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고영주 이사장) 이사회에서 ‘2016년도 MBC 경영지침(안)’이 여야 추천 이사들이 격론 끝에 최종 채택, 의결됐다.

이날 전체회의에 앞서 방문진 경영지침 소위원회(김원배 위원장)는 다섯 차례의 회의를 열었지만, 결국 여야 이사들 간 이견이 커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김 위원장의 절충안을 소위안으로 상정했다.

전체회의에선 내년 MBC 경영지침을 확정하기 위해 소위안과 함께 비교·검토안으로 야당 추천의 이완기 이사와 여권 추천의 김광동 이사의 소수의견도 함께 올라왔다. 하지만 김 이사가 본인의 의견은 논의 않기로 하면서 이 이사의 의견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오갔고, 최종 채택안은 김 위원장의 절충안에서 일부 어구만 삭제한 것 외엔 거의 그대로 통과됐다. 

미디어오늘이 이날 방청한 방문진 전체회의 내용과 별도로 입수한 MBC 경영지침 관련 자료에 따르면 확정된 내년 MBC 경영지침에는 △공영방송의 위상과 보도·시사의 균형 확립 △선도적 콘텐츠 투자와 글로벌 유통사업 모색 △합리적 인사제도 운용의 강화 △방송정책 주도와 UHD시대 대비 강화 △지역MBC 및 자회사 경쟁력 강화 △원만한 노사관계와 미래지향적 조직문화 정립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방송문화진흥회. 사진=김도연 기자
 

특히 여야 이사들 간 입장 차이가 컸던 노사관계 문제와 관련해선 “노사 간 소송 등 지속되는 노사갈등이 회사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들을 고려할 때 MBC는 더 많은 고민과 소통으로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지침으로 정리됐다.

해당 지침 논의 과정에서 야당 추천 이사들은 ‘노조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야 6대 3 구성의 이사회 다수결에 따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만한 노사관계 관련 항목의 ‘노사는 대립하는 현안들을 조속히 종식하기 위해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로 대승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며, 상호 신뢰회복을 위한 유연한 의사소통 구조 확보와 노사화합을 위한 다각적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이완기 이사 등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 이사는 “노사갈등을 풀기 위해 회사가 먼저 고소고발과 전보, 징계, 해고 등을 종식하고, 단체협약에서도 노조를 존중하는 자세로 합의를 도출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당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확정안은 문구 추가 없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아울러 방문진은 MBC가 지난 수년간 지속해온 노사대립과 무(無)단협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사가 회사의 미래비전을 함께 공유하고 실천방안을 함께 추진하는 조직문화의 형성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노사문제는 타협과 협상을 통해 풀어가야 하는 사안인 만큼 전향적 자세로 해결방안을 모색해주시기 바란다”고 두루뭉술하게 주문하는 것으로 그쳤다. 

결과적으로 이날 전체회의에 상정된 내년 MBC 경영지침(안)은 ‘법과 규정이라는 경직된 관계를 넘어, 경영진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목표의식과 윤리강령에 입각한 모범적 자세로 미래지향적 조직문화를 이끌어 주기 바란다’는 소위안에서 ‘법과 규정이라는 경직된 관계를 넘어’라는 어구만 삭제한 채 다수결에 따라 원안대로 채택됐다. 

또 채택된 원안에는 공영방송으로서 MBC의 보도·시사 기능에 대해 ‘다양한 지표에서 드러나듯이 보도·시사프로그램의 경쟁력 하락에 대한 방송계 내외부의 우려가 있다’, ‘건전한 여론형성과 시청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보도·시사프로그램의 혁신적 변화가 요구된다’, ‘보도·시사프로그램의 심층성을 강화하고, 공정성, 공익성,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제작시스템 개선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방문진은 파업 참가자들의 비제작 부서 전보조치 등 사측의 보복성 인사 방침과 관련해서도 ‘공익적 콘텐츠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합리적인 제작 인력의 운용 방안 등도 적극 검토할 것’, ‘인력 불균형이나 직급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이해와 설득을 얻는 과정을 보완해가며 정착시켜갈 것’, ‘공정하고 객관적인 업적평가와 성과보상이 시행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도록 규정과 시스템에 의한 채용과 인사제도 운용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공개된 방문진 회의에서 통과돼 확정된 MBC 경영지침에 대해 방문진 측에 공식적인 자료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방문진 측은 “MBC 경영지침과 관련해 비록 경영상의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경영지침은 내년도 (MBC) 기본운영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사항으로, 기본운영계획 수립 전에 공표는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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