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색 '하이바'에 청잠바와 청차켓, 하얀운동화. 그리고 몸통크기의 조그마한 방패.

한 누리꾼은 그의 정체를 "영화 300에 나오는 스파르타인"이라고 표현했다. 

1980~90년대 후반까지 집회 시위 현장에 볼 수 있었던 백골단이 2015년 출현할 예정이다. 정확히 백골단의 진압방식이 다시금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백골단은 다른 진압 경찰과 달리 하얀색 헬멧을 썼다. 진압 경찰이 군화를 신었던 것과 달리 하얀색 운동화를 신고 있어 백골단이라는 별칭을 얻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들은 직업 경찰관으로 구성돼 있고 특히 시위대와 직접 맞부딪히면서 폭력 진압 논란이 일었다.

백골단이 회자되는 이유는 오는 5일 열릴 예정이었던 2차 민중총궐기를 경찰이 불허하는데 이어 검거 전담 부대를 투입하기로 하면서다. 서울지방경찰청은 30일 대규모 집회 시위에서 불법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며 불법행위자에게 유색물감을 뿌려 식별한 뒤 검거 전담 부대를 투입해 연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80~90년대 무장을 최소화해 경량화시킨 검거 전담반이 시위대로 뛰쳐 들어가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한 뒤 검거하는 방식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정부와 집권여당은 집회 시위 현장에서 복면 착용이 폭력 시위와 직결된다고 판단를 내렸다. 이에 경찰은 복면 시위자를 타깃으로 삼아 검거 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활약(?)했던 백골단은 집회 시위 현장에서 그 출현만으로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90년대 초반 학번의 김모(41)씨는 백골단에 대해 "두려움이 없고 무술 유단자에다가 상당히 큰 덩치에 단봉을 휘두르면서 시위대 한 가운데 뛰어들어와서 비무장 시위대를 사분오열시키고 폭력을 행사한 뒤 쓰러진 시위대를 연행하는 패턴을 보였다. 한마디로 시위 진압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 무술 경관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검거 및 해산 작전을 전담하는 백골단은 전투 경찰이 시위대의 행진을 막고 있으면 시위대의 앞과 뒤 퇴로를 막고 시위대를 한쪽으로 몬 뒤 골목으로 도주하면 일명 '토끼몰이'를 하고 연행하거나 폭력진압하는 방식을 썼다. 김씨는 한마디로 "시위대를 유린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백골단의 진압 방식은 폭력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과거 백골단은 시위대를 한쪽 구석으로 몰아놓고 폭행하는 경우가 다반사처럼 벌어졌다. 공권력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협소한 공간에서 벌어져 감시도 불가능했다. 부상자를 끌고 가는 모습이 백골단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남아 있다. 직업경찰관이라는 점에서 상부의 지시를 받지 않고도 자체 판단에 따라 연행이 가능하다. 

백골단의 폭력은 지난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군 사망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경찰 발표에 따르면 교문밖으로 나가 시위를 하려는 학생들과 경찰이 격렬히 대치했고 이 과정에서 백골단은 골목길에 뛰쳐나온 강군을 향해 쇠파이프와 각목을 휘둘려 실신시키고 2미터 정도 끌고가 버려둔채 철수했다.
 
백골단과 같은 검거 전담 경찰관 투입이 곧 경찰과 정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사수대'를 필연적으로 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차벽으로 원천 봉쇄하는 방안은 적어도 경찰과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시켰지만 검거를 목적으로 한 전문 경찰관의 출현은 충돌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과거 일대일 면으로 진압했던 과거 진압 방식에 맞서 나온 조직이 사수대였다. 사수대는 본 대열과 100미터 정도 떨어져 경찰과 최전선에서 대치했다. 본대열을 보호하기 위한 성격의 조직으로 수만명이 모이는 집회에 수천명의 사수대가 조직됐고 이들은 경찰과 시위대의 정면 충돌을 막는 완충 역할을 했다. 

경찰이 진압 방식을 바꾸면 시위대 역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수대 조직의 출현도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백골단의 마구잡이식 연행과 폭행을 막았던 것도 사수대였다. 80~90년대 경찰과 일부 시위대 무리가 격렬하게 싸웠던 장면이 2015년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전문 검거 전담반이 사수대가 맞붙는 상황이 오면 집회 시위 문화가 80~90년대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 지난 1989년 5월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시위 진압에 나선 백골단. ⓒ연합뉴스
 

백골단은 지난 1996~97년 대학생 대규모 연행 사태 이후 폭력 진압 논란이 일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고 이후 출현한 조직이 서울시경 1기동대였다. 보통 1001, 1002, 1003으로 불리던 조직으로 전투 경찰 중 신체조건이 우월한 사람을 차출해 전문 진압 부대로 활용했다. 

그리고 2008년 7월 경찰은 전의경을 제외한 순경 이상 경찰관으로 구성된 경찰관 기동대를 창설하기에 이른다. 당시 이들은 17개 부대 1700여명 규모로 구성됐다. 한창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파동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경찰은 시위 진압을 전문으로 한 기동대를 창설해 곧바로 투입시켰다.

당시 경찰청 관계자는 직업 경찰관으로 구성된만큼 책임있는 법 집행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위 현장에서 자체 판단에 따라 전격적인 연행 작전이 이뤄질 것으로 예고한 셈인데 실제 광우병 집회에서 기동대가 투입되자 진압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하고 대규모 연행 사태가 벌어졌다.시민사회단체들은 경찰관 기동대에 대해 "촛불시위에 참여한 비무장 시민들에 폭력 진압을 하고도 모자라 아예 백골단처럼 80년대식 진압을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2015년에 백골단이 출현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시위대를 테러 조직으로 보는 시각에 더해 경찰이 집회 시위 시도 자체를 불법으로 보고 강경 진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유색 물감을 뿌려 불법 시위대를 식별하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마구잡이 연행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과거 경찰은 헬리콥터에서 시위대를 향해 형광액을 뿌리고, 형광액이 묻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지방으로 내려가는 버스에 타고 있으면 검문검색을 통해 검거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과잉 진압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각 기동대 분위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지난 집회와 같은 일이 없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검거 전담 경찰관을 투입하겠다는 ‘으름장’이 공포를 주는 효과로 작용해 집회 시위 참가자들이 줄어들고 충돌 상황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다.

하지만 경찰이 집회 자체를 불허하면서 당초 예정된 집회 장소로 집결하려는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이를 불법 행위로 판단해 무리하게 검거하면서 충돌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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