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4일 열린 민중총궐기를 불법·폭력 집회로 규정하고 엄단을 촉구하면서 집회·시위를 테러와 연결시키는 등 공세에 나섰다. 남북 분단을 이유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공안몰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관련 기관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주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장례위원회가 24일 구성이 완료됐다. 장례위원수는 2222명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장례위원회에는 ‘통합과 화합’을 강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마지막 메시지에 따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포함했다. 

다음은 25일자 전국 단위 종합 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박, 야당 향해 “맨날 립서비스만…위선”>
국민일보 <朴 “불법 폭력시위 뿌리 뽑아야”>
동아일보 <公기관 지방이전, 경제 효과 ‘반쪽’> 
서울신문 <朴대통령 “립서비스만 하는 국회, 위선”> 
세계일보 <“불법폭력 시위는 정부 무력화 의도”> 
조선일보 <국회에 날린 세번째 돌직구> 
중앙일보 <‘스몰 리더십’시대, 협치로 넘자> 
한겨레 <집회참가 국민을 ‘IS 테러분자’ 취급하는 대통령> 
한국일보 <식어가는 조선·해운…해양 新산업에 길 있다> 

 
박근혜 “복면 시위 금지해야…IS도 복면한채 테러”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폭력 사태는 상습적인 불법 시위 단체들이 사전에 조직적으로 주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엄단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13분에 걸친 모두발언에서 “남과 북이 대치하는 상황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고, 전세계가 테러로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는 때에 테러단체들이 불법 시위에 섞여 들어와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 국민일보 1면.
 

 

박 대통령은 “특히 복면시위는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IS(이슬람국가)도 그렇게 지금 하고 있지 않나. 얼굴을 감추고서”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에서 참가자들이 고글을 쓰고 살상이 가능한 무기까지 사용했다면서 박 대통령의 발언은 “파리테러를 일으킨 IS가 검은 복장에 검은 복면이 트레이드 마크”였다는 것과 연계해 복면금지법 추진을 강조한 내용이라고 전했다.

집회·시위를 ‘불법으로 모는 데 그치지 않고 테러리스트와 적극 연계하면서 공포심을 심어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런 발언을 지면에 그대로 옮겨 실을 뿐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국민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박 대통령의 언급은 국정운영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는 불법세력에 대해선 철저히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등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박 대통령의 발언 의미를 풀어서 설명했다. 

다만 한겨레는 이날치 1면 머리기사에서 “집회·시위를 테러와 연결시키고 남북 ‘특수관계’를 명분 삼아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공안몰이’를 전면화하고 인권침해 등 논란이 일고 있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세계일보 1면.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서 “박 대통령이 파리 동시다발 테러로 촉발된 반(反)테러·공포 분위기에 편승, 테러방지법·복면금지법과 같은 공안입법을 밀어붙이는 등 ‘신공안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은 시민을 테러리스트로 몰 셈인가’ 사설에서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쉬운 해고’, 청년실업과 쌀값 폭락에 항의해 거리로 나온 시민을 잠재적 테러세력으로 몰아붙인 것이다. 주권자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의 인식이야말로 헌법과 법치에 위배된다”며 “파리에서 테러가 있었다고 서울에서 복면시위를 못하게 한다는 건 어처구니없는 논리의 비약이다. 남과 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수십년 전 민주화를 이뤄 선진국 문턱에 왔는데 이제 와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겨레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민중이 (14일 총궐기 때) 외친 것은 ‘체제 전복’도 ‘이슬람국가의 성전’도 아니라 ‘왜 노동자만 희생돼야 하는가, 왜 농민은 버림받았는가’인데 대통령은 고뇌는커녕 (폭력진압이라는) 몽둥이로 대답했다”며 “대통령에게 13만 민중의 숲을 보라 했더니 나무는커녕 극우언론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이 국민을 IS(이슬람국가)에 비유하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라고 한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의 브리핑을 전했다. 

박, 야당 향해 “맨날 립서비스만…위선” 
언론은 이날 박 대통령 발언 중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경제 걱정만 하고, 민생이 어렵다고 하고, 자기 할 일은 안 하고, 이거는 말이 안된다. 위선이라고 생각한다”는 야당 공격성 발언에 주목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백날 경제를 걱정하면 뭐 하느냐.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되는 것이 누구에게나 지금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도리”라며 이 같이 말했다. 

   
▲ 서울신문 1면.
 

 

경향신문은 “새정치연합 등 야당의 비협조로 경제활성화법과 한·중 등 주요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가 지연되고, 그 결과 큰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며 비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이런 발언을 전하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의 처리를 막고 있는 국회를 정조준했지만 법안 처리에 부정적인 야당을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박 대통령이 벌써 세 번째 국회에 돌직구를 날린 것이라고 해석하며 “국회 비판이 너무 잦고 심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이 이토록 자주 격렬한 표현으로 국회와 야당을 비난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박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 조문을 7분만에 끝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박 대통령은 일부러 그런 자리에서 여야 의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도 있었으나 단 7분도 안 돼 나와 버렸다. 그러고선 굳이 국무회의를 소집해 국회를 타박했다”며 “대통령이 왜 국회와 대화하기보다 윽박지르기만 하느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박, 빈도 잦고 수위 높아진 강경 발언 왜? 
박 대통령의 24일 국무회의 주재는 하루 전 갑자기 결정됐다. 집회 시위에 대해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고 야당에 대한 비판도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언론은 이런 배경에 “국정 운영의 절박감”이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3면 기사에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로 여의도(국회)가 올 스톱된 상황에서 ‘현안 처리가 절박하다’는 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었다. 해외 순방의 피로가 쌓인 상황에서 ‘국면 전환’에 나선 것”이라고 ‘박 대통령의 한 참모’ 발언을 인용해 전했다. 

   
▲ 조선일보 35면.
 

 

조선일보는 또 다른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해 “더구나 곧 또 다른 해외 순방 일정이 잡혀 있어서 대통령으로선 다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절박감의 원인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거듭된 ‘호소’는 주로 야당을 겨냥한 것으로 내년 총선에서 ‘역(逆) 정권 심판론’, 즉 ‘야권 심판론’의 명분을 쌓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한 여권의 고위 관계자의 분석을 전하기도 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박 대통령의 이런 강경 발언이 이 사회를 어떻게 재구조화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경향신문은 “단순 대결을 넘어, 상대방을 코너로 몰아 아예 끝장을 내겠다는 뜻이 엿보였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이 집회를 불법 폭력사태로 규정하고 질타했으며 경제 활성화법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 야당을 “위선”, “직무유기”라고 비난한 데 이어 테러방지법·복면금지법 등 공안입법을 처리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한데 초점을 맞췄다. 

   
▲ 경향신문 3면.
 

 

경향신문은 “신공안 정국을 조성하려는 여권 흐름과도 맞물린다”, “시위와 테러를 동일선상에 놓는 과장화법을 구사함으로써, ‘무관용 원칙’에 따라 시위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 박 대통령은 정부에 반대하는 국민들과 국정에 비협조적인 야당을 모두 비판함으로써 ‘내 편은 옳고, 반대편은 틀리다’는 편가르기 시각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그저 정파 수장에 머물며 통합과 갈등 조정 리더십의 부재를 스스로 증명한 꼴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민중총괄기를 IS에 빗대는 등의 극단적 인식을 박 대통령이 드러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테러로 몰아세우는 등 민주주의에 대한 퇴행적 사고를 내보였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또 야당에 압박만 가하는 박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취임 후 야당 대표와의 단독 영수회담을 한번도 하지 않는 등 야당과의 대화나 설득 노력은 하지 않고, 여당을 향해 사실상의 ‘날치기’를 주문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통합 장례위에 전두환·노태우 포함 
행정자치부는 24일  여야, 계파 등을 초월하고 입법·사법·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장, 대학 총장, 경제계·언론계·종교계 등을 망라한 2222명의 장례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정부 추천 인사 808명, 유족 추천 인사 1414명이다. 

장례위원장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맡는다. 부위원장에는 정갑윤·이석현 국회부의장, 이정미 헌법재판소 수석재판관, 황찬현 감사원장, 김봉조 전 국회의원 등 6명이 이름을 올렸다. 장례위원회 고문은 전두환·노태우·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포함해 101명이다. 

   
▲ 한겨레 1면.
 

 

장례위원회 유족 대표는 김봉조 민주동지회 회장이 맡았다. 민주동지회는 1984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결성한 민주화추진협의회, 민주산악회, 통일민주당 출신이 참여하는 모임이다. 

동아일보는 “민주화 시대 ‘영원한 라이벌’인 양김 세력 간 경쟁에 최종 마침표를 찍은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야 대표인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정의화 국회의장과 양승태 대법원장 등 3부 요인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장례위원에 포함됐으며 종교계 대표 등도 참여한다. 

국가장 영결식은 26일 오후 2시 국회에서 1시간 가량 열릴 예정이다. 영결식이 끝나면 운구차는 YS 상도동 사저와 서울광장 등 거쳐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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