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정교과서 집필진이 비공개 확정된 가운데,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 위원장 김정배)가 최근까지 북한 역사학계와의 교류를 추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교과서가 친(親)북 편향적으로 서술돼 ‘올바른’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는 현 정부의 비뚤어진 역사관과 상충하는 행보다. 그 목적이 학계의 교류 협력 증진에 있다고 해도 교과서의 북한 기술 자체를 문제 삼는 정부‧여당의 역사 인식과는 배치된다.

국편은 지난 8월 6일부터 11일까지 5박 6일 동안 중국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 목적은 ‘광복 70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개최 및 사료 수집 협의’ 등이었다. 중국 연변대에서는 중국 연변‧칭화(淸華)대와 함께 이틀 동안(8~9일) ‘광복70년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공동 개최했다. 이를 통해 북한 역사학자들과 교류하기로 했으나 이들이 불참해 성사되지는 않았다. 

   
▲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국사편찬위원회 공무국외여행보고서.
 

국편이 보고용으로 교육부에 제출한 ‘공무국외여행보고서’에는 ‘특이사항’ 항목으로 북한 역사학자들과 관련한 내용이 있다. 국편은 “학술회의 실무협의를 통해 참가에 합의했던 북한 역사학자들이 내부 사정을 이유로 불참했다”며 “연변대 총장 등은 남북한 역사학계의 교류 협력 증진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표명했으며 향후 북한 역사학계가 참여하는 공동학술회의 개최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출장에는 김정배 국편위원장, 양승택 총무과장, 김광운 편사연구관, 임천환 편사연구사 등 국편 소속 인사들과 한상도 건국대 교수, 반병률 한국외국어대 교수, 고정휴 포항공과대 교수, 김희곤 안동대 교수, 이정은 3‧1운동 기념사업회 회장, 이동언 독립기념관 책임연구위원, 문정호 국회 입법조사관 등이 동행했다. 

   
▲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지난 8월8일 중국 연변대학교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개막사를 하고 있다. (사진= 국사편찬위원회 공무국외여행보고서)
 

이들은 리팅장(李廷江) 칭화대 교수, 선즈화(沈志華) 화둥(華東)사범대 교수, 쓰치다 아키오(土田哲夫) 일본 주오(中央)대 교수, 진시위 미국 레이크 포리스트대 교수 등 해외 연구자와 함께 국제학술회의에서 논문을 소개하고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특히 김희곤 교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사 연구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연구에 매진해온 권위자다. 현재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 건립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 교수와 반병률 교수는 지난 10월 국정교과서 제작‧참여 거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한상도 교수는 국정교과서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인사다.  

국편은 보고서를 통해 “광복 70년을 기념해 국외에서 해외학자들과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해 민족 긍지를 선양했다”며 “중국의 영향력 있는 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중국 동북지방 소재 당안관(기록보관소)과 한국 관련 사료 조사·수집 방안에 협의했고, 중국 연변‧칭화대 등과 학술 교류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