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편견을 부탁해’는 사진기자 강윤중이 경향신문에 연재한 사진 기획물 ‘포토다큐’를 바탕으로 지면에 담지 못한 이야기와 사진을 더해 낸 책이다. 연탄, 이슬람, 난민, 호스피스, 백사마을, 게이, 이주노동자, 시골분교, 철거촌, 독립영화 감독, 여성장애인, 독거노인, 세월호, 야학, 입양가족, 연평도 등 16개 꼭지에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곳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저자는 취재 대상 선정 과정부터 취재원에게 접근하기까지의 과정, 취재 과정과 현장을 꼼꼼하게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

첫째, ‘염치’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준을 하고 숨을 살짝 내뱉어 멈춘 뒤... 찰칵.” 사진을 찍는 행위는 종종 사격과 비교된다. 붉게 물든 노을이나 밤 하늘의 무수한 별을 찍는 등 풍경을 담을 때는 한 폭의 캔버스를 채우는 화가의 마음이겠지만, 사람을 찍을 때는 조금은 다르다. 표적에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기듯이,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눌러 누군가의 인생의 찰라를 사각 프레임 안에 포획하는 행위. 그래서 사진가에게는 윤리적 고민이 뒤따른다. 그 고민은 다름 아닌 ‘염치.’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에서는 저자의 ‘염치’가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나는 셔터를 몇 차례 눌렀다. 순간 광부 무리 속 여기저기서 얼얼한 욕들이 날아왔다.”(24쪽)

탄광 취재를 하는 현장에서는 질펀하게 욕을 얻어 먹었고,

“셔터 소리가 그렇게 청명하고 또 그 여운이 길다는 것을 이날처럼 선명히 느낀 적이 없었다. 가시방석이다. 염치없지만 눈치를 봐 가며 한 컷 한 컷 살얼음판 걷듯 셔터를 더 눌렀다... 기어이 기도 중이던 한 남성이 옆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밖으로 쏜살같이 나올 수밖에.”(45쪽)

이슬람 중앙 성원 기도 모습을 취재하다 무안함에 스스로 철수하기도 한다.

“지난 밤을 설쳤다. 쩔쩔매며 사진을 찍는 꿈이었다... 다시 막막해졌다. 환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이며,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일은 또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할 것인가.”(72~73쪽)

병마와 싸우고, 죽음을 앞둔 호스피스 병동을 향하는 발걸음은 막막함으로 가득하며,

“한참을 바라보다 할아버지 머리맡에 장미 담배 몇 갑을 놓고 발길을 돌렸다.”(106쪽)

재개발을 앞둔 마을을 취재하다 곤궁한 취재원에게 담배 몇 갑을 두고 나온다.

“나 홀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기숙사 방문하기 전, ‘나의 안전’을 잠시 걱정했었다. 더 없이 착한 사람들 앞에서 민망하고 부끄러웠다.(144쪽)

이주노동자의 기숙사를 방문할 때 불안함을 느꼈던 스스로를 자책하며 염치를 차린다.

둘째, ‘기레기’(기자+쓰레기)의 시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성찰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가 취재원을 섭외할 때 겪는 어려움을 보면, 기자라는 직업 역시 우리 사회에서 편견의 대상이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기자들은 때로 비루한 참견쟁이이거나, 아무렇게나 펜과 카메라를 들이미는 폭력적인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성 있는 기자가 필요한 이유를 저자는 경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철거 마을을 취재 중이던 때 저자는 “지금 용역들이 비닐집을 둘러쌌어요. 지금 와 주실 수 있나요?”라는 전화를 받는다. 저자는 갈등한다.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망설였다. 내 안의 변명은 이랬다. ‘내가 현장에 가서 강제 철거를 막을 수는 없다. 나는 기록하는 자여야지 개입자여서는 안 된다.’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되는 나의 변명은 막무가내 용역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일과 진정성 사이에서 고민하곤 한다. 진정성이란 대상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느냐의 문제다. 일과 진정성이 포개지지 않고 따로 놀 때 스스로 부끄럽기 마련이다. 지금 이 순간의 진정성이라는 것은 전화를 끊는 동시에 현장으로 달려가는 것이리라. 뭐가 어떻게 되든 미리 현장 상황을 예단할 필요 없이 요청에 응하는 것이다.”(190쪽)

그는 현장으로 달려갔다.

“나는 시종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현장을 사진으로 남겨서 꼭 보도해 달라는 철거민의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였다. 사진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철거 집행 관계자에게 다가가 ‘동절기에는 강제 철거를 금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항의도 아닌 질문 수준으로 말한 것이 고작이었다.”(193쪽)

그는 ‘무기력’을 호소했지만, 콘텐츠의 홍수 시대에 기자라는 직업이 여전히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다. 언론사 사주 혹은 편집장들에게 당장 이 책을 대량으로 구입해 기자들에게 선물할 것을 권한다.

끝으로, 이 책의 주제는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보다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매일 사건 현장을 뛰어 다니며 마감을 해야 하는 일간지 사진기자인 저자가 한 가지 기획에 쏟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저자 스스로도 어떤 사안에 대해 ‘다 아는 척’ 하지 않는 것이 이책의 미덕이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모순과 차별에 대한 고발이라기 보다는 저자가 가졌던 편견에 대한 고백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취재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그의 고백이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에 그 울림이 더 크다.

저자는 서문에 “글을 읽는 시간만큼 사진에 시선이 머물렀으면 하는 것이 사진하는 사람으로서의 바람”이라며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을 강조하지만, 그의 필력이 만만치 않다. 취재원을 선정하고 다가가고 취재를 하는 과정 사이에 대한 묘사와 이에 담긴 저자의 고뇌를 듣다 보면, 내가 마치 취재 임무를 부여 받고 현장에 나서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몰입감이 상당하다. 오랜만에 읽고 난 뒤 울림이 큰 책을 한 권 만났다.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 / 강윤중 지음 / 서해문집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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