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조위가 청와대 등의 참사대응을 조사대상으로 삼기로 하자 정부여당이 ‘위헌’ ‘해체’ 이야기까지 하며 특조위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타겟도 정해졌다. 박종운 특조위 상임위원(안전사회소위원장)이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박종운 소위원장이 한 포럼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을 능지처참하고 박정희 대통령을 부관참시 해야 한다’는 유가족 발언에 박수를 쳤다고 비난했고, 종편과 MBC 등 몇몇 언론도 이러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러한 공세의 효과는 명백하다. ‘대통령 행적이나 조사하며 정치 공세한다’는 비난과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 발언에 박수 친 박종운 소위원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박종운 위원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전화 인터뷰에서 “정치공세는 여당 추천위원들과 여당이 하고 있다”며 “사안을 침소봉대해 공격하는 행위로, 악의적이다”라고 반박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11월 6일 대한민국 정책컨벤션&페스티발 행사에서 나왔다. 안산시에서 주관하는 세월호 진상규명 관련 섹션이 있었고, 그 자리에 특조위 이석태 위원장이 초대받았으나 일이 있어 박종운 소위원장이 참석했다. 세월호 유가족도 참석했고, 사회자가 유가족이 왔으니 한 말씀을 듣자고 했다. 문제가 된 유가족의 발언은 이 자리에서 나왔다.

박종운 소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유가족이 4~5분 발언하는 동안, 후반부에 대통령 관련 발언을 했다. 최근 국정교과서가 이슈가 되면서 유가족들 중에 세월호 참사가 역사에 제대로 기록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가지신 분들이 있다”며 “이런 생각을 그 분이 과도하게 표현했다. 저도 말을 듣고 움찔했다”고 밝혔다.

   
▲ 11월 23일 MBC 뉴스투데이 갈무리. 박종운 위원장이 박수를 치는 모습. 
 

박 위원장은 “작년에 대한변협에서 활동할 때부터 유가족들에게 분노는 이해하지만 여러 대중 앞에서 이야기할 때는 최대한 정제해서 말씀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고 우리에게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또한 “유가족이 그 발언 이후 희생된 자녀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장내 분위기가 숙연해졌고, 그 발언을 마치자 박수를 친 것”이라며 “저만 친 것도 아니다. 대상이 대통령이든 아니든 그런 식의 발언에는 동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발언이 끝나서 의례적으로 박수를 친 것이고, 자녀 이야기에 가슴이 아파 위로하는 마음으로 친 것이다. 그런데 MBC를 보면 마치 그 유가족이 논란이 된 발언을 한 직후 바로 내가 박수를 친 것처럼 나온다”며 “악마의 편집이다. 동조해서 박수친 게 절대 아니고, 이후 유가족을 만났을 때도 그런 표현을 쓰는 건 옳지 못하다는 말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세월호 특조위가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소위 ‘대통령 7시간’을 조사하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침몰 원인과 전혀 상관없는 대통령 행적 조사에만 열을 올려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여당 간사인 안효대 의원(새누리당)은 “특조위가 특별법 취지를 훼손하고 위법사항을 계속하면 특조위 해체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관련 기사 : <세월호 특조위, 박근혜 ‘잃어버린 7시간’ 조사한다>

박 위원장은 “7시간을 조사한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 23일 특조위가 조사개시를 결정한 사안은 ‘청와대 등의 참사대응 관련 업무적정성 등에 관한 건’이며, ‘관련성이 있는 경우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갔을 뿐이다. 

박 위원장은 “청와대의 대응사항을 조사하는데, 청와대 대응의 주체가 대통령 아닌가. 그러면 대통령을 조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우리가 대통령 7시간 당일행적에 대한 조사를 해서 사적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고 비난하는데 그 날 의결은 이런 사안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이 조사대상이 될 여지가 생긴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여당 추천 위원들도 처음에는 청와대의 참사대응에 대해 조사하는 것에 동의했다. 9월 말 ‘청와대 등의 참사대응 관련 업무적정성 등에 관한 건’이 특조위에 접수된 후 10월 20일 세월호 특조위 제4차 진상규명소위는 이를 소위 전원 찬성으로 전원회의 조사개시 안건에 상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주일 뒤인 10월 27일 제5차 진상규명소위원회에서 여당 추천 위원들이 특조위에서 ‘대통령 행적 조사를 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여당 위원들이 갑자기 입장을 뒤집은 것을 두고 정부 개입설이 나왔다. 지난 19일 머니투데이 the300은 해양수산부의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 문서를 공개했는데 이 문서에는 “특조위 관련 주요 현안 중 BH 조사 관련 사항은 적극 대응”하며, “여당추천위원들이 소위 의결과정상 문제를 지속 제기하고, 필요시 여당추천위원 전원 사퇴의사 표명”하라는 내용이 있다.

관련 기사 : <“잃어버린 7시간 조사하면 사퇴” 특조위 정부지침 문건 논란>

   
▲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단독입수한 해수부의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 1페이지. 사진=더300
 

박종운 위원장은 “이미 여당 위원들까지 동의해 의결해놓고 난 뒤 딴 소리로 몰아붙이고, 다시 보수언론이 이를 따라가고 보수단체들이 와서 시위를 한다”며 “거의 짜고 공격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또한 “그 문건은 우리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특조위의 전체상황을 모르면 쓸 수 없는 문건이고, 문건에 나와 있는 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나. 해수부나 정부에서 만들었다고 추정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대통령 행적을 조사하는 것이 권한 남용이라거나 불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세월호특별법 5조(위원회의 업무) 3호에도 ‘정부대응의 적정성을 조사’하라고 나온다. 정부의 수반은 대통령 아닌가”라며 “정부대응의 적정성을 조사하는데 대통령이 빠진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지적했다.

위헌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청와대는 출입기자들에게 “위헌적 발상에서 벗어나 특조위 본연의 입무에 충실해 주실 바란다”고 밝혔다. ‘내란 또는 외환의 죄’가 아니면 재임 중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헌법 제84조가 근거다.

박 위원장은 “세월호 특조위에는 기소권도 수사권도 없고 형사소추할 권한도 없다. 조사만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참사 당시 대통령이 형사소추 당할 만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는 건가? 그런 일은 없었던 걸로 아는데”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한 “미국에서 9.11 테러 이후 위원회 구성됐을 때도 전‧현직 클린턴, 부시 대통령 다 조사받았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세월호 특조위의 대통령 행적조사가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정치공세는 그 쪽에서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가 대통령 조사하는 데 사생활 조사하자는 게 아니지 않나. 사고 관련된 지시대응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이걸 정치적인 문제로 만들어서 얻을 이익이 뭐가 있나. 여당 추천위원들과 여당이 사안을 침소봉대해 정치적인 문제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당장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보복성 예산삭감’이다. 박 위원장은 “정부여당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시행령도 그렇게(특별법에 안 맞게) 만들고 예산도 깎았다. 출범부터 늦어지게 하더니 조사 좀 하려니까 이런 일로 제동을 건다”고 비판했다. 

   
▲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여당 추천위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특조위가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조사할 경우 전원 사퇴를 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전원, 석동현, 고영주. ⓒ민중의소리
 

박 위원장은 또한 “현 정부 하에서 벌어진 일이라 부담스러운 건 알겠지만 이건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며 “세월호 특조위는 법에 의해 만들어진 기구이고 참사가 반복되선 안 된다는 말라는 뜻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 <대통령 7시간 조사 착수하니 특조위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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