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대다수는 박근혜정부의 노동개혁안을 ‘개악’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투표결과가 공개됐다. 연내에 시급히 노동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여당의 노동개혁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부정적인 기류가 거셌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에서는 ‘을들의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됐다. 시민 총7만5875명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선 전체 투표 참여자 중 96%인 7만2811명이 박근혜정부의 노동정책이 노동개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국민투표 개표 현장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참석했다. 사진=차현아 기자.

지난 10월7일부터 지난25일까지 국민투표 실행본부에서 진행했던 이번 투표는 박근혜정부의 노동정책이 개혁인지 재앙인지를 물었다. 서울에서 제주특별자치도까지 전국 163개 시군구에 총 2400여개의 투표함이 교회와 카페, 식당, 학교, 지하철역사 등에 설치됐다. 이 투표함에 7만여명의 시민이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개표 행사 진행에 앞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2000여개의 투표함에는 국민들의 분노의 함성이 담겨있는 것"이라고 지지발언을 하기도 했다. 

투표지에는 ‘박근혜정부 노동정책 개혁인가 재앙인가’를 묻는 내용으로 박근혜정부·재벌 추진안과 노동자·청년·서민 요구안 중 선택하도록 돼있다. 박근혜정부·재벌 추진안에는 △일반해고 요건 완화(쉬운 해고) △성과 차등임금제 △비정규 사용 2년→4년 △파견대상 확대 등이 포함돼있다. 노동자·청년·서민 요구안은 △해고요건 강화 △최저임금 1만원 △상시업무 정규직화 △파견노동 근절 등이다. 

   
▲ '을들의 국민투표' 개표 현장에 쌓인 투표용지들. 사진=차현아 기자.

개표현장에서는 전체 2400여개 투표함 중 이날 도착한 690여개에 대해서만 공개 개표가 진행됐다. 약 70% 정도의 나머지 투표함을 포함한 종합결과는 오는 12월2일 온라인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오후 1시부터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진행된 공개투표는 오후 4시 반이 넘어서야 모든 개표 작업이 종료됐다. 

이번 투표는 박근혜정부가 밀어붙인 사상초유의 노사정 ‘야합’을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막아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지난 9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요건 완화 등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진 후 정부여당은 정기국회를 통해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파견법, 기간제근로자법 등 5개 노동법안을 개정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청년실업이라는 명목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당연시하거나 저성과자라며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개정할 수 있다는 점과 비정규직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거나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성과임금제를 도입하는 것 또한 이번 ‘노사 대타협’의 성과로 불려왔다. 정부여당은 연내에 노동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발벗고 나선 상황이다. 이 과정엔 국민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 국민개표 현장에 투표함으로 만들어진 상징물. 사진=차현아 기자.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조영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이날 투표결과를 통해 “국민 대다수인 96%가 비정규직을 확대 등 노동개혁은 무효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을들의 국민투표’를 진행했던 국민투표 실행본부의 공동본부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는 국민들이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을 확대하더라도 일자리를 원하는 것처럼 말한다. 이 투표결과를 통해 우리는 국민의 목소리를 실제로 확인했다. 박근혜정부의 노동개악을 이 투표결과를 바탕으로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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