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올라왔습니다. 사진 한 번 찍어 주이소.”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각계각층 인사들과 전국 각지 시민들이 26일 국회 영결식장에 모였다. 부산에서 올라온 김기진(67, 남)씨는 기자에게 사진 한 장을 부탁하며 “과거 사업을 하는데 김 전 대통령에게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건설업을 하는데 YS가 대통령 하실 때 간접적으로 도움받은 것이 있어 오늘 오게 됐다”며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초석을 닦으신 분이다. 강한 사람이었다는 느낌을 그동안 많이 받아왔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김 전 대통령 영결식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영결식에 입장하기 위해 추모객들은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비표를 받아야 했다. 또 검색대와 몸수색 등을 통과하고, 소지품 검사까지 해야 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에 참석한 추모객들이 영구차 행렬을 보기 위해 줄서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당초 장례위원회는 영결식에 장례위원(약 2000명), 주한외교단 및 조문사절(약 80명), 유가족 관련인사(약 100명) 등 1만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영하의 날씨 탓에 국회 앞마당을 가득 메운 간이의자 가운데 뒤편에 배치된 상당수는 텅 비어 있었다. 주최 측은 70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영결식은 국기에 대한 경례, 고인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장례집행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 약력보고를 했고,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는 조사를 읽었다. 

황 총리는 “대통령님은 평생 동안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다”며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정치철학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우리 국민과 더불어 민주화의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이 박정희‧전두환 군부 독재 정권에 맞선 투사였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권양숙 여사와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헌화를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추도사를 낭독한 김수한 전 국회의장(사단법인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은 “대통령님의 생애는 시련과 극복, 도전과 성취의 대한민국 민주헌정사 그 자체였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상도동계 핵심 인사다. 

김 전 의장은 “자유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오시는 동안 초산테러 가택연금 국회의원직 제명 등의 혹독한 탄압이 간단없이 자행됐다”면서도 박정희‧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술에 취한 추모객이 영결식에서 소동을 일으켜 쫓겨나는 일도 있었다. 이 추모객은 자신의 사지를 끌고 가는 국회경비대원들에게 “이 XX, 너 해병대 몇 기냐”는 등의 욕설을 쏟아냈다. 그는 국회경비대에서 여의도 지구대로 인계된 뒤 귀가조처 받았다.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종교 추모 의식이 끝난 뒤 유족과 황 총리, 해외 조문 사절단 등이 김 전 대통령 영정에 헌화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헌화했다. 

한 시간 30분간의 영결식이 끝나고, 운구 차량은 상도동 자택, ‘김영삼 대통령 기념도서관’을 거쳐 오후 4시 30분께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했다. 오후 5시부터 안장식이 거행됐다. 김 전 대통령은 영면에 들었다. 

   
술에 취한 한 추모객이 지난 26일 김 전 대통령의 국회 영결식에서 쫓겨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26일 국회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 전경.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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