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가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대응 상황을 조사 대상으로 삼은 것이 계기가 됐다. 

정부여당은 ‘월권’ ‘불법’ ‘위헌’ ‘해체’ 등 험한 말을 써가며 특조위를 압박하고, 여당 추천 위원들은 사퇴 주장과 회의 퇴장을 반복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예산 삭감’ 이야기까지 나온다. 미디어오늘이 세월호 특조위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정리했다. 

1. 세월호 특조위가 ‘대통령의 7시간 사생활’을 조사한다?

세월호 특조위는 지난 23일 오전 전원위원회를 열고 ‘청와대 등의 참사대응 관련 업무적정성 등에 관한 건’의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많은 언론은 세월호 특조위가 박근혜 대통령의 소위 ‘잃어버린 7시간’을 조사한다고 보도했다. 

세월호 특조위의 여당 추천 위원들은 ‘대통령의 7시간’ 조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23일 회의에서 차기환 위원 등 여당 추천 위원들은 “대통령의 행적 7시간에 대한 조사는 진상 규명과 관련이 없으니 빠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과 여당 추천 위원들은 마치 세월호 특조위가 박근혜 대통령의 사생활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는 듯이 몰아붙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의결된 사안은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을 조사하는 게 아니다. 사생활을 조사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이날 특조위가 의결한 ‘청와대 등의 참사대응 관련 업무적정성 등에 관한 건’은 △사고 관련 대통령 및 청와대의 지시 대응사항 △지시 사항에 따른 각 정부 부처의 지시 이행 사항 △각 정부 부처에서 청와대로 보고한 사항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 19일 기자회견을 연 세월호 특조위 여당측 차기환(왼쪽부터), 황전원, 고영주 위원. 사진=포커스뉴스
 

또한 특조위는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 이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대통령이 조사대상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즉 이날 의결된 사안은 세월호 참사 당일 정부가 어떻게 대응했고, 청와대 등은 어떤 지시를 내렸느냐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수반이자 지시 및 대응의 주체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   

세월호 특조위는 24일 이석태 위원장 명의로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에서 “‘대통령의 7시간’은 그 의미와 내용이 불분명해 여러 가지 억측이 가능한 표현”이라며 “특조위에서 결의한 사항은 대통령의 모든 행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보고, 판단, 지시, 조치, 이행 등 대통령의 공적인 업무에 관한 사항에 한정하는 것이며 대통령의 사생활은 조사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24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회의에서도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원장은 이러한 점을 분명히 했다. 농해수위 소속 신정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통령 사생활을 조사한다는 목적이 아니지 않나”라고 묻자 이 위원장은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만약 (7시간 조사가 목적이었다면) 그렇게 표기했을 것”이라며 “개인 사생활이나 유언비어는 관심 없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이 자리에서 여당 추천인 이헌 특조위 부위원장도 “구조, 구난 대응에 청와대와 대통령이 포함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세월호 특조위 내부에서는 대통령의 행적 조사에 대해 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한다는 문제제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23일 회의에서 안건에 찬성 표결하지 않은 이호중 특조위 위원은 “당시 의결안건은 조사사항의 불명확한 표현으로 인하여 대통령의 당일 행적이 조사대상임이 분명하게 적시되어 있지 않았다”며 “‘관련성이 있을 경우’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인하여 대통령의 당일 행적을 조사대상으로 명확하게 포함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찬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 대통령 조사는 진상규명과 관련 없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조사가 진상규명과 관련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특조위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침몰 원인과 관계없는 대통령 조사에 혈안이 돼 있다”며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 조사가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 위한 것인지 정치공세로 불안한 대한민국 만들것인지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

농해수위 간사를 맡고 있는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라는 본연임무를 등한시 한 정치공세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며 “책임지고 이석태 위원장 포함한 조사위원들이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 행적조사가 진상규명과 관련 없는 일일까.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해 4월 16일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은 박 대통령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발견하기가 힘드냐”는 ‘뒷북 발언’을 했다. ‘7시간 미스터리’는 이 발언에서 시작됐다. 이 외에도 정부 대응이 미흡했다는 많은 정황이 있다.

사고 당일 청와대 핫라인 녹취록에 따르면 청와대는 오후 2시 반이 돼서야 생존자가 370명이 아닌 166명이라고 파악했다. 청와대는 구조가 급한 상황에서 VIP에 보고할 영상과 사진을 찾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대국민담화에서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밝혔다.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자를 조사하는 것은 세월호 진상규명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9.11 테러 이후 만들어진 9.11 위원회가 전·현직 클린턴, 부시 대통령을 모두 조사했다. 

   
▲ 세월호 참사 이후 대국민담화에서 눈물 흘리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3. 대통령 조사는 월권이다?

세월호 특조위의 박 대통령 조사가 월권, 권한남용이라는 비판도 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속적인 대통령 흠집내기와 위법·월권 행위, 비상식적 정쟁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세월호 참사 규명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등한시하는 이석태 위원장과 특조위의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23일 특조위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여당 추천 인사들은 “(대통령의 행적 조사가) 특조위의 조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제정된 세월호특별법 제5조 3호는 ‘4·16세월호참사와 관련한 구조구난 작업과 정부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에 관한 사항’을 특조위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박종운 특조위 안전사회소위원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부의 수반은 대통령 아닌가. 정부대응의 적정성을 조사하는데 대통령이 빠진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4. 대통령 조사에 위헌요소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위헌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오전 브리핑에서 “(특조위가) 정치적 쟁점으로 보지 말고 위헌적 발상에서 벗어나 특조위 본연의 입무에 충실해 주실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엇이 위헌적이라는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입장만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대통령 조사가 위헌이라는 근거는 헌법 제84조다. 여당 추천 고영주 위원은 23일 특조위 회의에서 “헌법상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가 아니면 아무리 중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헌법에 대통령이 내란이나 외환이 아닌 이상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월호 특조위는 애초에 형사소추를 할 수가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기 때문이다. 형사소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검찰이다. 사법기관이 아닌 세월호 특조위는 조사 밖에 할 수 없다. 그리고 헌법과 법률에 대통령이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조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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