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평가에서 지상파 꼴찌였던 MBC가 2위로 도약했다. 그러나 평가 내용을 살펴보면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MBC는 타 방송사에 비해 ‘경영’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교양국 해체가 역으로 고득점의 원인이 됐다.

지난달 2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방송평가 결과 지상파 3사 4개 채널 중 KBS1이 779.34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MBC(745.88점), SBS(738.29점), KBS2(720.14점)순이다. MBC는 2012년과 2013년 방송평가에서 지상파 4개 채널 중 4위를 기록했으나 2014년 평가에선 순위가 두 계단 올랐다. 지상파 방송평가는 내용, 편성, 운영 등 3개 분야가 각각 300점씩 총 900점 만점으로 구성된다. 

MBC는 ‘운영분야(300점)’에서 1위를 기록하며 다른 방송사들을 따돌렸다. ‘운영’에서 MBC는 261.70점으로 KBS1(254.93점), KBS2(254.93점), SBS(257.30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MBC는 ‘인적자원개발투자’와 ‘경영진의 비전과 조직관리 능력을 포함한 주요 경영사항 공시의 적정성과 충분성 평가’ 측면 점수가 높았다. 특히, ‘경영상황 공시의 적정성’의 경우 2013년 평가 때는 16.30점을 받았지만 이번 평가에는 24.30점을 받아 가파른 상승폭을 보였다. MBC는 ‘편성분야(300점)’에서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보이기도 했다. 

   
▲ 상암동 MBC 사옥. 사진=언론노조
 

문제는 평가방식이 단순하다는 점이다. ‘경영사항 공시의 적정성’항목의 세부기준을 보면 ‘경영진 또는 회사의 비전과 조직관리계획 수립 여부’ 배점이 12점이다.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 공영방송으로서 적절한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계획을 세우기만 하면 높은 점수를 받게 되는 것이다.

MBC는 지난해 교양국을 폐지하며 논란을 빚었지만 이를 통해 오히려 가산점을 받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평가위원장인 김재홍 부위원장은 “MBC가 교양제작국을 폐지한 일이 모순적으로 점수를 잘 받는 계기가 됐다”면서 “교양국 폐지에 대해 시민사회와 언론계가 지적했지만 조직개편 방향이 잘 된 것인지 아닌지를 평가하지 않고 경영진이 기구, 조직, 인력운용을 새롭게 조정했는지 여부만 따져 평가한 결과다. 마치 조직기구와 인력을 비전을 갖고 바꾼 것처럼 평가받았다”고 지적했다. 

‘운영’에서 정작 ‘경영’이 차지하는 배점이 적다는 점도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EBS는 지난해 재승인 당시 방통위가 “통합사옥이전에 따른 비용증가 등 재정상황 악화에 대비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할 정도로 재정상황이 열악하다. 그러나 정작 재정상황을 나타내는 ‘재무의 건전성’배점은 ‘운영(300점)’에서도 30점에 불과하다.

‘운영’면에서 노사관계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MBC의 점수가 지난해에 비해 대폭 상승했다. 폄하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현재 MBC의 방송과 경영에 관련해 체감하는 문제와 평가결과가 차이가 있지 않냐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고삼석 위원은 “부당한 인사를 둘러싼 노사간 갈등 문제가 있고, 재판에서도 MBC가 패배하고 있다. 이런 점이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노사관계가 불안하고 경영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건 결과적으로 방송운영에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덧붙였다. 

‘편성평가(300점)’ 역시 지상파방송의 종합적인 편성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송평가에서 고른 편성을 위해 ‘주시청시간대 균형편성평가(총점 60점)’를 하고 있는데 주시청시간대(평일 오후 7시~11시, 주말 오후 6시부터 11시)에 오락프로그램 편성이 60%미만이기만 하면 만점을 받는다. 평가 시간이 ‘주시청 시간대’로 한정된 점도 문제지만 특정 장르의 편중을 막고자 하는 취지와 달리 기준이 매우 낮다. 교양이나 시사 프로그램 의무편성에 대한 척도도 없는 상황이다. 

‘내용평가(300점)’에 대한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는 내용평가에서 ‘방송심의제규정 준수(100점)’항목을 평가하는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 제재를 받은 만큼 감점을 한다. 문제는 방통심의위가 여당 위원 6명, 야당 위원 3명으로 구성돼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모든 심의가 ‘공정성 심의’는 아니지만, 지상파가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을 해 제재를 받았다면 그만큼 감점이 늘어나고, 정권 눈 밖에 나는 보도를 하지 않을수록 점수를 많이 받는 구조다.

방송평가 결과는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심사에 40%반영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