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 쌀포대를 뒤집어쓰고 바람개비를 든 이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초록색 바람개비와 피켓을 들고 함께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빌며 거리를 행진했다. 

농민과 대학생, 노동자 등 500여명이 28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행진에 나섰다. 시민단체 107곳이 모인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진행한 이날 행진은 서울대병원에서 시작해 보신각을 거쳐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빌딩 앞까지 이어졌다. 이들은 농업을 상징하는 초록색 바람개비와 피켓, 플랑카드를 들고 “국가폭력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을 살려내라”고 주장했다. 쌀포대를 입은 농민의 모습도 보였다. 

이날 행진에서는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것을 두고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나왔다. 충청남도에서 올라왔다는 한 농민(57)은 “백남기씨가 쓰러지는 장면을 보고 나를 포함한 주변의 많은 농민들이 분노했다. 그래서 오늘 행진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 서울대병원에서 중구 파이낸스센터까지 이어진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바람개비 행진' 참가자들이 바람개비와 플랑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차현아 기자.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은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는 충분히 폭력 없이도 저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두려웠으면 저들은 우리의 집회를 폭력으로 매도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진은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의 시민대회로 이어졌다. 오후 5시부터 진행된 시민대회 역시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고 경찰청장의 파면 등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영하에 가까운 추운 날씨에도 이날 시민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2000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이날 발언을 통해 “정부는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때 집회 참가자와 경찰 사이의 물리적 충돌의 모든 책임을 집회 참가자에게만 돌리려 한다. 경찰은 무조건 불법이라고 낙인을 찍어놓고 집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고만 했다. 국제인권기준과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집회가 불법이어도 평화롭게 진행되면 그대로 놔두라고 했지만 경찰은 그렇지 않았다. 살수차 사용 역시도 자신들이 만든 지침마저 어기며 집회를 막는데에만 열중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지켜왔다. 현재 국민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주의가 바람 앞의 촛불이 된 상황이다.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다시 구하기 위해 많은 국민들의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12월5일 2차 민중총궐기때 많은 국민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대회에서는 복면을 쓴 참가자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정부가 집회 현장에서 복면을 쓰면 징역 1년 이하로 처벌을 하겠다는 ‘복면금지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반발의 의미다. 

   
▲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빌딩 앞에서 28일 오후 5시부터 열린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경찰청장 파면 물대포 추방 시민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복면'을 쓰고 있다. 사진=차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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