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 현장에서 마스크 등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이른바 ‘복면 금지법’이 25일 여당에 의해 발의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일부 과격 시위대를 최근 프랑스 파리 테러를 주도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비교하며 “복면 시위는 못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지 하루 만이다.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새누리당 의원 32명이 서명한 법 개정안은 폭행, 폭력 등으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나 시위에서는 참가자의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하는 복면 등의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을 신나치·KKK 범죄집단으로 만들 복면금지법 발의 

서울신문은 “새누리당의 복면 금지법 추진은 이번이 세 번째로, 2003년과 2009년에 각각 추진했지만 모두 폐기됐다”며 “기존 판례는 복면 금지법이 헌법에서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2003년 집시법 헌법소원 사건을 판단하면서 ‘집회의 자유와 보장 내용’과 관련해 “참가자는 참가의 형태와 정도, 복장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09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국회에 상정한 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복면 등의 착용 금지 규정은 복면 등을 쓰고 집회 등에 참석하면 불법 폭력 집회를 하려 한다는 잘못된 전제를 기초로 하고 있어 집회·시위의 자유를 중대하게 위축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서울신문 26일자 8면
 

정갑윤 의원실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받은 ‘마스크 착용 금지 외국 사례 보고서’를 보면, 독일과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위스, 미국 일부 주 등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5개국이 집회 때 복면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스웨덴, 노르웨이, 캐나다 등이 비슷한 제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독일은 신나치, 프랑스는 이슬람 문화권의 히잡(전통의상) 착용, 미국은 백인 우월주의 범죄단체 KKK단 등을 규제하기 위해 복면 집회를 금지하는 특수성이 있다”며 “이번 법안은 복면의 개념이나 처벌의 경우가 명확하지 않고 법안 자체의 완결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도 SNS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나라들은 표현(시위)의 자유 수준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며 “대통령이나 총리 사저, 의회 담벼락에 붙어서 시위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차벽을 설치하는 우리와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박 대통령 주장대로 시위대를 테러범으로 몰면서 과도하게 재갈을 물리려는 건 1970년대 유신 시절 ‘국가안보 또는 공공의 안녕을 위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일시 정지했던’ 긴급조치의 발상과 다르지 않다”며 “더욱 걱정스러운 건, 앞으로 검찰·경찰과 국정원 등이 ‘법치’와 ‘사회질서’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국민 기본권을 제약하며 공안몰이에 나설까 하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 한겨레 26일자 사설
 

“박근혜, 영결식 불참하면 박정희 그림자 씻을 기회 버리는 것”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국가장으로 치러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영결식에 불참한 경우는 가족장으로 치러진 윤보선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을 때뿐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박 대통령의 YS 영결식 참석 여부는 26일 오전 건강 상태를 살펴보고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 1시간30분 가까이 야외에 앉아 있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23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YS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만큼 고인에 대한 예우는 이미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7박10일간 많은 외교 일정을 소화하면서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좀 써야 할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박 대통령이 YS의 영결식에 끝내 불참한다면 YS가 유언으로 남긴‘통함과 화합’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또 통 큰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씻을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은 지난 3월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 국가장례식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하기도 했다”며 “박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면서 역사적 평가를 피하는 것도 편치 않은 관계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있다”고 분석했다.

   
▲ 한국일보 26일자 3면
 

방사청 ‘KFX 헛발질’로 껍데기만 한국형 될라

미국이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주요 기술 이전에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사업 초기부터 지속된 방위사업청의 거짓말과 실책들이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방사청은 지난해 9월 차기 전투기(FX) F35의 생산자인 록히드마틴사와 합의각서를 맺고 “KFX에 필요한 주요 기술 자료 및 인력 지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4월 미국 정부는 25개 기술 중 다기능위상배열(AESA)레이더와 적외선탐색추적장비(IRST) 체계 통합 등 4대 핵심 기술의 이전을 거부했다. 방사청은 지난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처음부터 기술 이전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며 자체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을 바꿨다.

서울신문은 “방사청은 이달 중으로 미국으로부터 수출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장담했던 21개 기술 이전 협상마저 난항을 겪자 ‘예정된 일자를 어떻게 딱 지킬 수 있느냐’며 발뺌했다”며 “미국 정부는 방사청의 기술 요청 범위가 상당히 넓다는 점을 들어 좀 더 세부적으로 논의하자며 사실상 부정적 의견을 제시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게다가 방사청은 지난달 27일 박 대통령에게 KFX 사업에 대한 대면보고를 할 때도 주요 21개 기술의 이전은 문제가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 대면보고 때 21개 기술에 대해 어떻게 보고했나”라고 질문하자 장명진 방사청장은 “(기술 이전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고 답변했다

   
▲ 동아일보 26일자 6면
 

동아일보는 “결국 박 대통령은 부실한 보고를 토대로 KFX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당부한 셈”이라며 “최종적으로 주요 기술들의 이전이 무산되면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의 거취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지 않겠느냐”는 정부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을 통해 “이런 식이라면 기한 내 개발은 고사하고, 껍데기만 국산인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돈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정기관은 철저한 감사를 통해 사업이 이 지경으로 왜곡된 연유를 반드시 밝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좀더 빨리 출세시키고 싶은 욕심에…” ‘천재소년’ 송유근 논문 표절  

‘천재 소년’ 송유근(17)군이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연구논문이 지도교수의 학술대회 발표자료를 베꼈다는 이유로 철회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로써 송군은 내년 2월로 예정된 국내 최연소 박사학위 취득이 불가능해졌다.

송군의 논문이 실렸던 천체물리학저널(APJ)을 발간하는 미국천문학회(AAS)는 24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표절을 이유로 해당 논문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선대칭, 비정상 블랙홀 자기권에 대한 재고’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 송군이 제1저자 겸 공동 교신저자, 지도교수인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이 제2저자 겸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학회는 이 논문에 대해 “박 위원이 2002년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 학술대회에 제출한 발표자료 ‘힘 작용 없는 정상, 비정상 블랙홀의 자기권 비교’ 에서 광범위하게 내용을 가져왔기 때문에 저작권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철회 이유를 밝혔다. 

   
▲ 한국일보 26일자 2면
 

한국일보에 따르면 표절 논란은 이번 논문 게재 사실과 지난 17일 송군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인터넷에서 본격화했다. 일부 누리꾼들이 박 위원 발표자료와 이번 논문을 비교하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고, 이 소식이 미국까지 전해지면서 APJ가 14일 자체 심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박 위원은 “논문에 등장하는 방정식들의 4분의 3은 2002년 발표자료와 비슷하지만 나머지 핵심 내용은 송군이 처음 제시했다”며 “비슷한 부분은 기존 블랙홀 연구를 언급한 내용이어서 논문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제목에 ‘재고(Revisited)’를 명시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표절 의혹을 부인해 왔다.

APJ 심사단은 “학회 발표자료를 논문 기고 전 초안용으로 흔히 사용한다”며 “이번 경우는 예외적으로 많이 겹치는데 정식으로 인용하지 않았다”며 송군과 박 위원에게 논문 철회를 권고했다. 

한국일보는 “국내 과학자들은 이번 사건을 표절 판단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철저히 교육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며 “인용 대상인 출판물 범위와 구체적 인용 방식에 대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AAS의 표절 발표 직후 송군이 재학 중인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박 위원은 “솔직히 송군을 좀 더 빨리 넓은 무대로 보내고 싶은 욕심에 2월 졸업을 목표로 서두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26일자 10면
 

‘국정화’ 선봉 이명희 EBS 사장 후보 탈락

EBS 차기 사장의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뉴라이트’ 계열의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사장 공모 면접 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EBS 사장 선임권을 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25일 외부 전문가와 함께 사장 후보자 4명에 대해 면접심사를 치렀는데, 이 교수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겨레는 “이 교수가 면접 후보에서 탈락한 데는 그의 사장 선임이 교과서 국정화 반대로 연계되는 모양새가 정권에 크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청와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전날 사장 후보자 12명을 4명으로 압축하는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장외투쟁과 사퇴 불사로 압박한 것도 한몫 거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우편향인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찬성 여론을 주도한 인물이다. 아울러 방통위의 공모 절차가 늦어진데다 일각에서 ‘청와대 내정설’ 등이 흘러나와 논란이 일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그가 선임되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해왔고, 언론시민단체들도 방통위 앞 등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야당 위원들은 청와대 내정설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