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닫았어요.”
반년 간 음압병실에 입원해 있다가 지난 25일 새벽 3시경 세상을 떠난 80번째 환자이자 마지막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의 아내 배아무개씨(36)는 연합뉴스의 기사를 읽지 못했다. 
 
연합뉴스는 ‘[단독]마지막 메르스 환자 숨져… 6달여 만에 메르스 ‘제로’’라는 제목으로 80번째 메르스 환자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연합뉴스의 이 ‘단독’ 보도는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실제 원인은 누락한 채 메르스가 종식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80번째 메르스 환자 아내 배씨는 “나라 방역체계가 잘못돼서 환자가 아팠던 것이고, 기준보다 더 엄격한 격리 상태로 마지막까지 가족들도 못 보게 한, 환자의 인권이 전혀 없었던 상황”이라며 “무슨 구제역 걸린 돼지도 아니고… 살처분이 막 끝난 것 마냥,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메르스 제로’라고 표현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배씨는 “이 기사를 작성할 때도 물론이고, 이후 연합뉴스가 관련 기사를 내는 과정에서도 단 한 번 전화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배씨는 “당사자에게 전화 한 번 안하고 쓴 기사가 어떻게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쓴 기사일 수 있느냐”며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병원하고 싸우기도 힘든 상황에 연합뉴스라는 상대까지 생겨버렸다”고 말했다.  

   
▲ 지난 25일 연합뉴스의 ‘마지막 메르스 환자 숨져…6달여 만에 메르스 ‘제로’’ 기사. 사진=연합뉴스 화면 갈무리
 

지난 25일 연합뉴스는 단독 기사에서 “국내 마지막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로 남아있던 80번 환자가 결국 숨졌다”라며 “방역 당국은 80번 환자(35)가 25일 오전 3시께 서울대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이 기사에서 “80번 환자는 지난 6월8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5달 반 동안 메르스와 싸웠지만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며 “80번 환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국내 메르스 감염자는 지난 5월 20일 1번 환자가 발생한 이후 6달여 만에 한명도 남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80번째 환자는 단순히 메르스 때문에 사망한 것이 아니다. 환자는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을 앓다가 거의 완치된 상태에서 메르스에 감염됐다. 메르스로 인해 격리되면서 림프종에 대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 사망원인이 됐다. 당시 의료진은 80번째 환자의 메르스 바이러스는 전염력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림프종 치료에 전념한다면 목숨을 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격리해제를 풀지않았다. (관련기사: 뉴스타파 ‘80번 메르스 환자 사망은 보건당국의 살인’) 하지만 연합뉴스의 단독보도에는 이러한 맥락이 누락돼있다. 

연합뉴스의 단독보도에는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실제원인과 문제점은 누락한 채, 질병관리본부의 보도 자료를 빠르게 전달한다는 것에만 몰두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기사의 한 댓글은 “마지막 메르스 환자가 싸웠던 건 메르스가 아니라, 질본과 서울대 그리고 혈액암이었다”며 “메르스 종식 기사는 참 빠르다”고 비판했다. 

또한 뉴스타파 홍여진 기자는 2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복지부 발표를 일방적으로 받아 쓴데다, 더 나아가 ‘6달여 만에 메르스 제로’라는 제목을 붙인 연합뉴스, 사람을 살리지 못하고 결국 죽게 만들어 메르스를 소멸시킨 보건당국에 대한 비판은 단 한 줄도 없다”며 “지난 6개월간 환자 측에 연락 한 번 없다가 사망하자 재빨리 사망 보도 자료를 뿌린 복지부에 대한 질타가 단 한 줄도 없다”고 비판했다. 

   
▲ 뉴스타파 홍여진 기자의 페이스북 글. 사진=홍여진 기자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홍 기자는 27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연합뉴스가 이후 종합 기사에서 구체적인 부분을 추가했다고는 하지만, ‘단독’까지 붙은 1보가 제일 중요한 기사라고 생각한다”며 “이 기사만 본 독자들은 80번째 환자의 사망을 ‘메르스가 종식’된 ‘희소식’으로만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기자는 “연합뉴스의 보도 내용은 그날 새벽 6시 정도에 나온 보도자료와 내용이 일치한다”며 “의미에 대한 취재 없이 정부 입장만 일방적으로 썼고, 조금 일찍 보도했다고 ‘단독’을 붙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사를 작성한 연합뉴스 IT의료과학부 측은 27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해당 기사는 보건복지부가 보도 자료를 배포한 6시35분보다 약 1시간 전인 5시 30분경에 보도된 것인데, 보도자료보다 1시간이나 먼저 나왔기 때문이 단독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단독을 달았다”고 말했다. 

또한 IT의료과학부 측은 “1보를 내보내고 곧 종합 2보를 내보내면서 사망원인이 합병증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했고, 논란이 있었던 부분은 박스기사로 처리하는 등 그날 하루 총 8개의 관련 기사를 썼다”며 “곧바로 2보 기사를 포털에 전송했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단독기사보다 종합 2보 기사를 많이 봤고, 그 기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극히 일부의 문제를 전부인 것처럼 말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단독 기사의 ‘단독’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사안을 파헤쳐 최초로 진실을 밝히거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보도에 붙인다. 하지만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보건당국의 보도자료와 거의 같은 내용을 다른 언론사보다 조금 더 빠르게 쓴 것에 ‘단독’을 붙인 것이 이에 해당할지는 의문이다.

또한 한 환자의 죽음에 ‘메르스 제로’라는 표현을 쓴 것 또한 한 환자의 죽음보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박멸에 더 방점을 둔 듯한, 유가족을 배려하지 못한 점이었다. 하루에 관련기사를 8건이나 썼으면서도, 유가족에 전화 한 통 없었다는 점까지. 이 모두가 유가족이 연합뉴스의 기사를 읽지 못한 이유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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