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통 할배’는 보수단체의 과격한 집회를 비꼬는 단어다. 정부‧여당은 오는 5일 ‘2차 민중총궐기대회’를 앞두고 대대적 시위자 검거 방침을 세우며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단체의 과격 집회에 대한 제재는 보수 정권 이래 관대했다는 지적이다.

언론이 민중총궐기 대회의 ‘폭력성’을 부각하고 정치권에서 복면 착용이 쟁점화하고 있지만 권력의 살핌 아래 보수단체 회원들은 복면은 물론 가스총, 각목 등 각종 집기를 들고 집회 현장을 배회했다.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지난 2010년 6월 참여연대 앞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당시 시너가 담긴 소주병과 LP가스통까지 매단 승합차량이 등장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이에 반발한 보수단체가 ‘융단폭격’을 가한 것이다.

보수언론이 “불법적인 도구를 동원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시위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중앙일보)고 비판했을 정도로 보수단체의 LPG 가스통 시위는 파장이 컸다.

   
▲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2007년 4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캐피탈호텔에서 열린 고엽제전우회 총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9년 6월 애국기동단 소속 해병대구국결사대 회원 30여 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덕수궁 분향소 주변의 경찰과 충돌했다. 시민들과 경찰, 보수단체 회원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일부 보수단체 회원은 가스총을 발포하기도 했다.

군복을 입고 시위에 나서는 이들도 적잖았다. 지난해 천주교 수원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이 시국미사를 열자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성당에 진입하려 했다. 신자들과의 충돌도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군복 차림의 보수단체 회원은 권총으로 보이는 물건을 꺼내들고 “이건 늙은 놈 호신용”이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불법 대선 개입 의혹을 받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월 재판을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청사에 나타나자, 빨간색 베레모와 군복을 입은 해병대구국결사대 회원들이 원 전 원장 뒤를 따라 법정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많은 누리꾼들에게 회자됐다.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군인이 아닌 한 군복을 착용하거나 군용장구를 사용 또는 휴대해서는 안 된다. 국방부는 광우병 촛불 정국 당시 군복을 입은 예비군이 집회에 등장하자 “군의 명예와 자긍심을 훼손시키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 예비군복을 착용하고 집회에 참여하는 행위는 자제해 주기 바란다”며 자제 요청을 했지만 보수단체에 대해서는 관대해왔다.

지난 2013년 행정자치부는 최근 3년 동안 “불법폭력시위를 주최‧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해 처벌받은 단체를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음에도 ‘국민행동본부’를 지원해 논란이 일었다.

이 단체는 국가보안법 사수 국민대회에서 집시법 위반,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이 인정돼 2011년 1월 서정갑 본부장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국민행동본부는 당시 한겨레에 “서정갑 본부장이 집시법 위반으로 형을 선고받았지만 올해(2013년) 1월 특별사면복권돼 문제가 되지 않으며, 최근 3년 동안 불법시위를 주최하거나 주도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1일 “집회를 관리하는 책임은 경찰에 있다”며 “그렇다보니 경찰은 권력을 비판하는 집회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권력을 지지하는 집회는 느슨하게 법집행을 해왔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 보수정권에서 진보 성향의 단체에 비해 보수 성향 단체가 편하게 집회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경찰의 자의적인 법집행은 편향성 시비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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