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가 저 집 찾아가서 탕수육 먹고 한 번 칼럼에 대한 의견 좀 물어봐봐. 먹고 취재비 청구하고.” 지난 주말 한현우 조선일보 주말뉴스부장의 ‘간장 두 종지’ 칼럼이 잘 쉬고 있는 저를 습격했습니다. 저는 미디어오늘에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등 소위 보수지 출입을 맡고 있습니다. 

'을의 갑질'을 고발하는 이 가벼운 칼럼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건 조선일보 기자의 지면을 동원한 사적 보복이자 슈퍼 갑의 또 다른 갑질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굳이 이런 취재까지 해야하나 생각도 들었지만 회사에서 돈도 준다고 하니 밥이나 먹자는 생각으로 갔습니다. 탕수육을 사준다는 명목으로 친구를 불렀습니다. 한현우 부장은 칼럼 마지막에 해당 중식당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중화’ ‘동영관’ ‘루이’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정말이지 찾기가 수월했습니다. 

30일 저녁 7시 45분께, 해당 식당을 찾았습니다. 메뉴를 보고 있자 주인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탕수육 소자를 시켰습니다. 일행이 오는 중이라고 하니 몇 분 뒤에 도착하냐고 물으며 도착 5분 전에 탕수육을 준비하겠다고 했습니다. 수저와 따뜻한 차가 담긴 주전자, 컵, 단무지 등이 테이블 위에 착착 놓였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앞에 간장 종지도 하나씩 놓였습니다.

 

   
▲ '간장 두 종지' 칼럼에 나온 중식당에서 주문한 탕수육. 간장 종지는 1인당 하나씩 제공됐다. 사진=이하늬 기자
 

“원래 여기 두 명에 간장 한 종지 아닌가요?” 종업원에게 물었습니다 한국말이 서툰 듯한 종업원은 “주문한 그릇이 오늘 왔다”며 “기다리게 해서…”라며 말끝을 흐리며 웃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조금 당황한 듯 보였습니다. 음식은 일행이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나왔습니다. 따뜻했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계산을 하며 물었습니다 “조선일보 칼럼 혹시 보셨어요?” 주인은 칼럼은 물론이고 그 손님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1번 테이블에 앉은 손님이셨어요. 저희 직원이 그냥 ‘네’ 하고 간장을 가져다 드려야 하는데 ‘간장은 2인당 하나입니다’ 하고 토를 달았나봐요. 저희가 잘못한거죠.”

잘못들었나 싶어 다시 확인을 했습니다. “간장을 갖다 드렸다고요?”

식당 주인에 따르면 간장을 갖다준 건 물론이고 1번 테이블 손님에게 사과도 했다고 합니다. 계산할 때 찍어주는 도장도 추가로 찍어주고 말이죠. 칼럼이 나간 이후 해당 식당은 혹시 부족할까봐 간장 종지도 추가로 구입했다고 합니다. 직원들 친절교육도 다시 했고요. 

그런데 한현우 부장은 칼럼 마지막에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그 중국집에 다시는 안 갈 생각이다. 간장 두 종지를 주지 않았다는 그 옹졸한 이유 때문이다.” 독자들은 당연히 간장을 갖다주지 않았다고 오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화를 풀고 가신줄 알았는데 기사로 쓰셨더라고요 저희가 잘못한거니까 혼나야죠. 그래도 조선일보, 우리나라 대표적인 신문에 쓰셔서 조금 놀라기는 했어요. 앞으로 저희가 잘해야죠.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아, 한현우 부장님, 참고로 식당 주인은 조선일보 구독자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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