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에 피신해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하며 한 위원장을 끌어내려고 시도했던 조계사 신도회 전현직 임원단에 새누리당 의원의 가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계사 신자 한명은 새누리당 의원과 가족관계에 있는 신도회 전 임원 한 사람이 이번 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남자 4명과 여자 11명 등 15명으로 구성, 신도회 회장단이라고 밝힌 이들은 지난달 30일 긴급회의를 열어 한 위원장을 직접 끌어내기로 결정한 바 있다.

신도회 회장단 박준 부회장은 이날 오후 2시 50분경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도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는 한 위원장을 조계사 밖으로 내보내려고 들어간다"며 건물 4층으로 올라갔고, 실제 한상균 위원장을 끌어내려고 시도했다.

박 부회장 등 일행은 조계사 부주지 담화 스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 위원장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한 위원장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발버둥을 쳤고 입고 있던 승복 윗도리 단추가 뜯어져 나가 상의와 바지까지 벗겨져 팬티 차림으로 버텼다고 신도회 회장단은 전했다.

조계사에 공권력이 투입된 적은 있지만 신도들이 나서 피신한 사람을 끌어내려고 시도하고 퇴거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화쟁위원회가 민중총궐기본부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부에 중재를 요청하고 있고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신도들이 나서 한상균 위원장을 물리적으로 끌어내는 행위가 벌어진 것이다. 신도회 회장단은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을 찾아가 한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신도회 회장단의 행위를 맹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일부 신도들의 위원장 폭행사태 세부 상황이라며 "(30일) 3시경 조계사 신도라는 10여명이 ‘조계사 신도회’란 이름으로 관음전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신발을 신은 채로 관음전 숙소로 들어와 위원장의 목을 조르고, 쓰러뜨려 눕혔다"며 "심지어 이불로 싸서 나가자며 위협을 하기도 했고, 위원장의 몸을 들어 밖으로 끌고 나가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위원장이 입고 있는 법복이 찢겨 나갔고, 법복 상하의가 모두 탈의가 됐다. 조계사 내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믿기 힘든 폭력 난동이 20여 분간 자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노총은 "이들은 경찰과 전화통화를 하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주고받았고, ‘끌고 나갈테니 차량을 대기하라’는 등 경찰과의 관계를 그대로 드러냈다"며 "민간인이 아니라 사복경찰이라 할 만한 행태였다. 사실상 공권력과 내통하며 정권의 충복을 자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유례없는 조계사 신도들의 퇴거 요구와 완력 행사에 대해 집권여당과 경찰이 관계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오랜 조계사 신도라고 밝힌 한 관계자는 "이번 신도회 회장단 이름으로 들어가 있는 사람 중 이연숙 전 회장이 있는데 이들은 신도를 열심히 한다기 보다 집권여당의 골수파로 새누리당 최고위원까지 지냈던 이혜훈 전 의원의 시어머니인 것으로 파악됐고, 이번 분란도 주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한상균 위원장 퇴거를 공개적으로 주장했던 박준 부회장은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전 회장이 회장단으로 참석한 것은 맞다. 어제 입장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이 전 회장이 새누리당 의원과 가족관계에 있고 이번 사태를 주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다.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같이 활동했던 보살님 몇분과 전현직 임원들과 도모했다. 몇사람 신도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번 사태가 불거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달 30일 조계사 앞을 경찰병력이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15명 신도회 회장단이 한상균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하기에 이르면서 조계사 내부 분란이 커지고 실제 퇴거 요구를 결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조계사 신도들의 퇴거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계사 신도회 퇴거 요구에 이어 1일 오후 신도회 임원진 160명이 임원총회를 열면서 그 결과에 따라 한상균 위원장 거취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신도회 임원진은 총회에서 15명 신도회 회장단의 즉각 퇴거 입장와 달리 한 위원장이 6일까지 조계사에 머물도록 허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 15명의 신도회 회장단 입장과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상균 위원장도 이미 5일까지만 시간을 달라는 입장을 피력한 상황에서 민주노총과 민중총궐기 본부 측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신도들이 6일까지 시간을 정해 퇴거를 요청하는 모양새지만 전날까지만 해도 완력을 행사해 퇴거를 시도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다수 신도들이 한상균 위원장의 뜻을 존중해 6일까지 거취와 관련한 결단을 촉구한 셈이다.

하지만 박준 부회장은 "임원총회에 회장단은 뜻만 전달했고 총회 참석을 하지 않았는데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며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 5일 총궐기를 지휘하겠다는 것이고 후에 나가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범법자를 보호하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조계사가 각본을 짜고 한 일이다. 신도회 회장단에서 다시 대응방향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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