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일가의 경영권 욕심이 다양한 형태의 불법⋅부당행위를 낳고, 이것이 총수일가 내부의 경영권 분쟁 등으로 비화됨으로써 그룹 전체의 존속가능성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3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의 재벌기업, 무엇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경영권 승계에 대한 사회적 규범의 모색’이란 발제문을 통해 이처럼 분석했다. 이 토론회는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구소·경제개혁연대가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란 주제로 공동 주최하는 연속토론회의 일환이다. 

김 교수는 “총수일가의 불법⋅부당한 경영권 승계에 대한 규율장치도 상당정도 개선되었으나, 최근에 많이 활용된 일감몰아주기 및 회사기회유용 관행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각지대 문제가 심각하게 남아 있으며, 특히 이를 통해 축적한 2세⋅3세의 부를 그룹 지배권으로 연결하기 위한 지주회사 전환 및 그 준비과정으로서의 합병⋅분할 과정에 대한 규율장치는 사실상 공백 상태에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 김상조 교수. 사진=국가미래연구원 생중계 캡쳐
 

김상조 교수는 1) 그룹 경영권의 유지⋅승계와 관련한 총수일가의 의사결정 권한과 이에 따른 책임이 너무나 큰 괴리를 보이고 있는 점 2) 그룹이 부실징후를 보일 때 총수일가의 경영권 유지 욕망이 신속한 구조조정을 저해함으로써 결국은 부실을 만성화⋅악성화하여 그룹의 존속을 위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재벌 총수일가의 경영권과 관련한 정책의 기본 방향은 상기 두 가지의 현실적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라며 회사법과 관련 △연결회계 상의 ‘지배’ 개념에 의한 ‘기업집단’ 정의 도입 △‘지배주주’의 ‘공정성 의무’(duty of entire fairness) 도입 △소액주주의 정보권 및 다중대표소송권 도입 △‘로젠블럼(Rozenblum) 원리의 성문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로젠블럼 원리는 지배회사가 그룹 전체에는 이익이 되나 ‘일시적으로는’ 종속회사에 손해가 될 수 있는 지시를 내리고 종속회사가 이를 수용⋅이행하는 경우에, 이에 따른 민형사상 면책을 인정할 수 있는 조건을 말한다. 1990년대 말 이후 유럽의 기업집단법 논의에서, 그룹 공통의 이익과 각 계열사의 이익 간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조정하는 기준으로 1985년 프랑스 대법원의 로젠블럼 원리가 제시되어 왔다. 
 
이어 공정거래법 상의 개선방안으로는 △기업집단의 조직형태별 규제격차 해소 △대규모 기업집단의 ‘대표회사’ 지정 및 ‘그룹 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의무 도입 △기업분할, 계열분리 명령제 도입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현행 지주회사 제도에서의 금산분리 규제는, 한편으로는 재벌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을 억제하는 요인이 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주회사 전환 그룹의 금융계열사 지배도 막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은행을 제외한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지배를 허용하되, 금융자회사의 수 및 자산규모가 일정기준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함으로써 금융부문과 산업부문 간의 위험전이를 차단하는 방화벽을 두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끝으로 부실기업집단 구조조정 관련법과 관련한 개선 방안으로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및 주채무계열제도의 개선 △통합도산법에 기업집단법적 요소 도입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최근 상당수 재벌들의 재무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구조조정하는 수단은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한 뒤 “(현재는)채권은행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절차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데, 과도기적 조치로서 그 불가피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관치금융을 통해 오히려 부실을 은폐⋅확대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따라서 채권은행 주도 구조조정 절차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그 법적 근거를 강화하는 한편, 기업집단법적 접근의 관점에서 통합도산법을 보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상조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상당수의 그룹이 급격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실상 해체되었으나,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에는 오히려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부실이 만성화⋅악성화되었고 결국은 뉴노멀(New Normal)의 경제환경 속에서 상당수 그룹이 유사한 운명을 맞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 결과 한국 재벌의 판도는 최상위 재벌 및 그로부터 계열분리된 친족그룹들만에 의해 지배됨으로써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과 역동성(dynamism)이 침체되는 악순환의 함정에 빠질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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