳에 이런 식의 사랑과 평화가 가능했던 것은 사실이고, 그것은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군 관계가 기본적으로는 동지적인 관계였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 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국의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오른쪽)가 검찰 기소에 대해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원고(나눔의 집과 일부 위안부 피해자) 측은 이처럼 ‘매춘’, ‘동지적 관계’ 등의 표현을 문제삼았다. ‘매춘’이란 표현을 문제삼는 데 대해 박 교수는 “이들의 생각은 위안부가 매춘부라면, 피해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근거한 것”이라며 “어린 소녀들이 동원되기 쉬운 것은 오늘날 역시 마찬가지지만 나이나 매춘여부에 상관없이 그 고통은 노예의 고통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일본 우익세력처럼 위안부를 단순한 매춘부로 봐 책임을 부정하는 이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과 같이 위안부가 매춘부가 아니고 순진한 소녀에 불과했다고 주장하는 이들 모두 “매춘에 대한 혐오와 차별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제국 일본’의 여성을 군인을 ‘위안’하는 것이 그녀들에게 부여된 공적인 역할이었고, 조선은 다른 나라와 달리 일제 지배를 받고 있어 일제의 일원이었다는 의미로 ‘동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징병인들에게도 보장됐던 법이 위안부에게는 없었다는 것을 일본에게 말하기 위해서라도 조선인 위안부를 조선인들과 다르게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이 책은 그동안 위안부문제에 관여해 온 주체들을 모두 비판하고 있다”며 “‘소녀상’과는 다른 위안부 이미지를 말하거나 한일관계에서 주요발언단체로 성장한 지원 단체(정대협 등)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지음/ 뿌리와 이파리 펴냄
 

[관련기사: ‘소녀상’에 갇힌 위안부를 꺼내오는 일]

박 교수는 검찰이 자신을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것을 정부의 여론 통제와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한국 정부는 (위안부)지원 단체와 보조를 맞췄고, 실제로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 책이) 정부입장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국가가 정하는 하나의 역사를 강요하려는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정부입장·지원단체의 입장이란 박 교수가 지적했던 ‘순진한 15세 소녀를 일본군인이 강제로 겁탈했다’는 고정된 위안부 이미지를 가리킨다. 

형사기소에 대한 지식인 성명 

소설가 장정일, 칼럼니스트 김규항 등은 2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국의 위안부’ 형사기소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발표한 성명에는 연세대 문정인 교수, 유시민 전 장관, 작가 홍세화, 김곰치, 화가 임옥상, 금태섭 변호사 등 각계 지식인 19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학문적 영역에서 논의돼야 할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논쟁이 사법 영역으로 간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 박유하 교수는 이번 기소에 대해 표현의 자유 침해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에 김규항씨는 “박 교수의 경우는 표현의 자유를 말하는 게 책의 하자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에 그 문제를 다루지 않았지만 주변에 이 사태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꼭 박 교수 책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학문연구 영역에서 새로운 영역이나 새로운 시각에 대한 기준을 학문의 장에서 만들어야지 법의 영역에서 다루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도쿄 프레스센터에서도 일본 언론계, 학계, 문예 등 인사들이 ‘제국의 위안부’ 형사 기소에 대해 항의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제국의 위안부가 우익 논조에 가담하는 책이 아니”라며 “검찰이라는 공권력이 특정 역사관을 기반으로 학문과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동을 취했다”고 비판했다. 

해당 성명에 참여한 이는 일본 식민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무라야마 전 총리, ‘고노담화’의 주역인 고노 전 의장,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우에 겐자부로, 한국학 개척자인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등 총 54명이다. 

박유하 교수는 “검찰이 명예훼손이라고 지적한 부분의 앞뒤 문맥을 알 수 있도록 자료를 준비하고, 원고가 처음 지적한 109곳, 검찰조사에 응해 작성한 53곳, 그 밖의 재판자료들을 반박한 자료들을 모아 홈페이지를 개설해 공개하겠다”며 “원고(나눔의 집) 측 위안부할머니들의 오해를 푸는 역할에 앞장서 소송을 기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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