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이후 지상파 및 종편 방송, 신문 등의 집회 시위 보도가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언론시민단체는 이 같은 보도 중심에 자극적인 폭력을 부각하는 언론의 책임이 있으며,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언론에 대한 감시와 잘못된 정보를 제대로 알리고, 인권 중심적 보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24일 오전 10시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긴급 좌담회를 열어 언론의 집회 시위 보도 행태와 프레임을 점검하고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논의했다. 

“언론이 경찰의 폭력진압 부추겨”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민중총궐기가 열리기 전날인 12일부터 15일까지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 보도를 분석한 결과, TV조선과 채널A가 민중총궐기 대회를 생중계하다시피 보도하면서 정부의 진압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TV조선의 <뉴스토요특급>(11/14)에 출연한 양욱 씨는 시위대를 향해 “저 쯤 되면 폭동 수준”이라면서 “인원이 부족하면 북유럽 식으로 해야 한다, 거의 사람을 잔인하게 두들겨 팬다”고 시위대를 두들겨 패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TV조선 방송 갈무리.
 
   
▲ 채널A 방송 갈무리.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11/4)에서 한 출연진 “(경찰의) 소극적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며 “물대포를 쏘는 거 외엔 특별히 하는 게 없다”고 강경진압을 주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채널A의 <뉴스 스테이션>(11/14)에 출연한 황태순 씨는 “시위대가 1차, 2차, 3차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까지 갔다고 생각해보자”며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위수령 발동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수령은 경찰력으로 치안 유지가 어려울 때 육군 부대가 주둔하여 치안을 보호하는 것을 뜻한다. 채널A의 <뉴스 스테이션>의 민중총궐기 집회 참가자에 대한 막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되기까지 했다. (관련기사:“‘테이저건으로 요절시켜야’ 막말 패널, 퇴출해야”)

김 사무처장은 종편 채널의 보도가 경찰의 진압만 부추길 뿐, 경찰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던 사실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의 불법 과잉 폭력 행위를 비판하며 경찰인권위원회 위원을 사임한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관련기사: “귀한 아들 같은 의경”, 애초에 시위진압 투입이 불법)에 대한 보도를 한 곳은 Jtbc가 유일”했다고 전했다.     

“집회 시위 보도 하향평준화…자극적 현장보다 집회 모인 취지 보도해야”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 간사는 “집회 시위에 관한 언론보도는 매년 같은 문제로 지적받지만 최근에는 더욱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방송 등이 이 같은 보도 행태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자극적인 영상 위주로 보도하는 집회 취재의 선정성을 지적했다. 

이 간사는 “방송에서 가장 처음 묻는 것은 ‘그림이 되냐’라는 말이다”라며 “아무런 충돌 없이 평화롭게 진행되는 집회들은 ‘그림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간사는 “현장 위주의 보도는 계속돼야 하지만 자극적인 영상을 위한 현장보도가 아니라 집회에 참가한 대다수 시민들이 어떤 취지로 목소리를 내는지에 대한 보도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25일 오전 10시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긴급 좌담회 '언론의 집회 시위 보도, 이대로 괜찮은가' 가 열렸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보수언론의 “폭력 시위대” vs 진보언론 “공권력의 폭력”
‘민중총궐기대회’에 대한 신문 보도는 주요 일간지인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향신문의 총 보도량은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집회를 보는 관점은 크게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14일부터 17일까지 민중총궐기대회 총 보도량은 조선일보 16건, 중앙일보 8건, 동아일보 15건, 한겨레는 16건, 경향신문은 11건이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16일 1면을 “무법천지”, “폭력시위” 등의 표현을 사용해 집회 참석자들의 폭력성을 보도하는데 주력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차벽”, “물대포” 등의 단어를 1면에 사용해 공권력의 과잉 진압과 이로 인한 시위대의 부상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보수신문은 시위대의 폭력을, 진보신문은 공권력의 폭력에 중점을 맞춘 것이다. 

신문은 폭력성에 대한 부각은 물론이고 시위로 인한 교통 혼잡을 강조하며 14일 예고된 대입 논술 면접시험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보도를 내보냈다. 조선일보 ‘12만 수험생에 교통대란 피해가라는 시위대’, ‘오전 A대학, 오후 B대학 이동해야 되는데…속 타는 수험생들’(11월14일)은 대입 시험날 도심 집회에 대한 불만을 이끌어 냈다. 또한 중앙일보의 ‘오늘 서울 도심 집회…불법 단호히 처벌’과 같은 기사도 “예정돼 있는 논술 면접 고사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며 집회에 대한 부정적 여론 몰이를 했다. (관련기사: 수험생 앞세워 민중총궐기 막으려는 조선‧동아) 하지만 대부분의 논술고사는 오전 11시 경 치러져 집회 장소와 시간이 크게 겹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토론회에서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보수언론의 집회시위 보도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보도한 ‘과잉진압’ 프레임에 대해서 지적하기도 했다. 미류 활동가는 “한겨레나 경향신문도 경찰의 물포 지침에 대해 ‘과잉’ 사용이라고 보도했는데, 물포가 ‘과잉’으로 사용됐냐는 질문을 하기에 앞서 과연 물포를 사용했어야하는 상황이 맞았느냐를 먼저 질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미류 활동가는 “물포 지침에 대해서는 2008년까지 근거리 직사가 금지돼있었는데, 촛불시위 때 근거리 직사로 문제를 삼으니 12월에 근거리 직사 규정을 슬그머니 없애버렸다”며 “경찰들은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물포 직사 지침을 만들기 때문에 지침을 중심으로 물포의 문제를 평가하는 접근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 25일 오전 10시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긴급 좌담회 '언론의 집회 시위 보도, 이대로 괜찮은가' 가 열렸다. 발제자로 참석한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폭력적인 사람으로 매도되지 않을 권리 요구해야”
언론보도의 ‘폭력시위’ 프레임은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이와 관련해 ‘폭력적인 사람으로 매도당하지 않을 권리’에 대해 언급했다. 

미류 활동가는 “지난 7월부터 4.19인권선언 풀뿌리 토론을 하며 시민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권리가 무엇인지 발표하는 활동에서 가장 인상적인 권리가 ‘폭력적인 사람으로 매도당하지 않을 권리’였다. 집회 시위 보도에 대해서 시민은 언론에 의해 ‘폭력적인 사람으로 매도되지 않을 권리’를 요구해야한다”며 “세월호 집회 이후 집회에 참가하면 폭력적인 시위단이 되고, 선량한 시민과 폭력적인 시민이라는 언론의 이분법에 의해 시민의 기본인권이 박탈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이러한 집회 시위 보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론감시와 함께 잘못된 정보를 효율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짧고 쉽게 사안에 대해 알리고, 좋은 언론 보기 운동을 함께 펼쳐 문제 사항을 꾸준히 지적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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