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퇴거’를 요청할 것이라는 동아일보의 ‘단독’ 보도가 지나친 추측성 기사로 확인됐다. 민주노총은 “악의적인 오보”라며 “법적인 대응도 검토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계사 총무원 관계자도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동아일보는 ‘조계종 ‘한상균, 12월 초까지는 나가달라’’ 라는 단독 기사에서 “조계종 측이 16일 오후 조계사로 잠입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장기 체류 요청을 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조계종 측은 한 위원장의 퇴거 시한을 12월 초로 정하고 이르면 18일 이런 방침을 한 위원장에게 통보할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당분간 머물 수는 있지만 계속 있는 것은 곤란하며 12월 초까지는 나가 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민주노총에) 전달할 것”이라는 조계종 관계자 발언도 인용 보도했다. 종단의 사회적 기구인 화쟁위원회에 대해서도 “불법 폭력시위를 향한 비판적 여론이 거센 데다 노골적으로 반정부 구호를 앞세우고 있어 중재할 사안도 아니”라는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동아일보는 19일에도 “조계종 측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민주노총 직원들이 오가며 시위 관련 회의를 하는 것도 불편하다’며 ‘경내에서 투쟁은 안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단독 보도했다.  

 

   
▲ 지난 18일 동아일보 2면 기사
 

그러면서 동아일보는 한 위원장의 발언이라며 “청와대 턱 밑인 조계사에서 장기 체류하면 이쪽으로 경찰 병력을 집중시킬 수 있어서 12월 5일로 예정된 2차 대규모 집회 때 동지들이 편하게 시위할 수 있을 것이다. 조계사를 제2의 노동운동 성지로 삼고싶다”는 경찰의 ‘전언’을 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에 대해 조계사는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동아일보 보도들은 추측성 기사로 판명났다. 조계사는 18일은 물론이고 지난 24일까지도 한 위원장에게 퇴거요청을 하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화쟁위원회가) 중재할 사안도 아니”라고 인용보도한 화쟁위원회는 지난 19일 민주노총의 중재 요청을 받아들였다. 화쟁위 위원장인 도법스님은 ‘2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을 다하겠다고 24일 밝혔다. 

조계사 총무원 관계자는 23일 미디어오늘에 “제가 아는 그런 반응을 보인 스님은 없다”며 “조계사는 신변보호만큼은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조계종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아일보랑 채널A보도가 너무 심하다”며 “기본적으로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해야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스님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신변보호 요청에 대한 화쟁위 회의 결과발표를 끝낸 후 조계종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포커스 뉴스
 

동아일보 기사에 정확한 취재원이 드러나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18일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은 ‘한 조계종 관계자’ ‘종단의 한 관계자’ ‘노동위원회 관계자’ ‘조계종의 또 다른 관계자’ ‘한 신도’ 등의 발언이 전부다. 19일 기사에도 등장하는 취재원은 ‘조계종 관계자’ ‘경찰 관계자’가 전부다. 기사 서술어로는 ‘알려졌다’ ‘전해졌다’ ‘후문이다’ ‘라고 한다’ 등이 자주 쓰였다. 

이에 대해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적어도 단독보도나 중요한 내용일 경우에는 익명의 취재원이나 ‘전해졌다’ ‘알려졌다’ 는 식의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며 “익명의 취재원을 통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거나 논리의 비약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추측성 기사를 쓸 수는 있지만, 그 보도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사건의 당사자인 민주노총은  법적인 검토까지 고려중이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한 위원장을 범죄자로 인식시키기 위한 보도처럼 보였다”며 “조계종의 공식 입장도 아닌 일부에서 나온 이야기를 가지고 마치 곧 퇴거 통보가 발표될 것처럼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조계사에서 언론을 대응하고 있는 남정식 민주노총 교선실장은 “완전히 소설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특히 동아일보가 경찰의 입을 빌어 전한 한 위원장의 발언은 사실관계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턱 밑인 조계사’ ‘편하게 시위할 수 있을 것’ ‘조계사를 제2의 노동운동 성지’ 등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박 대변인과 남 교선실장 모두 “해당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위원장은 그런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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