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1일 하태경 의원의 말을 인용해, “4·16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 특조위)가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하기로 한 가운데, 조사 신청서에 ‘가해자’가 박 대통령이라고 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한 가운데,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이는 공문 양식상의 항목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일보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달 23일 새누리당 추천 이헌 부위원장의 특조위 회의 속기록 발언에 근거해 “조사신청서에 지금 가해자는 ‘박근혜’로 되어 있다”라고 주장한 부분을 검증없이 그대로 받아썼다. 

   
▲ 1일자 온라인 조선일보 보도 캡쳐
 

조선일보는 또한 “조사신청서에 사건의 가해자가 박 대통령이라고 써진 사실을 회의 참석 구성원들이 모두 알고 있었다”“이 신청을 각하하지 않고 조사하기로 의결한 것은 ‘박근혜 가해자’ 주장이 거짓이 아니고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라는 하 의원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이 세월호 유가족의 조사신청서를 입수해 확인해보니, 유가족이 작성한 조사신청서 원본엔 “가해자”라는 표현이나 이와 유사한 표현은 일절 포함돼 있지 않았다.  다만 정부의 조사신청서 양식 자체에 '사건 관련자'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입력하도록 돼 있다. 조사신청서를 접수한 고(故) 박수현 군 아버지 박종대 씨는 "가해자란 표현은 한 적이 없다"며 "신청서 양식에 그런 항목들이 있기에 맞춰서 기입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보도가 나간 이후, 연합뉴스를 비롯한 많은 언론사들이 앞다퉈 하태경 의원의 이 보도자료를 보도했다. 그러나 가해자란 단어가 신청서 양식일 뿐, 유족이 작성한 조사 신청서에 그런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보도는 없었다. 

박종대 씨는 신청 취지를 통해 “세월호 참사 발생 및 대응과정에서 청와대와 대통령 업무 행위의 적절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신청하며, 전체적 측면(사고발생과정에서부터 현재까지)에서 정상적인 업무 범위를 초과하여 부적절한 개입으로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키지는 않았는지 철저한 검증을 요청”한다고 되어 있다.

이 조사신청서엔 유가족들이 겪었던 세월호 참사 당일의 참혹했던 경험과 청와대 등 국가재난사태 컨트롤타워의 역할과 관련한 조사 신청 취지가 담겨있다. 

박종대 씨는 박 대통령이 2014년 5월 16일 유가족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특별법은 만들어야 한다. 특검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진상규명에 유족 려어분의 여한이 없도록 하는 것” 등의 발언과 함게 약속한 진상규명 및 특별법 제정 약속을 상기시키며, 6월 지방선거 이후 “굳게 약속했던 진상규명에 대한 약속은 어디로 가고, 피도 눈물도 없는 방해가 노골화되었다”고 지적했다. 

박 씨는 신청서에서 “수 백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대면보고조차 받지 않고 회의도 열지 않은 것은 매우 문제가 아닐 수 없으며, 이 또한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해야 할 것”이라며 철저히 검증을 요구했다. 

박씨는 이어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간(10:00)에 이르러서야 대통령이 겨우 알았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며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와 대통령은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처하였는가”를 반문했다. 

   
▲ 고 박수현 군의 아버지 박종대 씨가 작성한 조사신청서 일부
 

박종대 씨는 대외비 자료인‘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대통령 훈령 318호)에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분야 위기에 관한 정보·상황의 종합 및 관리업무를 수행 한다’고 명시된 점, 해양수산부의 ‘재난유형별 위기대응 매뉴얼(해양사고선박)’에도 위기관리 체계 상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이 해양수산부가 담당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상위 부서로 표시된 점 등을 들어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로서의 책임을 갖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씨는 특히 “신청인은 대통령의 사생활 따위는 관심도 없다”며 “하지만 정상적으로 업무를 집행해야 할 시간에, 그것도 서면보고를 받아 침몰 사고 발생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내 새끼가 죽었다면 그것은 문제가 다르다”며 “대통령은 분명히 취임선서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봉사를 하겠다고 선서 하였는데, 지극히 열심히 복무해야 할 근무시간에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국민의 안전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것은 심대한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선일보 인터넷판의 해당기사를 쓴 손덕호 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이건 의원실 보도자료 대로 쓴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의 주장으로 간접 인용처리를 하지 않고 ’확인됐다‘고 쓴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하태경 의원실에 물어보라. 다른 일을 하느라 통화를 계속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에 대한 데스킹 권한을 갖고 있는 디지털뉴스본부 관계자는 “저희가 뭐라 답변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해당 기자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한편, 하태경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최초의 조사신청서에는, 사건의 가해자가 박근혜라고 쓰여져 있다. 이 사실은 동 회의에 참석한 구성원들이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회의 속기록 첨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특조위가 이 신청에 대한 조사 개시를 의결한 것은 “박근혜 가해자”가 조사 신청의 각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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